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 후 소식이 끊겼던 동창생과 연락이 닿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린 시절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몇 장 보낸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사진을 찍은 기억도 별로 없거니와 집안 형편 상 그런 사진을 살수 없었기에 난생 처음 보는 자신의 어린 모습에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했던 시절에 사진을 찍는다는 일, 그리고 그 사진을 사서 보관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사진기를 대여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촬영 후 현상과 인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사진을 볼 수 있었던 시대는 꽤나 오랫동안 지속됐다. 필름을 사용하는 시절이 지나고 디지털카메라 시대인가 했더니 각자의 주머니 속의 전화기에 탑재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됐다. 번잡한 절차 없이 그저 손가락만 살짝 대면 최적의 화면을 즉석에서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으며 게다가 동영상 촬영도 가능한 세상이다. 사실 처음에 이런 환경에 접했던 119대원들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해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각종 현장에서 재난을 수습하는 소방대원에게 있어서 재난 현장에서의 활동 상황이 여과 없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혹시
“나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먹는 물리적 나이, 다른 하나는 신체적 나이다. 신체적 나이가 물리적 나이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총선 운동 중에 이렇게 ‘건강’을 과시한 마하티르 무함마드(93) 전 총리가 독립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루는 노익장을 과시해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00세에도 현역처럼 왕성하게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시대의 평균수명을 감안할 때 대단한 노익장이다. 물론 정년 몇 년 차이로 웃고 우는 보통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은 경지지만…. 그러나 운전만큼은 이런 노익장에서 예외다. 나아가 들수록 인지능력이 저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고령운자자의 교통사고현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려가 커지면서 고령운전자 야간운전 조건부 제한 등 갖가지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령층 10명 중 7명은 아직 운전을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반영한 정책 마련이 꾸준히 제기 되어 왔다. 실제로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운전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노년학회가 최근 6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없는 것도 쓸 데가 있다는 말이다. 장자(莊子)에 이런 말씀이 있다. ‘산의 나무는 스스로 베이도록 자라고, 호롱불은 그 기름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며 자두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꺾이고, 옻나무는 칠할 수 있기 때문에 베어진다. 사람들은 쓸모 있음의 용도는 알지만 쓸모없음의 용도는 알지 못한다.’ 우리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로는 위대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을 떠받히고 사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하찮은 사람들이다. 기름 묻은 장갑으로 땀 흘리는 기술자가 있기 때문에 전기도 쓸 수 있고 수돗물도 쓸 수 있다. 매일 새벽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인부들의 수고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정원들이 그림 같이 깨끗하다. 화염이 치솟는 불길 속을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안심하고 살아간다. 거리의 미화원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쓰레기 판이 된다. 뿐만 아니다. 조금 안다고, 조금 더 가졌다고, 아랫사람을 깔아 보고 우습게 여기고, 심지어는 남의 가슴에 무덤까지 안고 갈 악담도 한다. 그들이 누구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지는 모른다. 바…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다. 올라가려는 층의 버튼을 누른 후 한 쪽에 자리를 잡고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뒤에 탄 사람은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앞서서 이미 탑승한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친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가까운 곳에 서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부부 또는 연인이나 자신의 어린 자녀가 탑승했다면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행동으로 인해 둘 사이의 거리는 사라진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동물 사이에서 나타나는 ‘개체거리’가 사람 사이에도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개체거리란 동물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른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또는 비둘기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어가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처럼 사람에게 나타나는 개체거리를 ‘대인거리’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대방과 관계 정도에 따라 4개의 유형으로 나타난다. ‘공적거리’는 360~750㎝의 거리로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영…
