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A군은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중 갑자기 책상과 의자를 집어던졌다. 말리는 교사에게 덤벼들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처럼, 주의가 산만한 ADHD나 우울증과는 달리, 화를 과하게 보이면서 폭력성이나 공격적인 증상을 보인다. 대부분 가정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무조건 수용해주고 아이의 문제를 부모가 대신 해결해주는 양육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의 지나친 인터넷 게임과 학업 성적 지상주의도 학생들의 감정 조절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일선학교에서도 사소한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여 말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져 학교폭력 사안처리되어 복잡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물며, 사회생활에서는 언어폭력으로 시작된 것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대형사건의 경우, 일종의 분노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범죄인 경우가 허다하다. 점점, 욱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욱하다’는 차분하게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말이나 행동을 불끈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매스컴을 통해 분노조절장애로 ‘욱’해서 범죄로 이어지는 것
해바라기 /정옥선 가는 손 유난히 털며 머리를 연신 흔든다 키 크고 눈도 맑은 중년의 미남이지만 오늘은 엄마, 엄마, 엄마, 원장님만 찾는다 미용봉사 육 년 동안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진땀만 빼다가 가위질을 주춤한다 원장님 손을 잡고서야 긴 불안이 멈췄다 보름 전 출혈이 심해 병원을 갔었단다 모두들 끝인가 하고 하얀 벽만 바라봤다고 창 너머 긴 해바라기의 흰 털들이 환하다 - 정옥선 시조시집 ‘딴죽’ 중에서 어떤 이는 금수저를 입에 문 채 금줄을 잡고 태어난다. 어떤 이는 썩은 새끼줄이나 잡고 구멍 난 호주머니에 달랑 흙수저 하나 넣고 태어난다. 어떤 이는 백년을 살아도 끄떡없을 건강을 지니고 태어난다. 어떤 이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도 고역일 만큼 몸과 마음이 아프게 태어난다. 어떤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사람의 진정한 능력이란 몸과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이다. 그들을 위해 진땀을 빼는 미용봉사의 가위질 같은 것이다. /김명철 시인…
국립현대미술관 2020년 전시계획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개관 50주년 및 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 4관 체제원년을 기념해 다양한 전시와 국제 심포지엄,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274만 관객들의 성원을 이끌어낸 바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2020년 ‘더 새로운 도약의 50년’을 기약하며 새해 전시 방향 및 계획을 소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 서울, 과천, 청주 각 관별로 공간적·지역적 특성에 따른 전시 차별화 및 유기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관별 핵심기능을 심화·확장시킨다. 덕수궁관은 서예, 문학 등 영역 확장을 통한 한국 근대미술의 지평 확대를 도모하고 서울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이자, 동시대 미술의 종합관으로 자리매김한다. 또 과천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맥락화 및 건축, 디자인에 이르는 미술사 확장과 어린이미술관 강화를 통한 연구중심·가족중심 미술관의 특성을 강화하고 청주관은 미술관 소장품 생애 주기로서 수장-연구-보존-전시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전략으로 삼는다. 2020년 전시는 ‘학제간 연구 바탕 전시’, &ls…
지구에서 29년을 살다간 요절 시인 기형도. 연평도에서 태어나 다섯 살부터 광명시에서 살았던 그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고 ‘빈집’을 노래했지만, 경기도는 ‘빈집’을 활용해 ‘접경지역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2020년도 접경지역 빈집 활용 정주여건 개선 공모사업’이라는 이름으로 3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은 분단 이후 수도권 규제와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겹규제로 인해 비어가는 마을을 살리자는 취지다. 빈집들이 많아지기 전에 실시했으면 좋았겠지만,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빈집 활용법’은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득창출시설과 생활편의시설 구축 ▲건물 개·보수작업(리모델링) ▲마을 경관 조성 등이 골자다. 이 골격 위에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내용(콘텐츠와 프로그램)들이 결합할 것 이라니 기대된다. 특히 역사·문화와 자연경관, 특산물 등 기본적인 바탕은 갖췄지만 소득·편의시설 등 생활기반(인프라)이 부족한 곳에 집중된다. 고양과 김포, 파주, 양주, 포천, 동두천, 연천 등 접경 지역 7개 시·군이 대상이다. ▲취약계층 비율이나 고령자가 30% 이상 ▲빈집과 30년 이상 노후된 주택 비율 5
눈물이 난다. 용인시 처인구에서 50대 남성의 시신이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그 집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한다. 시신을 발견한 것은 집 주인이다. 월세가 두 달 치 밀리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찾아갔다가 끔찍한 현장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이 아직까지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아마도 지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한다. 사망인이 마지막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이 지난해 11월 초였고 두 달간 월세를 내지 못했으며 시신부패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보면 사망한 뒤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알 수 있다. 누구로부터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과 그동안 아들이 죽은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부패해가는 시신과 장시간 같이 지냈을 치매 노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실제로 노인은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쇠약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치매는 자신이 낳은 아들이 사망했는지, 시신이 썩어 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따라서 전 세계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심해지면 용인의 노인처럼 아들이 죽은 지도 모를 뿐 아니라 스스로도 몰라본다.
