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났다. 자식을 기르는 어미로 그 슬픔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모든 언론매체에 세월호 소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불신을 증폭시킨다. 정부의 대응이 그러했고 속속 등장해 늘어놓는 전문가들의 말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각종 유언비어가 불신의 벽을 높이 쌓는다. 전천후 장비로 지칭되던 다이빙벨의 투입과 성과 없는 철수, 오대양사건의 재현이라는 말까지 지칠 대로 지친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휘두르고 지나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데 서울시 지하철 사고가 이어지고, 독도로 항해하던 선박이 회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사고의 원인은 유사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사고가 나고 정전으로 인한 암흑 속에서 한동안 안내방송도 없는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용기 있는 승객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고, 다친 승객을 업고 탈출을 하는 시민 정신이 있어 우리를 천길 나락에서 이끌어낸다. 코레일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세 시간이나 지나서 상황실을 설치한 서울시는 또 무슨 변명을 들고 나올지도 이젠 궁금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독도행 여객선의 회항은 저절로 한숨이 나오게 한다.
어린 시절, ‘안녕하세요’가 너무 싫었다. 좀 더 멋있는 인사도 많을 텐데. 밤새 안녕이라니. 그렇게 초·중·고등학교를 보냈다. 참 좋은 세월이었다. 새벽종이 울리면 빗자루를 들고 골목골목을 청소했다. 그래야만 했다. 방학이면 잔디 씨를 모았다. 가을에는 퇴비도 리어카에 실었다. 부국강병은 초등학생의 손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잔디가, 퇴비가, 리어카가 이룬 경제력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 종합편성방송 가운데 하나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였다. 탈북 미인들이 그 고운 손으로 50대인 우리가 했던 그 일을 했단다. 아, 어쩌면 더 심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밝은 얼굴이다, 다행이다. 아, 채변봉투도 있었다. 쥐꼬리도 있었다. 그런 세월이었다. 한때는 쌀밥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라고 했다. 하여, 밀가루 빵을 배급받았다. 그래야 서양 아이들처럼 키도 크고 힘도 세진다고 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미군(美軍)부대 옆에 사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미루꾸’나 ‘쪼꼬렛뜨’를 쉽게 먹었다. ‘캠프 어쩌고’였다.
봄날은 보란듯이 /윤제림 학질이나 그런 몹쓸 병까진 아니더라도 한 열흘 된통 보란 듯이 몸살이나 앓다가 아직은 섬뜩한 바람 속, 허청허청 삼천리호 자전거를 끌고 고산자 김정호처럼 꺼벅꺼벅 걸어서 길 좋은 이화령 두고 문경새재 넘어서 남행 남행하다가 어지간히 다사로운 햇살 만나면 볕 바른 양지쪽 골라 한나절 따뜻한 똥을 누고 싶네, 겨우내 참아온 불똥을 누고 싶네 큼직하게 한 무더기 보란 듯이 보란 듯이 좋은 봄날 - 윤제림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문학동네, 1997) 집 앞에 목련이 한창 봉우리를 맺고 있습니다. 등이 하나씩 켜지는 것 같습니다. 봄이란 그런 것일까요. 겨우내 욱신욱신했던 답답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싶고 서먹했던 사람도 만나보고 싶고 환하게 웃고 싶은 봄입니다. 그리고 시원하게 소리도 지르고 싶은 봄입니다. 젊은 벗들의 시절이 환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중랑천에 나가 쭉 걸어보고 싶은 봄입니다. 아쉬운 것은 여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제가 아쉬울 뿐입니다. 짧은 봄처럼. /유현아 시인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웃음과 수줍음이 유난히 많다. 눈은 빛나고 뺨이 홍조로 물들기도 하며 콩닥거리는 가슴은 진정시키기가 어렵다. ‘도파민(Dopamine)’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우리 뇌 안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로 쾌감·즐거움에 관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행복을 고조시킨다. 따라서 도파민이 늘어나면 의욕이 높아져 활동이 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일단 한번 경험하면 우리 기억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하면 환각이나 편집증을 겪는 부작용도 유발하고, 반대로 부족하면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해진다. 사랑에 실패해 헤어진 연인들이 슬픔과 고통을 겪는 것도 급격히 줄어든 도파민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노르아드레날린도 있다. 분노의 물질이라 불리는 이 호르몬은 적당하면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분비되기 시작해서 열심히 일하는 낮에 왕성해지고 밤이 되면 우리와 함께 잠이 든다. 두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세로토닌(serotonin)’이다. 두 물질의 과다한 배출을 조절하는 방향타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 분비량이 봄에 가장 많이 줄어든다고…
