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화에는 아직 학교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방문교사가 등장한다. “다음 그림에서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물음 아래 책을 읽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낚시질을 하는 사람 그림이 나란히 제시돼 있다. 문제를 읽은 아이가 손가락으로 모자를 쓴 사람을 짚어주면 된다. “이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아이는 일단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내가 어떻게 모자 쓴 사람 이름을 알겠어요?” 이번엔 방문교사가 난감했다. 그 대답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옳은 답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건 학교에 들어가면 응당 모자 쓴 사람을 고르는 것(출제 의도대로 골라주는 것)이 정규교육이 요구하는 보편적 능력(요즘 식으로 하면 ‘기초역량’쯤?)이기 때문이다. 방문교사가 난감해한 것은 이런 경우 우리의 학교교육이 엉뚱한 혹은 의외의 답을 예상하거나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은 우선 아이의 반문(反問)을 장려하거나 응답자에 따라 각기 다른 답을 염두에 두는 번잡한 교육을 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생활은 건강을 첫째로 보기 때문에 ‘안녕하십니까?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나 목숨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건강하기 위해 좋은 것을 먹고 병원을 드나들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의사들은 최고의 건강 비결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건강하다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병원을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자고 싸는 것일까? 우선 잘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잘 먹는다고 비싸고 보기 좋고 먹기 좋고 맛있는 것이 좋은 식품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옛말에 입에 쓴 것은 약이 된다고 했다. 달콤한 맛을 내는 음식은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말이겠다. 요즘 흰쌀, 소금, 설탕, 조미료 등 흰 색깔은 밥상에서 없애라고 충고한다. 그것들이 우리 몸속에서 당뇨병, 동맥경화, 고혈압 등 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자연친화적이므로 비자연적인 요소가 개입되면 질병이 되기 쉽다. 특히, 우리가 날마다 먹고 있는 식품 가운데 화학물질에 오염된 식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우선 우리 식탁을 보면 알 수 있다.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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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플라스틱 용기·주전자· 빗 등 잡다한 물품 A~F섹션별 나눠 전시 시민참여 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 예술작품 ‘빛의 묵시록’으로 재탄생 ‘탑’ 형상화 작품들로 가득찬 C섹션 예술적 지향 가치 엿보이는 E섹션 등 일상과 예술, 예술과 비예술 경계 느껴 ‘최정화, 잡화雜貨’(아트스페이스 광교) 예술은 딱 뭐라고 규정하기 힘들지만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느끼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물이 지니고 있는 본래적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 특별히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하거나, 보통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물건으로 이목을 끌 필요도 없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플라스틱 생활용품, 혹은 추억에 젖게 하는 낡은 옛 가구와 도구들, 심지어는 하찮게 버려지는 일상 소비재로 각각의 개별적 특성을 인지하고 공간이 지닌 감각적 함의를 활용해 전체적인 조화나 부조화를 이뤄내면 예술이 된다. 오는 8월 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개최하는…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문들을 열고 닫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방문을 열고 화장실 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방문을 열고 가족들과 하루가 시작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서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된다. 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다. 회전문에 들어서면서 잠시 긴장이 된다. 둥근 원 안으로 들어섰는데 회전하던 문이 멈추면서 순간 당황했고 뒤에 있던 사람이 문을 밀자 회전문은 돌기 시작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어찌할 줄 몰라 했을 것이다. 별 것도 아닌데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많은 문을 접하고 산다. 어릴 때는 마당 넓은 집의 사립문을 열었고 청소년기에는 자물쇠를 채우는 문을 사용했으며 지금은 번호나 지문인식 혹은 카드를 대면 열리는 디지털 도어 록을 많이 사용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며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의 생활이 급격히 늘면서 공동현관 문도 거주자의 도움이 없이는 출입이 곤란하다. 잡상인이나 입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이기도 하다. 우리 자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대문 먼저 열어젖히고 마당과 골목을 쓸면서…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역대 도지사들도 한목소리로 국무회의 배석을 요청했지만 허공 속 메아리였다. 이제야 오랜 숙원이 풀어졌다. 비록 경기지역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경우에만 참석할 수 있다는 단서지만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인구 1천350만 명의 경기도가 980만 명의 서울시를 제치고 최대광역단체로 등극했다. 뒤늦었지만 당연한 수순(手順)이다. 이번 청와대 결정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의 리더십’이란 말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꾸준히 국무회의 배석대상에 경기도지사를 명시해달라고 국무회의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법적으로 딱 부러지게 명시된 건 아니지만 서울시장은 장관급, 경기도지사는 차관급으로 분류된다. 그간 국무회의에 서울시장만 유일하게 배석할 수 있던 것도 이런 이유일 듯하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15~30명이 참석한다. 그간 지자체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자, 11년 전에 국무회의 규정을 개정해 서울시장만 배석해왔다. 대통령인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그동
