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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포장된 슬픔

 

포장된 슬픔

/구순희

바다 변두리만 기웃거리는 게는

그 단단한 껍데기 속 물컹물컹한

슬픔 태산 같을지라도 창자가 없어

창자 끊어질 일 없다 하지만

아니다 곧장 앞으로 가지 못하는 숙명은

이미 창자 다 끊어져 더 이상

문드러질 게 없다 생의 부채에

허덕이는 사람이 무심코 걷어차는

바다 모래더미 속으로 어린 게가

어미 게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다 바다는 밤낮

집채만 한 파도로 게를 덮친다.

-구순희 시집 ‘내려 놓지마’에서

 

 

 

포장된 슬픔이라는 시어가 재미가 있다. 게는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결국 그 안에 가득 찬 것이 속살이 아니라 고뇌이자 슬픔이다. 그러나 그 속에 꽉 찬 채 껍질로 포장된 슬픔의 그 힘으로 살아간다. 슬픔의 몸체가 커지려고 껍질 벗기를 한다. 이것이 삶의 아름다운 과정이자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파도가 아무리 집채만 해도 깨뜨릴 수 없는 것이 게 껍질이다. 슬픔으로 꽉 찬 게이다. 게도 덮쳐오는 파도 속에서 희열을 느낄 것이다. 파도가 거세고 높을수록 살아있음의 노래를 끝없이 부를 것이다. 삶을 진지하게 살아온 시인의 혜안으로 읽어낸 세상의 일면이 힘차면서 아름답게 다가온다. 늘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는 좋은 시로 우리 곁에 늘 있어 주어 우리는 행복하다. /김왕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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