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된 슬픔 /구순희 바다 변두리만 기웃거리는 게는 그 단단한 껍데기 속 물컹물컹한 슬픔 태산 같을지라도 창자가 없어 창자 끊어질 일 없다 하지만 아니다 곧장 앞으로 가지 못하는 숙명은 이미 창자 다 끊어져 더 이상 문드러질 게 없다 생의 부채에 허덕이는 사람이 무심코 걷어차는 바다 모래더미 속으로 어린 게가 어미 게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다 바다는 밤낮 집채만 한 파도로 게를 덮친다. -구순희 시집 ‘내려 놓지마’에서 포장된 슬픔이라는 시어가 재미가 있다. 게는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결국 그 안에 가득 찬 것이 속살이 아니라 고뇌이자 슬픔이다. 그러나 그 속에 꽉 찬 채 껍질로 포장된 슬픔의 그 힘으로 살아간다. 슬픔의 몸체가 커지려고 껍질 벗기를 한다. 이것이 삶의 아름다운 과정이자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파도가 아무리 집채만 해도 깨뜨릴 수 없는 것이 게 껍질이다. 슬픔으로 꽉 찬 게이다. 게도 덮쳐오는 파도 속에서 희열을 느낄 것이다. 파도가 거세고 높을수록 살아있음의 노래를 끝없이 부를 것이다. 삶을 진지하게 살아온 시인의 혜안으로 읽어낸 세상의 일면이 힘차면서 아름답게 다가온다. 늘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는 좋은
최근까지 지하철 안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문구를 등 뒤에 대자보로 매달고 승객 틈바구니를 비집고 돌아다니며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천당과 지옥은 피안의 세계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신심을 놓치지 않고 살아온 것은 나름 약간의 과학적 지식과 이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하신 구순의 모친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천당과 지옥의 실재를 한없이 믿고 계신다. 유럽 중세기에는 국민 대다수가 문맹인 탓에 교회는 그림으로 교리교육을 시켰다. 고딕 노트르담 성당 서쪽 출입문 위의 팀파눔에 오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최후의 심판 부조를 설치했다. 과학과 철학으로 무장된 현대 고등지식 국민들 대다수는 천당과 지옥이란 개념이며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신심을 가진 사람들만이 촌스럽게 천당과 지옥의 실재를 믿는다. 천당, 지옥의 실재를 믿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만 이성적이며 도시적인 고등지식인처럼 보인다. 심판은 하느님께서 하신다고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국민들은 분명히 지옥의 나락에 떨어져야 할 인간
‘나는 집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시작하는 팝송명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고향의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 가사를 무시하고 노래를 듣는 사람도 이 곡만큼은 가사가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알 정도로 유명하다. 오랫동안 감옥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직도 자신을 사랑한다면 마을입구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 달라고. 마을로 돌아오던 남자는 나무에 매인 100개의 ‘노란 리본’을 보게 된다는, 1973년 이 노래가 발표된 이후 ‘노란 리본’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또는 ‘무사 귀환’이라는 희망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희망을 상징하는 리본(Ribbon)은 질병과 관련된 것들도 많다. ‘핑크리본’은 유방암 예방의식 향상을 위한 상징물이다. ‘레드리본’도 있다.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다. ‘오렌지 리본’은 백혈병 심벌이다. 또 백혈병뿐 아니라 기아, 다발성경화증, 자해에 대한 인식, 문화의 다양성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뼈의 색과 구조를 본떠 골다공증을 극복하겠다는 강
지금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다. 아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유가족이 된 듯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능에 가까운 정부의 위기 대응력에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들은 물론 국민에게까지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멘붕’ 상태다. 이 와중에 스미싱 문자사기를 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나타나고 있다. 참다못한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대표단은 이런 인간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관련 스미싱 문자는 ‘주소를 바꾼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처럼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세월호 사칭 스미싱 문자 추가 발견주의 당부 스미싱 대처방법’과 같은 교활한 제목으로 포장한 것도 있다. 사고 동영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꾸민 스미싱도 기승을 부린다. 여기에 낚여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앱이 설치되고 전화번호, 문자메시지 등이 유출된다. 이에 지난 2월 검찰은 스미싱, 개인정보 불법 유통·활용자들을 구속수사 하는 등 처벌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웃듯 지금도 스미싱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스미싱뿐만 아니다. 사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 그 슬픔과 분노의 바다에서 한 줄기 빛이 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낸 대참사 속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보다 남, 나보다 공동체를 앞세우며 몸을 던져 살신성인을 실천한 의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의로운 행동은 누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들이 보여준 진정한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길이 기억해야 한다. 어제 인천에서 영결식이 거행된 여승무원 박지영(22)씨는 경험이 일천한 비정규직 직원이었지만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승객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는 말을 남기고 실종됐다. 사무원 정현선(28·여)씨와 불꽃놀이 행사 담당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씨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는데 승객을 구출하러 기울어지는 선내로 다시 들어갔다가 함께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대섭군은 헬기가 도착한 뒤에도 배에 남아 친구들의 구출을 돕다 마지막으로 구조선을 탔다. 승객 김홍경(58)씨는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와중에도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서 만든 구명줄을 이용해…
‘마녀사냥’의 현대적 의미는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로,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고 있고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마녀사냥’이 안양시에도 있었다. 최근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새 청과법인 유치 비리 의혹사건’에 대해 새 청과법인 임원 3명은 주금 가장 납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안양시청 공무원들은 ‘무혐의’ 처분했다. 내사 기간까지 포함, 1년 6개월에 걸쳐 3만여 쪽에 이르는 조사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통해 진행됐던 이 사건은 말 그대로 ‘혐의 없는’ 사실 무근의 억측으로 결론이 난 셈. 이에 안양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무수히 제기되었던 안양시 공무원 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 사실이 밝혀진 만큼, 수사를 진행한 수사기관에 대해 1천700여 공직자를 대신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시는 “신뢰보다 신뢰회복이 백배는 어렵다”며 “청렴과 정직을 최상의 가치로 삼고 살아
벌써 2014년도 4월의 중턱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이 계절에, 지금 우리는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의 봄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1592년 음력 4월14일,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2만여 일본군은 부산에 상륙하였다. 부산첨사 정발과 동래부사 송상현이 전사하기까지 이들과 대적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7년간 조선왕조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임진왜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임진왜란이라는 기나긴 전쟁에서 조선이 승리한 원동력은 여러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행주대첩의 상징 권율과 민·관군, 곽재우·조헌 등이 이끄는 의병들,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로 대표할 수 있는 승병 등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바쳤기에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충무공 이순신이 아닐까 싶다. 충무공의 생애를 살펴보면 원칙과 상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임진왜란 직전, 당시 조선 사회는 4대 사화 및 훈구와 사림간의 정쟁 등 각종 사회정치적 혼란으로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조차 제대로 수용되지 못한 시기였다.…
경비경찰은 국가의 비상사태 또는 긴급 중요사태 등 각종 경비사태가 발생하면서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집단적인 경비력의 운용으로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범죄를 예방·경계·진압(제거)하며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찰이다. 최근에 헌법재판소에서 야간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률에 대해 한정 위헌 선고했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에서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보장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주로 도로를 행진하고 점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시위의 경우는 도심 교통의 마비, 대형 확성기에 의한 소음 공해, 음식점 등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야간시위는 자칫하면 폭력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반시민의 평온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집회시위는 단순히 집회 당사자들간의 대립에 의해 이뤄지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인한 복합적 요인의 결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고 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의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현재의 집회시위 양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야간에도 집회 및 시위가 허용돼 단순히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시위 당사자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