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정치권에서는 얼마 전 돈봉투사건으로 물러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작품으로 기억한다. 짐작컨대 역사는 박 전 의장의 전성기를 집권당 당대표시절도, 국회의장시절도 아닌 것으로 기록할 전망이다. 역사는 그를 4년이 넘는 여당의 대변인(代辯人)으로 역시 야당의 명대변인으로 위명을 떨친 박상천 민주당 의원과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치던 시기를 꼽기 십상이다. 박 전 의장은 민주화를 주도하던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金)씨를 입신의 경지를 이르는 바둑용어인 9단에 빗대 ‘정치 9단’으로 표현, 완숙한 정치인을 표현하는 관용구로 자리 잡게 했다. 이뿐 아니라 혼란하고 불안했던 정국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일컬어 아예 정국이나 조직진단의 전문용어가 됐다. 박 전 의장은 정치인으로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대변인으로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업적과 정치문화를 만든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인기있는 대변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성공한 대변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대변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끈이 떨어질 정도의 독서량과 유장한 성품, 그리고 흐름과 타이밍을 잡는 판단력이 없이는…
不榮通不醜窮 높은 자리에 올라도 뽐내지 않고 곤궁해 처해도 수치라 생각지 않는다 출세를 했어도 그 지위를 명예로 삼지 않고 곤궁에 처했어도 부끄럽게 생각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장자(莊子)는 “천박한 사람이 지위가 생기면 거드름을 피우고 무식한 사람이 돈다발을 쥐게 되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날뛴다. 하지만 겉치장이 요란하고 단정치 못하다고 해서 사람까지 다르게 보아서는 안된다. 이는 결코 근본을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부유하다고 오만하지 말고 곤궁하다고 비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부유함도, 곤궁함도, 지위나, 권세도 잠깐 머물 뿐이지 영원하지 못하며 쉬이 오기도 하고 쉬이 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곧 인간의 과욕에 대한 채찍이다. 채근담에 ‘사람의 일생은 큰 창고의 쌀과 같고, 눈앞에 번쩍이는 번갯불 같고, 벼랑 끝에 걸쳐있는 썩은 나무와 같고, 바다의 큰 파도와 같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어찌 슬프지 않고 즐겁지 않겠는가. 어찌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삶을 탐해 근심하는 마음을 가지며 어찌 이 사실을 중시하지 않고 헛된 삶의 부끄러움을 남길 것인가. 동해에 항시 일정한 파도가 일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세상사 분개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한 달에 한 번 시민들의 각 가정을 방문하는 수돗물관리사를 알고 있는가. 정수기를 청소해 주는 사람? 아니다. 수돗물관리사는 우리가 항상 가정과 직장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즉 수도계량기 검침, 수도요금 고지서 전달은 물론 동절기 계량기 동파, 누수, 고장 여부를 확인해 주는 주부 검침원이다. 수돗물관리사의 어려움은 수도계량기 덮개 뚜껑을 열면서 시작된다. 수도관이 지하에 묻혀 있기 때문에 수도계량기 지침을 보려면 엎드려 땅 속을 살펴봐야 한다. 바퀴벌레, 지렁이, 쥐를 만나는 것은 다반사로 가끔 똬리를 틀고 있는 뱀과 눈을 마주칠 때도 있단다. 안산시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수도계량기 검침과 수도요금 고지서 전달 업무를 안산도시공사에 민간 위탁했다. 수도검침 사업을 위탁한 지 어느 덧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시의 행정사무를 민간에 맡겨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바로 민간위탁이다. 점점 다양해지는 주민들의 욕구에 더 듣고 더 뛰고 더 변화하는 자세와 좀 더 나은 서비스로 답하고 저비용으로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으며, 고용창출의 효과 등 민간기술의 전문성을 보장받기 위해 수도계량기 검침업무를 민간 위탁한 것이다. 처음
요즘 국회는 실종상태다. 선거 분위기에 편승해 들떠 있지만 분명한 것은 18대 국회 회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은 꼬박 세비를 챙기고 있다. 18대 국회의 임기가 다음달 29일 만료된다. 불과 한 달 보름 후면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막을 내리면 상당수의 민생법안들이 자동 폐기되는 운명을 맞는다. 그렇게 되면 18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며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또 하나의 오명을 추가할 것이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은 19대 총선을 이유로 지난 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이제 18대 국회의원들은 마지막 뒷모습이라도 어떻게 남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은 6천450건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 제출 법안이 407건, 의원 발의 법안이 6천43건이다. 이 중에는 국가안보와 경제, 그리고 민생에 직결돼 있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정부 발의로 상정된 국방개혁법안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처리해야 마땅하다. 이
정부가 지난 2005년 도입한 ‘문화바우처’ 사업이 어느덧 시행 7년째를 맞고 있다. 그런데 실제 사용에 어려움이 많아 ‘탁상행정의 전형’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고 한다. ‘바우처’ 제도란 정부가 수요자에게 쿠폰을 지급해 원하는 공급자를 선택하도록 하고, 공급자가 수요자로부터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좀더 쉽게 얘기하면 경제적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 등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이용권을 발급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서비스이다. 이때 지급되는 쿠폰이 바우처로서 일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증서와 같다. 이 가운데 문화바우처는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문화생활을 쉽게 누리기 어려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법정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다. 1가구당 1년에 5만원을 문화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카드를 발급해준다. 바우처카드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상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격 확인 및 발급 절차를 간소화해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 주민센터에서 실시간 카드발급이 가능하다. 그런데 본보(16일자 7면) 기사에 따르면 문화바우처 카드 사용에 제한이 많고…