한사람 /강빛나 당신의 무게 벚꽃잎보다 가벼웠나 봐요 해가 안 뜨는 줄 알았는데 밥을 먹어요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고 저녁보다 늦게 잎이 돋았다고 당신은 더 뛰고 비가 온다고 나는 우산을 돌렸어요 잠시, 당신 이마에 주름이 몇 개였나를 생각을 하다가 내일 아침 찌개에는 뭘 넣을까 고민해요 벚꽃 뿌리였던 당신 당신이 없는데 어떻게 봄이 오는지 별 것이 아닌지 삶과 죽음은 한길이다. 삶은 짧은 순간 떨어지는 유성과 같다. 또한 삶은 내가 나라고 불릴 때, 당신이 당신으로 있을 때만이 비로소 서로에게 쉼을 주고 은신처가 된다. 그러나 살다보면 준비되지 않은 이별, 원치 않는 이별, 어쩔 수 없는 이별 등, 수없이 많은 이별을 접하며 살게 된다. 그리고 고독이라는 짐을 홀로 져야하는 때가 누구에게나 기어이 오고야 만다.‘해가 안 뜨는 줄 알았는데/밥을 먹어요’ 화자는 슬픔의 깊이를 처연하게 가슴으로 몸으로 수행하고 있다. 새벽보다 일찍 일어나 나를 챙겨주는 당신의 주름살을 기억하려하지만 현실적인 내일 아침이 그것을 가로 막는다.벚꽃의 뿌리를 이제야 알게 된 ‘나’는 당신 없이 어떻게 봄이 오고, 꽃이 피는지 별일 없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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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협상 중단 고려 발표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인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 위협도 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른 것은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도출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은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서로 주고받을 조치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북한이 참여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본격화된 한반도 평화 여정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이 대미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데 대해 미국이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협상의 문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럽다. 북한도 협상의 판을 깨겠다는 게 아니라 아직은 미국과의 협상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일괄타결에 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의 강경 입장에 북한은 전격적으로 미사일과 핵 실험 재개 카드까지 꺼냈지만 회견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는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하고, 이에 상응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
지난 2월 한 차례 유행한 뒤 소강상태이던 홍역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확산되고 있다. 인천광역시에 따르면 14일 서구에서 베트남 국적의 29세 남성이 홍역 확진됐다고 한다. 이 남성은 지난 2월 28일 홍역 확진을 받은 베트남 환자와 접촉, 관리 보건소로부터 증상 발생에 따른 모니터링 대상이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홍역환자가 2명 이상 역학적으로 연관되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는 집단발생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인천시는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 지역 내 접촉자가 모두 86명임을 확인하고 위험군 접촉자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전파 차단에 나섰다. 29세 남성에게 홍역을 옮긴 사람은 지난 1월25일부터 2월10일까지 베트남을 다녀온 뒤 홍역에 걸렸다고 한다. 올해 인천시에서는 카자흐스탄 국적 3세 아동과 39세 여성, 베트남 30대 남성이 홍역 확진을 받은 바 있다. 인천 뿐 아니라 전국에서 홍역 확진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경북 경산에서 베트남 유학생이 고열·발진 등의 증상을 보여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치료에 들어갔고 8일 대전에서는 가족과 베트남에 다녀온 8개월 여아가 홍역을 확진 받아 격리치료를 받
각루의 개념이 수원화성에 도입된 것은 축성(築城) 막바지 단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성 1차 공사 때 완성된 시설 중 이름이 없던 북문 등 중요건물은 을묘년 행차 직전인 1795년 2월 22일에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이때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은 이미 완성되었지만, 을묘년 행차 때 만든 성조도(城操圖, 훈련도)에는 용두정(龍頭亭)으로 표시되어 방화수류정이나 각루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후에 지어진 세 각루 중 첫 번째로 완성된 서북각루는 화서문 서쪽의 팔달산 중턱에 2층 건물로 세워졌다. 지형도 높고 더해서 2층 누각으로 여기서 바라보면 만석거(萬石渠)와 대유둔(大有屯)을 넘어 멀리 지지대 언덕까지 보였다. 정조가 여기서 황무지 위에 만들어진 옥토 대유둔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뜨겁고 자랑스러웠을지 상상이 된다. 서북각루 위치는 팔달산 북쪽 중턱으로 서성(西城)과 북성(北城)이 교차하는 모퉁이라는 지정학적 의미가 있지만, 실제는 직각이 아닌 사선으로 되어있다. 동쪽 화서문과 146보(약 170m), 서쪽 서일치(西一雉)와는 약 62m(기록은 70보(84m)) 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치성(雉城)간의 거리는 여장 50타(약 200m)를 기준
오래전 필자가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유네스코학교를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학교현장에서 관심도가 낮아 도내 참여 학교 수가 겨우 4개교에 지나지 않았으나 현재는 경기도에 99개교, 전국에는 583개교가 참여하고 있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만큼 확산됐다. 유네스코학교는 학교 교육을 통한 국제협력 및 평화와 문화 증진이라는 유네스코의 기본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953년 11월에 탄생했다. 주 활동은 국제이해교육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평화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환경교육 등을 확산시키는 활동으로서 이 같은 활동이 오늘날 세계시민교육의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이란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이다. UN에서 정의한 바에 의하면 세계시민이란 세계 평화와 인권, 문화의 다양성 등을 잘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혼자 살아 갈 수 없듯이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과 같이 국가도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성장 발전한다. 따라서 세계화가 더욱 더 가속화될수록 새로운 질서에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대상 세계시민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칼리제이션(G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