느낌 /여림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리도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라는 걸. - 여림, ‘안개 속으로 새들이 걸어간다’ 중에서 이러한 사랑의 순정성.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저것이 ‘사랑’이야. 사랑일꺼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나이는 몇 살쯤일까. ‘작은 둥지에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새’의 돌봄에 주목하는 사랑의 층위. 여림은 주로 홀로였을까. 그는 ‘함께’ 견뎌내는 마음을 사랑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주체는 “그리운 사람”을 멀리에 두고 농밀한 감정을 견디는 존재이다. 먼 곳에서 조금씩만 미워하자는데(‘손가락들이 봉숭아보다 더 붉어서 아프다’) 여림의 시 세계 속에서 사랑은 결국 고통으로 묶인다. 어떤 질문은 타자를 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향할 때 더욱 비극적이다. 왜 하필 너일까. 설명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멈출 수 없는 고통. 마침내 그는 “…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이 현금복지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그리고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나은 복지정책 성안에 기여할 수 있다면 환영할만 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염태영 수원시장이 준비위원장을,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간사를 맡은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기구로 6월 출범할 예정이다. 특위는 중앙-지방정부 간 복지 역할 분담 합의, 지방정부 자체 현금복지 성과 분석과 정책조정 권고안 도출,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공동 국가복지대타협 이행에 관한 대원칙을 2022년 지방선거 전까지 만들 모양이다. 특위는 전국 기초지자체가 시행 중이거나 계획한 현금복지 정책을 조사하여 효과 있는 정책은 전국적으로 시행할 보편복지로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효과 없는 정책은 일몰제로 적용하여 폐기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지방정부의 선심성 현금복지 과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선, 삼선을 노리는 지자체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현금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했다. 그러나 현금복지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지는데, 지자체마다 복지 공급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면 그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이냐는 물음도
지금은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날씨도 좋은 데다가 각종 꽃들과 신록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산으로 들로, 관광지나 유적지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이런 즐거움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만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동상의 불편과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게다가 관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나 지방정부마저 장애인 여행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여행하기 어려운 국가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인식도 높지는 않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여행에 불편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 한국소비자원은 장애인들에게 국내여행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결과 장애인의 국내여행 불편 응답 비율은 87.4%나 됐다. 10명 중 9명 정도가 여행을 하고 싶어도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관광약자인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지금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맞춤형 관광프로그램인 무장애 관광이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방정부나
‘진상민원’이란 행정처분 등에 승복하지 않고 자기 의사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시간 반복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민원을 말한다. 진상민원은 속어이고 정부의 민원행정 지침은 ‘고질민원’ 또는 ‘특이민원’이라고 칭한다. 진상민원의 특징은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고 장시간 민원공무원과 대화하려고 고집하며 때로는 고성까지 지르며 해당 공무원 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인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진상민원이 선과 악의 측면에서 악으로만 간주되는 것에는 재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진상민원 발생원인을 보자.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부문 고질민원 대응매뉴얼’에서는 민원인 입장에서 보는 민원발생 원인으로 민원 초기 단계에서 공무원의 대응 소홀,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의사소통 문제, 처리기관에 따라 동일유사 민원의 처리결과가 다른 점, 공공기관의 선제적인 민원서비스 환경개선 노력 부족을 제시하고 있다. 즉 공무원의 책임 또한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논리에 대해 민원인을 돕는 행정사 직업을 수행하면서 보다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다. 필자가 지난 1년여 동안 행정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심각한 문제점으로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를 잘 모르고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