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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 세력이 대한민국 이끌어야"

 

지령(紙齡) 1천호를 맞아 인터뷰를 하기로 한 손학규 경기지사와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11월2일 이었다.
손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에 대한 검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날이어서 심경이 복잡한 손 지사였지만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본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나 ‘경기도지사 재출마설’ 등에 대해서는 음모설을 제기하며 단호함을 나타냈다.

손지사는 요즘 하늘색 점퍼를 즐겨 입는다.

지난 5월 수도권발전협의회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격론 끝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후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입기 시작한 하늘색 점퍼는 이제 손 지사의 상징이 됐다.
“별다른 이유없이 입게 됐다”는 손 지사의 말과는 달리 세간에서는 “하늘 색은 한나라당의 상징 색이고, 점퍼는 일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코디네이터 없이 집사람이 주는대로 입는다”는 손 지사지만 ‘양복 부대’가 뜨는 행사장에서는 연예인 뺨치는 붉은 색 상의를 입어 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투자유치를 위한 외국 방문에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선물한 핑크빛 넥타이를 매고 나가 넥타이를 매개로 상대방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풀어나간다.
경기도지사 4년차를 맞아 원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손 지사가 이제 임기 7개월여를 남기고 있다.
단임(單任)을 선언한 손 지사의 임기 종료는 대권이라는 새로운 출발이시도 하지만 손지사를 둘러싼 환경이 그렇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최근 정가 일각에선 손 지사의 경기도지사 재출마설, 서울시장 출마설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터이기도 하다.
손 지사는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그 동안 쭉 내가 해야 할 일이나 시대적 도전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피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전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다만 “대통령 임기가 2년이 남았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지나야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손 지사는 대선 국면에서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까?
손 지사는 “개혁성, 도덕성 그리고 국가경영능력을 갖춘 미래지향적이고 실사구시 세력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며 예의 ‘개혁론’으로 화두를 삼았다.
또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도 갖고 있고 글로벌 안목 속에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국민의 에너지를 모으고 발전시켜 나갈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손 지사가 속한 한나라당 내부에서 손 지사의 ‘개혁 코드’는 어느 정도의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까?
특히 지난 10.26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로 보수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에 대해 손 지사에게 당내 역학관계를 물었다.
손 지사는 “정부 실정이 크다. 지방선거까지는 (한나라당의 깃발이) 통용될지 모른다”면서도 “멀리봐서는 개혁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는 말로 대선가도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지난 재선거에 당선된 2명 모두 개혁적인 인사”라며 “임해규(부천원미갑) 당선자는 민주화운동으로 대학졸업이 10년 늦어졌으며 정진섭(광주) 당선자는 민주화운동으로 사법고시 2차까지 합격하고도 결국 법관이 못 됐다”고 평가했다.
손 지사는 “역사는 거꾸로 갈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튼튼히 수호하고 시장경제에 충실하면서도 세계화?선진화의 깃발을 높이 들고 개혁을 거머쥐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보수는 수구, 정경유착, 부패의 이미지가 남아있는 만큼 개혁의 명분을 빼앗겨선 안 된다”며 “남북관계도 미래지향적.전향적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역시 ‘개혁론’에 대해선 마치 대선 출마 회견을 염두에 둔 것처럼 조목조목 막힘이 없었다.
당내 개혁론을 선도하고 있는 손 지사에게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도 들어봤다.
손 지사는 “현 정세와 관련해서는 ‘노코멘트’가 바람직하다”며 “지금 개헌이다 뭐다 해서 시끄럽게 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개헌논의도 아직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진영의 새로운 흐름인 ‘뉴라이트’와 관련해서는 “정권이나 정치세력이 개혁 구호만 있지 깊이 있는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보수운동이) 자칫 또 다른 과거 회귀로 간다든지 그러면 안 된다”며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국민을 놀라게 하는 정치적 승부수로는 국민의 마음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며 “민생을 챙기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등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정부여당이 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시대를 이기는 한나라당이 되기 위해서 뼈를 깎는 자기개혁을 계속해야 하며, 항상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크게 듣는 정당이 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민들로부터 나라를 책임질 수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며 당쇄신을 촉구했다.
정부의 실정이 거론된 만큼 경기도의 현안인 수도 이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주제를 돌렸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손 지사의 입장이 어정쩡하지 않느냐”라는 다소 공세적인 질문에 손 지사는 “수도 이전에는 분명히 반대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주어진 상황에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손 지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국회에서 다수의 동의로 통과됐고, 충남지역 주민들에게 ‘이미 여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선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에 보상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수도 이전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 지사는 “수도는 대통령을 비롯해 3권의 중심이 있는 곳이고,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행정이 기능이 가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그 정도, 행정기관이 지방에 있는 것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행정이 가 있다고 해서 행정효율성이 현저히 저하돼 경쟁력이 치명적이지는 않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부분에 대해 손 지사에게 해답을 구했다.
손 지사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며 “경기도는 위상이 워낙 커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타 지방은 힘이 약하니까 말을 못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손 지사는 또 “‘(중앙정부에) 요구를 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하는 사람 얘기”라며 “중앙정부는 떡을 쥐고 주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의 기본 정책이 반 수도권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도정과 관련 정기 인사에 대한 도청 안팎의 관심을 전하자 손 지사는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며 “인사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할 것이고, 급한 것은 아니니까 바로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 지사는 인사와 관련 “공무원들이 한번 가면 최소한 1년은 맘껏 해보겠다는 자세로 근무에 확실성을 갖고 계획대로 할 수 있도록 해 왔다”며 ‘인사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부단체장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 최대한 해서 지역 안정을 도모하도록 하고 싶다”는 의견도 전했다.
도정 3년의 평가에 대해 손 지사는 “경기도 공무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LG필립스 LCD단지 조성, 영어마을 사업, 좋은 기업 만들기, 일자리 창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면서도 “아쉬움이 많다”며 도정 마무리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손 지사는 차기 도지사 ‘재목’과 관련 “역사의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도지사는) 도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경기도의 위치.위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가는, 선진국으로 이끌고 나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 지사는 또 “단순한 행정가로서, 기능적인 것 보다는 대한민국의 엔진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시대정신이 중요하다”고 한 차례 더 강조하기도 했다.
대담: 김진호 정치부장 정리: 정상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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