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날들이 지났다. 깊고 깊은 시간의 강이 흐르고 흘러 십 대의 어린 소년이었던 나는 어느새 오십을 넘긴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창덕궁 후원의 깊고 아름다웠던 숲을 걸었던 청년은 어느새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희어져 있었다. 세월의 무게처럼 내려앉은 흰 서리를 머리에 가득 인 채 돈화문을 마주 보고 있었다. 길고 길었던 세월의 강을 건너 아주 오래 전 지나왔던 그 시간들 앞에 다시 서 있는 듯하였다. 오래 전 그 날들로 다시 돌아간 듯싶었다.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음으로만 걸었던 길이 문 안으로 보였다. 그 길이 나를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는 걷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며 다짐했던 길이 다시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삶을 따뜻하게 품어주던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의 사랑 말없이 지켜보던 부용지(芙蓉池)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숲을 지나던 바람도 부용지에 가득하던 연잎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잊으려고 애썼던 모든 것들이 거기 그대로 있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돈화문을 지났다. 오래 전 그 모습 그대로인가. 기억할 수 없다. 새로 단장을 했는지 예
북핵 6자 회담의 2.13 베이징 합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지만, 쌀 지원 문제로 진통을 겪더니 결국 결렬되었다. 정부가 지난 13차 경협추진위 회의에서 합의한 쌀 40만 톤의 지원을 북측의 베이징 합의 불이행으로 유보했기 때문이다. BDA의 북한자금 문제가 해결되어 베이징 합의가 이행되면 북미 간의 관계 정상화, 북일 간의 청구권 자금과 납치문제 해결이 이슈가 되고, 남북의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남북 정상의 만남까지 추진될 것이다. 동서양극체제에서 분단되어 통일되지 못하고 유일하게 남은 남과 북이기 때문이다. 동서 양극체제에서 독일과 베트남이 통일되었다. 독일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흡수 통일되었고, 베트남은 전쟁을 거쳐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통일되었다. 이제 동서양극시대는 끝이 났다. 소련이 붕괴되었고, 중국의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도입한 산업화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능가하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의 전쟁피해와 독일의 엄청난 통일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의 과제이다. 남과 북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 통일 방안은 경제성장으로 삶의 질을 높이면서 남과 북의 격차를 줄여 서로 당당하
“말씀 좀 묻겠습니다. 민원실에 비치되어 있는 신문고의 북을 두드리면 어느부서에서 해결을 해주는 것입니까?” 최근 50대 아주머니 한분이 의왕시청 브리핑룸에 들어오며 한 말이다. 몹시 격앙된 감정을 억누르는 빛이 역력했다. “세상에 지금도 이런 공무원이 있어요?” 아주머니는 조금전에 있었던 한 공무원이 민원인인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 분을 삭이며 설명했다. 아주머니는 점심시간인 오후 12시03분쯤 청내 OO과를 찾아 갔다고 했다. 점심시간인 줄도 모르고 들어간 것인데 사무실내에 있던 한 공무원에게 자신이 OO과에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그 공무원은 두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민원인인 자신에게 “지금 점심시간이니 담당자가 외부로 나갔다”면서 손가락으로 자신과 출입구를 지목하며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재차 “급한 민원인데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그 공무원은 여전히 자신의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채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쯤 온다니까 왜 그러세요”라고 큰소리를 치는 그에게 그 아주머니는 주머니에 손을 넣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서울 종로에 있는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 및 공자를 모신 유교사당으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어느 나라 수도에도 이렇게 장엄하고 정제된 건축물이 사당으로 서있는 경우는 드물다. 5만6천여 평의 경내를 가득 메운 울창한 숲 속에 들어선 종묘정전을 비롯하여 별묘인 영녕전과 전사청, 재실, 향대청 및 공신당, 칠사당 등이 포함돼 있다. 종묘를 세계 문화유산 중에서 돋보이게 하는 점은 아름다운 숲과 깔끔하게 정돈된 옛 건축물 사이로 뭇 새들이 우짖으며 고운 자연의 소리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점 말고도 거기서 행하는 제례 및 제례음악이 세계 무형유산으로 별도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뿌리를 소홀히 하고, 현실적이고 즉물적인 이득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이 역사의 고향을 찾아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종묘는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종묘 앞에는 ‘세계 문화유산인 종묘를 살려주세요’라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 있다. 종묘가 죽어가고 있단 말인가? 사실 종묘는 서울시가 매일 수천 명의 노인들이 점령하고 유락지와 비슷한
노학균 <인터넷 독자> 최근들어 주말과 평일의 어느 시간대를 보아도 행락객의 차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물류를 운행하는 차량도 늘어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봄에는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가 따뜻한 봄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중추신경을 자극해줌으로써 나타나는 피로현상이 춘곤증이라한다. 기억이 어렴풋 하지만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천하장사도 자기 눈꺼풀은 못 든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또 고속도로는 교통 흐름상 국도와는 달리 신호등에 의해 제어 되지 않아 장거리 운행이 많은 고속도로에서는 졸음운전 비율이 높고, 운전자의 통행여건 및 운행 환경측면에서도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운전자가 100Km/h로 주행시 운전자가 5초간 조는 동안 진행하는 거리는 무려 120m이상을 주행한다고 한다. 이렇듯 졸음운전은 어느 누구도 제어할수 없다. 또 졸음운전 사고는 새벽시간대에 가장 많다. 전반적으로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 점심식사 이후 오후 2시 전후도 위험한 시간대다.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밤에 여행길에 나서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이라면 새벽이나 야간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장거리
