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쉼보르스카 돌아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상한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어서는 담요 아래로 머리를 파묻고 두 무릎을 끌어당겼다. 나이는 마흔 살 가량, 하지만 이 순간엔 아니다. 있는 - 일곱 겹 살갗 너머 엄마 뱃속, 보호되는 어둠 속에 있는 동안, 내일은 전 은하계를 비행할 때의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을 강의할 거지만, 일단은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쉼보르스카 시집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 문학동네 엄마 뱃속의 시절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엄마 뱃속의 시절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누구나 말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엄마 뱃속에서 분리되었으므로 필연적으로 엄마 뱃속을 그리워한다, 특히 속상할 때. 세상살이는 속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탓한다는 것은 또 다른 불화의 불씨가 된다. 조용히 혼자서 처리해야한다. 태어났기에 겪어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마흔 살이나 되었으니 엄마를 목청껏 부를 수도 없겠다. 그러니 자신의 두 무릎을 끌어당겨 엄마의 뱃속을 만들자. 일곱 겹 살갗으로 보호되는 엄마의 뱃속, 그 따뜻함 고요함 속에 풍덩 빠져보자. 무의식에 남아있는 행복한 기억들이 달려올 것이다. 달려와 어루만져
벌써 추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올 한 해가 초침처럼 숨 가쁘게 달려가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시침처럼 여유 있고 느린 보폭으로 가는 것처럼 살기도 하지만 결국 다 같은 날에 추분을 맞는다. 추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며 추분이 지나면서 밤이 조금씩 길어져 동지에 밤이 가장 길다고 상식으로 알고 있다. 옛 선조들은 추분의 세 가지 징후를 들어 계절의 변화를 가르친다. 첫째 뇌성 소리가 들리지 않고, 둘째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흙벽을 뚫고 집안으로 들어오며, 셋째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여름을 폭우와 천둥 번개에 시달린 우리는 한 송이 국화꽃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우선 조용해진 날씨와 선들해지는 기온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푸르름을 뽐내며 뻗어갈 것만 같았던 나뭇잎이나 풀잎들이 마치 가을 이슬에 탈색제라도 들어있는 것인 양 희미하게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장마 끝에 병이 돈다고 걱정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고추밭에서는 연일 빨갛게 익은 고추를 쏟아내고 지붕 위에 널려 하루하루 쏟아지는 가을볕에 유리알처럼 마른다. 하기야 그동안 습기에 골머리를 앓던 우리 집에서도 빨래를 널면 한나절도 못가 강정같이 마른다. 그…
연휴 뒤끝 뉴스를 검색하니 몇몇 언론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부각시키려는 게 눈에 띈다. 달력 상 이맘때부터 지방선거가 의제로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추석 명절에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내년에 누가 우리 도지사, 우리 시장이 될지 잠깐씩은 얘기를 나눠봤을 듯하다. 누구는 공천이 어려울 거라는 둥, 누가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둥 소문도 무성하다. 하지만 올해 연휴 뒤끝에서 시도되는 지방선거 이슈화는 왠지 찜찜하다. 올해 내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던 ‘물타기’ 여론공작정치의 일환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공작정치에 지방선거가 이용당하는 느낌이랄까? 나쁜 민주주의는 나쁜 지방자치를 낳고, 질 낮은 자치는 민주주의를 더욱 타락시킨다. 악순환이다. 되짚어보면 지난 설 명절 이후 추석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것 없이 국면전환용 ‘물타기’만 줄곧 시도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3월 여야가 국정원 국정조사에 어렵사리 합의하고, 진선미 의원이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 내부망에 게시되었던 ‘원장님 지시 말씀’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국정원의…
추석을 9일 앞둔 1985년 9월20일 오전 9시30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이 동시에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과 평양으로 각각 향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그리고 3박4일 동안 각기 151명으로 구성된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은 서울과 평양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가족을 상봉하고 공연도 펼쳤다. 우선 21일 평양에 간 우리 측 고향방문단 가운데 35명이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41명의 그곳 가족·친척들을 만났다. 서울에 온 북한 측 고향방문단 가운데 30명이 숙소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51명의 이곳 가족·친척들을 만났다. 이러한 만남은 22일까지 이틀간 이어졌다. 당시 분단 40년 만에 꿈에 그리던 혈육들의 만남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돼 한반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예술공연단도 9월21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서울예술단은 평양대극장에서, 그리고 평양예술단은 서울 중앙국립극장에서 각기 2회의 공연을 가졌다. 정치성을 배제하고 전통적인 민속가무로 채워진 서울과 평양의 공연에서 특히 서울예술단이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 <꿈에 본 내 고향> 등은 북한 주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방문기간 동안 분단이래 최초 북한 땅에서
