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은 자식들의 이름을 짓는 데도 신중함을 보였다. 성웅 이순신(李舜臣)은 중국의 최고 임금으로 꼽히는 순(舜)의 신(臣)하가 돼 조선을 태평성대로 이끌라는 부친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역시 예사롭지 않다. 부친 정운경은 아들 세명을 두었는데, 도전(道傳), 도존(道存), 도복(道復)이다. ‘도를 전파하고, 도를 지키고, 도를 회복시켜라’라는 의미겠다. 도(道)자를 돌림으로 쓴 것은 도(道)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불교에서는 도(道)를 올바름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여긴다. 맹자와 노자는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 여겼다. 유자(儒子)인 정도전의 부친은 유교 최고의 가치를 도(道)라고 여긴 듯 하다. 각설하고. 단순히 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려 왕조를 통째로 무너뜨린 역성혁명가(易姓革命家) 정도전이 가슴에 새겼던 최고의 가치는 이랬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다’는 의미다. 정도전이 25세 때 연이어 부모를 잃고 3년 시묘를 살 때 정몽주에게 선물받은 ‘맹자(孟子)’에 담긴 글이다. 고스란히 삼
지금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다. 아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유가족이 된 듯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능에 가까운 정부의 위기 대응력에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들은 물론 국민에게까지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멘붕’ 상태다. 이 와중에 스미싱 문자사기를 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나타나고 있다. 참다못한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대표단은 이런 인간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관련 스미싱 문자는 ‘주소를 바꾼 세월호 침몰 그 진실은’처럼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세월호 사칭 스미싱 문자 추가 발견주의 당부 스미싱 대처방법’과 같은 교활한 제목으로 포장한 것도 있다. 사고 동영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꾸민 스미싱도 기승을 부린다. 여기에 낚여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악성앱이 설치되고 전화번호, 문자메시지 등이 유출된다. 이에 지난 2월 검찰은 스미싱, 개인정보 불법 유통·활용자들을 구속수사 하는 등 처벌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비웃듯 지금도 스미싱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스미싱뿐만 아니다. 사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 그 슬픔과 분노의 바다에서 한 줄기 빛이 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낸 대참사 속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보다 남, 나보다 공동체를 앞세우며 몸을 던져 살신성인을 실천한 의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의로운 행동은 누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들이 보여준 진정한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길이 기억해야 한다. 어제 인천에서 영결식이 거행된 여승무원 박지영(22)씨는 경험이 일천한 비정규직 직원이었지만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승객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는 말을 남기고 실종됐다. 사무원 정현선(28·여)씨와 불꽃놀이 행사 담당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씨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는데 승객을 구출하러 기울어지는 선내로 다시 들어갔다가 함께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대섭군은 헬기가 도착한 뒤에도 배에 남아 친구들의 구출을 돕다 마지막으로 구조선을 탔다. 승객 김홍경(58)씨는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와중에도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서 만든 구명줄을 이용해…
‘마녀사냥’의 현대적 의미는 정치학에서는 전체주의의 산물로, 심리학에서는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고 있고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마녀사냥’이 안양시에도 있었다. 최근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새 청과법인 유치 비리 의혹사건’에 대해 새 청과법인 임원 3명은 주금 가장 납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안양시청 공무원들은 ‘무혐의’ 처분했다. 내사 기간까지 포함, 1년 6개월에 걸쳐 3만여 쪽에 이르는 조사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통해 진행됐던 이 사건은 말 그대로 ‘혐의 없는’ 사실 무근의 억측으로 결론이 난 셈. 이에 안양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무수히 제기되었던 안양시 공무원 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 사실이 밝혀진 만큼, 수사를 진행한 수사기관에 대해 1천700여 공직자를 대신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시는 “신뢰보다 신뢰회복이 백배는 어렵다”며 “청렴과 정직을 최상의 가치로 삼고 살아
수유리 2 /유희주 잠자리에 들면 귀가 베개에 닫힐까봐 모로 누운 채로 두 손을 볼 밑으로 넣는다 고요함도 얼어버린 겨울 나무에서 얼음조각이 떨어진다 산산이 부서진 고요의 조각들 사이로 살아남은 소리들의 기척을 잠자리에 누워 듣는다 먼 이국의 땅에서 모로 누워 귀를 바닥에 대면 바다 건너에 사는 친구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혹 내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고요 사이로 내 이름을 누가 불러줄지도 모른다 어제도 전화번호 하나가 연결되지 않았다 수첩에는 겨우 몇몇의 친구 이름이 남아 있고 미국 사람 몇몇을 새로 적어 넣었다 책장을 넘겨야 하는데 반쯤 넘어간 책장에 수유리의 어느 골목길이 구불구불 살아 있고 아직도 나는 거기 서 있다 -유희주 시집 <떨어져나간 것들이 나를 살핀다/문학사상 2012> 행간마다에 떨어져 내린 얼음조각이 녹아 흥건하다. 산산이 부서진 소리는 이국땅에 부서지는 얼음조각임과 더불어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그 마음속을 흘러내리는 살아남은 소리들의 기척을 듣기 위해 시인은 모로 누운 채 두 손으로 귀를 받치고 있다. 어쩌면 흐르는 눈물 때문에 손을 넣어 받치다가 눈물이라는 단어를 애써 지우고서 울음을 행간으로 이동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수첩