2016년 4월 진도 7.8 규모 지진이 에콰도르 서부해안을 강타했다. 660명이 사망하고 1만6천여 명이 다친 대재난이었다. 네 살 난 ‘데이코’라는 소방대 소속 구조견이 생존자 7명을 구하고 사망한 소식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감동과 안타까움을 줬다. 급성 호흡부전과 탈진이 사인이었다. 훈련과 명령받은 대로 나흘 동안이나 밤낮없이 수색 활동에 몰두하느라 몸이 지친 상태라는 것을 - 심지어 목마른 것조차 - 몰랐다. 데이코의 순직을 통해 재난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생들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들어가는 과목이 심폐소생술이다. 보통 교육 끝 순서에 이 과목을 넣기 때문에 장시간 교육 참석에 심신이 지쳐 있고, 설마 심폐소생을 직접 사용할 일이 있겠느냐 하는 안일한 생각에 교육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몇 달 전 아파트 1층에 심장충격기 (AED)가 비치된 것이 눈에 띄었다. 2012년에 비치했다고 하는데 이제서야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그러다 문득 ‘공무원으로 퇴직한 사람이 우리 아파트 라인이나 공공장소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법을 몰라 인명구조에 나서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상이 영화의 작품성을 얼마나 보증할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탓이다. 그의 기세를 뒷받침하는 표시는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이어지는 수상 소식이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전부터 쌓아온 평판이나 영화 작업의 결과에 대한 신뢰가 있는 데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출력 좋은 수퍼카에 또 다른 터보엔진을 달아주는 셈이었다. 영화제와 영화상은 시상을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영화제는 여러 지역(나라)에서 참가한 영화들 중에서 심사를 통해 작품이나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고, 영화상은 일정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일정한 기간 내(일반적으로 시상식 전 1년 간에 상영한 영화)에 소개된 영화를 대상으로 부문별 수상자(작)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의 대상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의 골든글로브 상 최우수영화 외국어부문 상을 받았다. 조지아 영화비평가협회가 수여한 작품, 감독, 각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바로 이어 북미 ‘평론가상’(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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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세계적 화두다. 나라마다 경제 활동인구 대비 고령인구의 증가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인구 학자 폴 월리스는 이를 재앙이라며 ‘인구지진(age-quake)’이라 표현 했다. 인구의 증감에 따라 나라 경제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엄청난 격변을 겪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강도는 9.0 이상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전조 증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최근(12일) 통계청 발표에도 잘 드러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184만 9861명이다. 1년 전보다 0.05%(2만 3802명) 느는 데 그쳤다. 통계 공표 시작 이래 증가율과 증가인원 모두 최저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 심상치 않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해서다. 뿐만 아니라 국민 평균 연령은 42.6세로, 정부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8년 이래 최고점을 찍어 더욱 그렇다. 연령별 인구변동 추이를 봐도 심상치 않음은 마찬가지다. 아동 인구는 꾸준히 줄고 노인 인구는 급속히 느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확연히 드러나서다. 2018년과 비교해 1년 만에 0~14세는 16만
초·중·고 학생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에는 ‘진로희망사항’이라는 항목이 존재하지만, 학생들은 장래희망이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기재하는 학생부의 진로희망사항은 기록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진로희망 사유는 현재 고교 2학년까지 기록이 되며, 현재 고교 1학년부터는 진로희망사항 항목이 삭제된다. 더구나 중증장애가 있는 학생의 경우, 자기표현도 벅찬 학생에게 장래희망을 기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6월 여명 서울시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내 중학생 1천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서울시내 중학생 10명 중 4명은 장래희망이 없다고 답했다. 장래희망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복수응답에서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름’이 73.1%, ‘장래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음’ 32.1%, ‘한가지로 정하기 어려움’ 21.2%, ‘직업 종류 자세히 모름’ 14.9%, ‘가족의 기대와 내 적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