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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재배 농민 음독 자살

기생충 김치 파동으로 배추값이 '껌값' 수준으로 하락해 농민들의 근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영농조합 결성을 주도하며 무농약 채소류를 재배하던 농민이 농업대출금 상환을 앞두고 자신의 채소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극약을 마시고 나흘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가족과 농민들은 "식약청이 기생충 김치와 관련해 제대로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발표를 해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식약청과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50분께 수원시 연화장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한모(58)씨의 빈소에는 유족들과 영농조합원들이 한씨의 영정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었다.
유족들은 "수입 농산물 개방에 맞서 친환경 야채류를 재배하기 위해 1억원 이상의 농업대출금까지 받아 의욕적으로 일해 왔다"며 "기생충 김치와 관련해 식약청의 무책임한 발표로 배추값이 하락해 결국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억울해했다.
지난 14일 오전 3시께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의 한 엽채류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한모씨가 극약을 마신 뒤 부인(55)에게 "죽으려고 극약을 먹었는데 죽지 않으니 119에 신고해달라"고 전화했다.
한씨는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에 의해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나흘만인 17일 오전 7시께 끝내 숨졌다.
30년 이상 농업에 종사해온 한씨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맞서 농업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지난 2003년 다른 7명의 농민과 함께 B친환경영농조합을 결성, 무농약 야채류를 재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B조합의 동료 농민 김모(60)씨는 "(한씨가) 누구보다 농업에 희망과 긍지를 갖고 열심히 일하던 분이어서 착잡하다"며 "조합도 설립 3년째를 맞아 판로가 확보되는 등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씨가 속해있던 수원시 원예농협의 한 이사도 "쌀 농가의 어려움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시설원예 농가도 농가부채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며 "특히 김치와 관련한 식약청의 애매한 발표가 우리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분노했다.
한편 경찰은 "(한씨가) 2천여 평의 친환경 채소류를 경작하면서 받은 1억원 이상의 농협대출금 중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1천500만원을 갚을 길이 없어 고심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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