최근 국세환경 변화로 인해 편법적으로 자녀에게 사전증여하려는 시도보다는 정상적으로 사전증여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증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사전증여를 고려하고 있더라도 만만치 않은 증여세로 인해 망설이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세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증여세를 절세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증여할 때도 타이밍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증여세율은 10~50%까지 누진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증여받으면 증여세율은 10%가 적용되고, 2억원을 증여받으면 1억에 대해서는 10%, 나머지 1억에 대해서는 20%가 적용된다. 만약 올해 1억을 증여받고 내년에 1억을 증여받으면 각각 10%의 세율이 적용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 현행 증여세법에서는 동일인에게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금액은 합산하여 세율을 적용하므로 나중에 받은 1억에 대해서는 20%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여를 하더라도 10년 단위로 하는 것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동시에 상속재산에서도 제외되는 장점이 있다. 둘째, 모든 자녀를 사랑하라. 증여세는 각각 증여를 받는 재산에 대해서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증여할 경우 총 증여세 부담은 줄어든
할 말이 없다. 선장은 자신을 믿고 배를 탔던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생명 보존에 급급했고, 정부는 정부의 발표를 믿었던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의 바람을 무참히 저버렸다. 이번 사고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 먼저 사고의 발생 부분과 초기 탈출과정의 책임을 따지자면 선장의 잘못이 매우 크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은 추후에 수사로 밝혀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 즉, 사고가 터지고 난 이후의 구조과정과 수습과정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줬던 정부의 행동은, 정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의 3류 같은 행동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안전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안행부 산하로 뒀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중대본은 오히려 혼란만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어떤 사고가 터지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실종자와 생존자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고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조할 것인지 사고 수습의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과정을 보면 정부는 생존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생존자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
눈물의 큰 특징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슬픔 때문에 쏟아지는 눈물은 더욱 막을 수 없다. 크게 웃거나 하품할 때 얼굴 근육이 눈물샘을 자극해 흐르는 눈물 역시 어쩌질 못한다. 그래서 울음만큼 인간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신체언어도 없다고 한다. 슬프거나 기쁠 때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함께 가슴이 미어지고 설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흘리는 눈물도 여러 가지다. 양파를 깔 때도 눈물이 난다. 이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신체 방어적으로 분비되는 눈물은 느낌도 없다. 그런가 하면 진심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다는 ‘여자의 눈물’도 있다. 연약함의 대명사로 남성의 흥분과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무기다. 반대로 남성이 눈물을 흘리면 나약함으로 상징되어 왔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등 일생 세 번만 울 수 있는 것이 남자라고 했을 정도다. 정치에서는 눈물의 통치학이란 게 있다. 눈물어린 호소로 정국의 고비를 넘긴다는 뜻이다. 삼국지에서 한나라 유비가 제갈량을 삼고초려하며 흘린 눈물이나 히틀러가 부하들의 충성심을 자극하기 위해 흘린 눈물 등이 그것이다. 슬픔을 억
할 말이 없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세월호처럼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 모두가 걱정스러워 한다. 안전행정부 국장급 고위 공무원이 사고 현황판 앞에서 기념사진이나 찍는다. 교육부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진도체육관에서 의자에 걸터앉아 컵라면을 먹는다. 조문을 위해 빈소를 방문한 장관을 공손하게 맞이하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귀엣말을 전한다. 승객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은 470여명의 목숨을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살려고 탈출하기 바쁘다. 대형 참사가 임박해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무전통화만 하다가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이다. 어디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시스템이 없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승객들의 숫자가 6번이나 바뀐다. 정치권도 아무런 대책 없이 숨만 죽이고 있다. 모든 면에서 기본이 안 돼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가슴을 친다. 실종자 가족들과 숨진 유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다가 실신한다.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는지 한숨만 나온다. 정치권은 뒤늦게 재난청 신설을 검토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언제는 재난청이 없어 이 같은 사고가 터졌던가. 일부 무능한 공무원
수원에 쉬즈메디라는 여성전용 병원이 있다. 이 병원 이기호 원장을 비롯한 진료진 4명은 지난 15일과 18일 이틀간 평택~중국 위해를 왕복하는 선상에서 무료 진료를 펼쳤다. 진료 대상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 소무역상인, 일명 ‘보따리 상인’들 가운데 여성들이다. 보따리상은 값비싼 한국산 공산품·전자제품·자동차부품·생필품·화장품 등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상대적으로 값싼 농산물을 소량으로 들여온다. 한국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그래서 IMF 시기 김대중 정부에서는 정부차원에서 교육까지 시켜가며 보따리상을 육성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 농산물 보호조치로 인해 휴대 면세 허용량을 50㎏으로 제한하자 중국도 이에 맞서 한국산 공산품 반입 규제를 강화했다. 이 결과, 믿어지지 않겠지만 현재 보따리상들의 월수입은 배삯을 제외하고 20만~3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배에서 내리면 곧바로 노숙자 신세가 되기 때문에 죽지 못해 배를 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를 ‘배숙자’라고 부른다. 따라서 건강이상이 발견돼도 진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부인과진료도 해야 하는 여성 보따리상의 경우는 더하다. 쉬즈메디병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