지지부진하던 범여권의 대통합 신호탄이 올랐다. 우리당을 떠나 제3지대에서 대통합 신당을 창당하자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5일, 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 김근태, 문희상 세 사람이 발표한 공동성명이 그것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우리당 창당과 함께 당의장에 피선되어 노무현 시대의 한 축을 이끌다가 낙마한 사람이고, 김근태 전 의장은 5.31지방 선거 참패 이후 당 재건 임무를 띠고 의장직을 맡았지만 대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사람이다. 문희상 전 의장은 노무현 정부 비서실장을 거쳐 당의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이들 세 사람이 마침내 뜻을 모아 발표한 성명은 “대통합을 실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제3지대에서 대통합의 전진기지를 만드는데 모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그들은 대선 시간표에 쫓기고 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당원과 의원들이 동조할 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이들의 호소 대상은 물론 우리당 당원들이다. 지금 범여권은 당 사수를 주장하는 친노파 당원과 이미 당을 떠난 몇 개의 세력 그리고 지역당인 민주당에 흡수당한 세력들로 사분오열 상태이다. 우리당은 4.15총선거 때 152석의 원내 과반수를 넘는 대승을 거둔 집권당이었으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이른바 ‘검증전쟁’으로 경선전쟁의 국면을 전환하고 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박 전 대표 진영이 이 전 시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이 전 시장 쪽은 “박 전 대표 쪽이 ‘이명박 엑스파일’을 갖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양 진영의 대립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박 전 대표 진영의 곽성문 의원이 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시장이 친·인척 명의로 신탁한 재산이 8천~9천억 원 가량 된다는 시중의 의혹을 당 검증위에서 검증해야 한다”며 이 전 시장의 ‘8천억원 명의 신탁’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진영의 정두언 의원은 “친척 명의의 수천억 원대 재산소유 주장은 항간의 소문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양상은 수권정당을 자임하고 있으며, 국민의 지지율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와 그 측근들이 당의 공식기구인 검증위에 의뢰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그 혐의를 유포하고 여론의 힘을 빌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내거나 쓰러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12월 19일 대통령선거라는 본선에서 싸울 상대당
지난 4월 2일 국회는 분양가심사위원회 관련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경실련의 분양원가공개 주장에 국민 90%는 찬성을 했지만, 일부 개발관료, 국회의원, 언론, 학자, 건설사들은 ‘사회주의다’ ‘반시장적이다’ ‘집 안 짓겠다’ 등 온갖 논리로 반대를 했다. 결국 분양원가 공개는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기업은 61개 항목을, 민간은 7개항목만을 수도권과 분양가 상승 우려 지역에서 공개하도록 확정했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에서는 공무원도, 건설사도 아닌 분양가 승인기관인 시·군·구 단체장의 책임하에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분양가를 검증하여 공개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분양가심의위원으로 시민단체들이 직접 참여를 못하게 막아버렸다. 분양가 심사위원 구성원의 자격을 ‘교수, 건설업계, 공무원, 변호사, 감정평가사 등의 전문가 10인 이내’로 제한하면서, 한마디로 ‘시민단체는 빠져라’이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공익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원들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하여 건설사들의 폭리를 근절하고 집값안정과 서민들의 주거
화가 최석운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만한 정말 재미있는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에선 구수한 된장국처럼 진한 삶의 이야기가 노래하듯 술술 흘러나오는 듯하다. 경기도 양평의 한 전원에 자리 잡은 최석운의 작업실에 들어서면 작가를 닮은 듯한 그림들이 방긋이 웃고 있다. 씩씩하고 잘 생긴 녀석이나, 작가처럼 넉넉하게 생긴 녀석이나, 별스럽게 생긴 녀석 등은 모두 풋풋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사람 냄새가 나는 그림들을 그릴 수 있고, 그런 그림들과 함께 생활하는 최석운은 행복한 사람이다. 복돼지해인 올해에는 별의별 표정에 갖가지 모습을 한 돼지들이 그의 손에서 여러 마리 태어났다. 힘들고 복잡한 세상사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이 될 수 있는 이 돼지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다 팔려나갔다. 최석운의 고향인 부산의 을숙도는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아주 눌러 살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로 정겨운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감칠맛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들이 마음으로 보고 느껴왔던 것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가 좋지 않았던 90년 초에 가난한 예술가였던 그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사
이우성 <인터넷독자> 며칠전 국민 15%가 6월 6일이 현충일임을 모른 채 공휴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보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6월에는 현충일 뿐만 아니라 6.25 전쟁기념일도 있어 호국 보훈의 달이라고 하는데 제헌절이나 개천절로 착각한다던지 무슨 날인지도 전혀 모른다고 답한 자도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우리가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에게 무관심하는지 알 수 있다. 현충일을 6월 6일로 제정한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을 반영한 것으로 24절기 중 손이 없는날 중 망종에는 제사를 지내왔기에 현충일을 제정할 때 망종일인 6월 6일을 추모일로 정한 것이다. 고려 현종 5년 6월 6일 조정에서 장병의 유골을 집으로 봉송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즉,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용사들을 기리는 날은 손이 없는 날이어야 한다는 민속적인 생각과 6.25의 전쟁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날짜를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동란을 맞았고 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