산과 들이 꽃으로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전 지역이 자원생태공원이라 할 만큼 싱싱함과 꽃으로 물들어가는 가평의 5월은 생동감과 고마움을 묻어낸다. 가평 땅에는 6·25 한국전쟁 당시 가평전투에 참가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 전몰장병의 넋을 추모하는 영연방 4개국 참전비가 있어 보훈정신이 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위협 등 잇따른 북한 도발로 안보위협이 높아지면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그 의미를 더하는 영연방 4개국 참전비를 조명해 본다. ▲영연방 가평지구 전투 가평지구 전투는 1951년 4월22일부터 시작된 중공군의 춘계공세에 대항하여 영연방군 27여단(영국 미들섹스대대, 호주왕실 3대대, 캐나다 프린세스 페트리샤 2대대, 뉴질랜드 제16포병연대)이 가평 일대에서 중공군의 침공을 결사 저지한 전투다. 3일 간에 걸쳐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이 전투에서 영연방군 27여단 2천500여 장병들이 중공군 118사단을 상대로 격전을 치러 1만여명의 중공군을 사살한 전과를 올린 대표적인 승전이다. 이 전투로 중공군은 양수리 지역을 거쳐 수원으로 진출하여 수도 서울을 포위할 계획이 좌절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를 넘어 극도로 절제된 절규의 몸부림이 노란 리본으로 상징되어 전국의 거리에 가득하다. 온 국민들의 마음은 얼어붙었고, 너와 나 할 것 없이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는 애도와 조문의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초기에 관리책임자들의 무책임하고 무력한 행동으로 대거 희생된 참사이기에 우리 모두를 더욱 더 슬프게 한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엉성한 국가 재난관리시스템, 선장과 승무원들의 직업윤리의식 결여 등 총체적인 부실이 이 같은 사고를 발생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여객선 침몰사건 이후 우리의 후진성이 날마다 양파껍질처럼 벗겨졌고, 외국의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가난한 제3세계 국가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 IT기술 강국인 한국에서 일어났다며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외국의 유력 신문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유가족들의 안일한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은 상상을 초월하고, 정부는 이미 세월호 탑승자에 대한 구조시기를 실기(失期)한 후, 계속해서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의 불신만 키워주고 있다.…
고대의 수많은 종교와 제의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희생제물을 매개로 신을 섬겼다는 것입니다. 아주 먼 태고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이런 희생제의를 왜 인간이 드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증여이론’인데, 희생제의는 인간이 자기에게 무엇인가 긍정적인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신들에게 공물을 바쳐,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때 바치는 제물은 제의를 행하는 인간 자신을 대리합니다. 이와 반대로 ‘친교이론’은 제물로 바쳐진 동물을 함께 나눠 먹음으로써 깊은 연대감을 형성하는 기능을 합니다. 생활물자를 공유하는 것이 힘들었던 사회에서 분배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이때 희생제의에 사용되는 동물은 씨족의 토템동물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제물도 인간의 선조였고, 인간들은 동물의 형상 안에서 궁극적으로 신성의 능력을 얻게 된다고 믿은 것도 부수적 효과입니다. 또 다른 이론인 ‘공격이론’에 따르면 희생제의가 공격성의 해소와 극복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공격성을 속죄양에게로 향하게 함으로써 공동체 내부의 구조적인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
懷耽守護恩(회탐수호은: 나를 잉태하시고 지켜 주신 은혜)로 시작되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중국 수나라 말기에서 당나라 초기에 간행된 불교 경전이다. 부모의 은혜가 지극히 크고 깊다는 사실을 알리고 보은(報恩)을 권장하는 내용이다. 臨産受苦恩(임산수고은: 출산의 고통을 감내한 은혜)을 비롯 마지막 究竟憐愍恩(구경연민은: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까지 자식에게 향하는 10가지 어머니 마음을 세세히 묘사했다. 지난 1956년 제정된 어머니날(1972년 이후 어버이날) 노래 <어머니 은혜>의 가사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중략)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의 출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식의 마음은 부모와 다르다. 자라면서 온갖 잘못으로 누를 끼치고 부모 마음을 어지럽힌다. 심지어 부모가 나이 들어 쇠약해지고 용모가 보기 싫게 되면 보살피기는커녕 괄시와 구박을 하는 등 낳고 기른 은혜를 잊기 일쑤다. 오죽하면 공자는 樹欲靜而風不止(수욕쟁이풍불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불대)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자식의 도리를 강조했을까.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