지난 연말 공장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던 고3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학생이 11월 한 달 동안 연장근무만 100시간을 한 것으로 밝혀졌고, 특히 일주일 간격으로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번갈아 하면서 낮과 밤이 뒤바뀌는 불규칙한 생활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산업재해가 늘어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연세대학교 예방의학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1일 11시간 이상 근무시 심근경색(소위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암연구소(IARC)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발암추정요인(Group 2A)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다.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들의 피로 누적, 능력 개발 부족 등으로 인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근로시간은 2천116시간에 이른다. 이는 OECD 전체 국가의 평균 근로시간인 1천749시간에 비해 367시간이나 더 길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로 미국의 43.8%, 일본의 65.7% 수준이다. 일하는 시간이 길어 노동량은 많지만
동물학자들이 말하길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한다. 암컷을 위해 목숨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암컷과 새끼에게 먹이를 양보하고 자신은 마지막에 먹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주영 선생은 진정한 늑대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인연이 계속될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는데……. 소설 쓰는 김주영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이십년 넘는다. 방송밥 먹을 때인데 ‘이런 인생, 저런 인생’이란 제목의 출향 인사들의 인생사를 더듬어 보는 프로그램의 PD(연출자)와 MC(사회자)로 만났다. 독특한 문체, 민초들을 주인공으로한 길게 이어지는 역사 소설, 이미 ‘화척’과 ‘객주’로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에 올랐지만 먼발치에서 은근한 독자-단순한 관계였다. 백두산 천지가 등장하는 사이다 광고의 모델로 흐드러지게 웃는 모습은 익숙했다. 표정도 그러했지만 성격, 목소리 하나같이 경상도 토박이였다. 사정없는 권주(勸酒), 사양하는 법 없는 주도(酒道) 호쾌했지만, 날카로웠다. 경험에서 나오는 고상한 의식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권위를 스스로 만든다. 남의 이야기를 구김살 없는 아량으로 열심히 듣고 있다가 비위에 상하면 여지없었다. 교양 있는 늑대(?)였다. 늑대라면 일반적으로 느낌이 별
범죄영화를 보노라면 목숨을 건 증언의 댓가로 자신의 과거 신분을 지우고 ‘제3의 장소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소위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잊혀질 권리’를 얻은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러한 ‘잊혀질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른 점은 범죄자가 아닌 인터넷이 대상으로 한번 각인되면 영생불멸(永生不滅)하는 인터넷에서 잊혀지고 싶은 소망이 반영된 것이다. 노출되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한 번 인터넷을 타면 기하급수적인 퍼나르기를 통해 어느 곳에 그 정보가 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된다. 이는 인권침해이자 인격살인의 경우도 있지만 상대가 완벽성을 자랑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인 인터넷이이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따라서 인터넷이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할수록 익명으로 살고픈 인류의 소망도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당긴 것은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가 쓴 동명의 저서인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이다. 쇤베르거는 책에서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인 완벽한 기억이 초래한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보이스 피싱, 유명 연예인 사적자료 유출, 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막후세력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실 유태인 집단에 버금가는 세력이 있다면 바로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화교 상인들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수출 주도형 경제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 세계 오지까지 퍼져있는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유입되는 해외자본이 60~70%가 화교 자본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 아시아 전체가 외환위기에 빠져 휘청거릴 당시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 경제권만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화상의 실력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에 거주하는 화상들은 해당국 원주민들의 반감을 의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배후에서 경제를 조종하고 있다. 강력한 경제력과 함께 화교들은 동남아에서 정치적 통제력과 지배력도 갖고 있다. 필리핀 건국의 아버지 호세 리살,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지명, 캄보디아의 론 놀 전 대통령, 싱가포르 이광요 전 총리, 미얀마 네윈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화교 출신이다. 이들은 명나라 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어느 곳에 정착하든지 고도의 적응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