경기도의회 임시회가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그것도 난투극이나 다름없는 폭력을 동원한 몸싸움을 벌이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마지막까지 여·야 모두 추태를 부리며 도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로 인해 임시회에서 처리하려던 40여건의 안건을 비롯 3천552억원의 추경예산처리가 무산되면서 가정양육수당 지급 등 시급한 민생현안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경기도의회의가 벌인 추태는 도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정쟁으로 민생문제가 실종돼버린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경기도의회의 파행이 3개월 넘게 계속되어 왔음에도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6월 윤화섭(민주당) 전 의장의 불법 외유사태가 불거지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임시회를 매번 개회했지만 윤 전 의장으로 인해 촉발된 도의회 파행은 40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여·야 공방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윤 전 의장의 자진사퇴로 문제가 마무리되고 의회가 정상화 되는가 싶더니 또 이 꼴이 난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회에서 새누리당이 의총 중이던 기회를 틈타 긴급 현안 질문과 행정사무조
9월 한 달 동안 동네에서 승용차를 몰아내는 혁명적인 사건인 ‘생태교통 수원2013’ 페스티벌이 개막된 뒤 이제 절반 정도가 지났다. ‘혁명’이란 표현을 했을 정도로 이 사업은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 계획이 발표됐을 때 당사자들인 행궁동 주민은 물론이고 수원시 공무원들조차 어이없다는 표정 지었다. 사실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편함을 넘어 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해당지역에서 상업을 하는 사람들, 기사식당이나 물류사업을 하는 이들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택시 기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사식당에 차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당연히 주인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생태교통 행사가 시작되자 이 집은 예전보다 더 많은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손님들이 줄을 이어 마당에까지 파라솔을 펴고 영업을 하고 있다. 행사를 반대하던 주인은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흡사 자기 집 주차장인양 자동차만 즐비했던 골목길엔 어느새 카페나 빈대떡집, 공방이 들어서 손님들로 흥청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 페스티벌의 핵심
가을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12년도 지역사회복지계획 시행결과에 대한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수원시가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지원금도 주어질 예정으로 있어 기쁨을 더해주고 있다. 2005년 11월 민·관이 협력하여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역의 복지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역단위 연계·협력체계 마련을 위해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되었다. 현재 12개의 실무분과와 실무협의체, 대표협의체에서 260여명의 민·관 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협의체가 구성된 직후 수립한 제1기(2007~2010년) 수원시지역사회복지계획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관의 지역복지계획수립 이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어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수립·시행되었다. 민·관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야식을 먹으며 늦은 밤까지 회의를 하기도 했고, 의욕이 앞선 계획은 예산부서에서 과감히 삭감되는 사례도 많았다. 복지계획은 민·관의 합작품이다 제1기 수원시지역사회복지계획 수행을 통해 얻어진 중요한 성과는 첫째, 사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행렬이 올해에도 변함없이 시작될 터인데, 이때 너 나 할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는 고향 길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자동차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평소에는 40∼5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하지만 추석 연휴에는 대부분 평소의 5∼10배 이상 장거리를 운행하게 된다. 그런데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길에 자동차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귀향길이 사고로 이어진다면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3년간 추석연휴기간의 교통사고 추이를 살펴보면 하루 평균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추석 당일을 포함한 귀성길이 579.3건(19.3명 사망), 귀경길이 455.7건(14.2명 사망)으로 분석돼 귀성길 교통사고가 귀경길보다 약 1.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가족 단위 또는 단체 이동(대중교통)에 의한 교통사고 건당 사상자수가 많고, 교통량이 적은 심야와 새벽시간대의 이동이 많아 사고발생률과 치사율이 평상시보다 25% 높게 나타난다. 이런 결과를 돌이켜 보면 즐거운 명절에는 좀 더 여유 있고 양보하는 방어운전이 필요하다 하겠다. 아무리 능숙한 운전솜씨를 가졌다 해도 자동차 운전에는 왕도가
학교폭력 발생의 중요한 요인으로 가정환경 중 가정폭력 노출경험을 지적하고 있다. 즉, 부모로부터 경험한 신체적인 체벌이나 언어폭력, 그리고 부모간의 갈등이나 폭력적인 상황을 자주 경험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학교환경에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학교폭력발생 원인에 있어서 가정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청소년들의 삶의 터전인 가정은 여전히 청소년들의 행동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토양이며 적절한 토양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정환경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폭력행사의 가능성을 높이므로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예방이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1차 사회환경인 가정이 개입의 초점이 되어야 함을 증명한다. 예부터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에 있어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인격발달이 최초로 경험되고 형성되는 곳이 바로 가정이며, 가정은 개인의 성격은 물론 가치관이나 행동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인간성을 키우는 기본적인 인성의 요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부부간의 폭력, 자녀에 대한 부모의 학대 및 구타 등 가정폭력(violence in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