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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남의 탓에 공교육 실종”

이 종 태 한국교육연구소 소장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문제가 쉬워 변별력이 없었다, 논술이 대입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등 온갖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대입제도의 문제점과 공교육이 추락한 우리교육의 현실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육연구소 이종태 소장과 함께 대입제도의 개선 및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방안과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10여년간 교사·정책집단간 대립 갈등의 연속
단위학교 자율성 보장·간섭 규제 최소화해야

현 수능제도는 학생 능력 올바른 평가에 한계

2030년 목표 내년 8월 비전·학제개편안 마련


-대입수능이 끝났다. 현재의 수능제도를 어떻게 보는가.
▲현재의 수능은 해마다 좀 쉽게 나오면 ‘변별력이 없다’고 하고, 좀 어렵게 나오면(이런 경우는 몇 년 전에 딱 한 번 있었지만) 사교육비 증가 운운 하면서 관련자들을 비난하고 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고르기 문제에서 누가 몇 문항을 더 맞혔는가’로 사람의 우열을 판단한다는 방식에 찬성하기 어렵다. 잘 몰라도 정답을 고르는 요령만으로, 때로는 요행으로 정답을 맞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른 영역에서 획득한 점수가 동일선상에서 비교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예를 들어 사탐과 과탐, 또는 사탐 안에서도 세계사와 지리가 서로 다른 영역인데 이것이 대입에서 동일한 비중을 가지고 비교될 때 늘 어느 쪽이 더 쉬웠나 어려웠나 하는 난이도 시비가 있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결국 수험생들은 ‘볶을 복’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수능 제도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능에 대한 대입 의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 짧은 시간에 대량의 문제를 풀도록 하는 수능시험의 방식 자체가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작해야 학생들의 실력을 ‘개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과거 예비고사 시절처럼 자격고사 형태로 바꾸든가 아니면 대학별로 수능점수 반영 비율과 방식을 전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하되, 수능 시험 방식을 학생들의 실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목(영역)별로 자신이 원하는 점수를 얻을 때까지 반복해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다든가 객관식 위주의 출제 방식을 바꾼다든가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수능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문제이다. 학생들의 상대적 점수 분포에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대학에서는 무슨무슨 영역에서 몇 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든가 아니면 최소 영역별로 몇 등급 이상이 몇 개 이상이면 된다든가 하는 기준을 미리 상세하게 고지해야 한다.
그럴 때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얻어야 할지 알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A 레벨 시험이 이런 방식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능 시험이 글자 그대로 ‘수학능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출제되어야 한다.
즉, 수능 제도 도입 초창기의 취지처럼 학생들이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 얼마나 많이 암기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수능은 ‘쉽게’ 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생각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입시위주 교육의 대안으로 흔히 전인교육을 들었지만, 이제는 좀 달리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막연하게 ‘전인교육’이 아니라 미래 사회가 어떤 인간을 요구하는지를 고려하여 실제로 학교교육이 그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식기반사회는 과거의 교과 지식에 통달한 사람보다는 ‘문제해결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 능력’ 등을 구비한 사람을 원한다.
OECD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역량 중에서 교육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을 ‘핵심 역량’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한 내용들은 전통적인 교과지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따라서 학교의 조직이나 학습 방법들도 질적으로 달라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학교교육 체제 하에서도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나 학생들의 인격과 시야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학교보다 학교 밖의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 교육이 학교에 의존하는 부분이 점점 더 작아질 것임을 의미한다. 앞으로 학제를 포함하여 교육체제 전반의 일대 변화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한 조언은.
▲백약이 무효이다. 교육에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말로는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하나 사실상 의지가 없거나 남의 탓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요체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수요자(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의 결과가 사회적 적합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얼마나 사명감과 헌신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는가에 달려 있고, 후자는 입시정책을 비롯하여 교육정책을 얼마나 사회의 흐름에 부합하게 만들고 시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교사집단과 정책 추진 집단은 끊임없이 대립 갈등하면서 사실은 그들 당사자의 이익만을 챙기기 바빴고 기실 아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일에는 소홀히 하였다. 정책집단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면 교사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어긋날 경우 온갖 이유로 반대하고, 정책집단은 이를 이유로 개혁과 변화를 포기하거나 태만하였다.
이제라도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교육이 어느 정도 살아나려면 가능한 한 단위학교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모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교육과정이나 교육재정의 운영이 거의 전적으로 학교 단위로 결정될 수 있는 권한을 단위학교에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교직원 인사이다. 가급적 단위학교에서 교사나 교장을 임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거기에 학부모나 지역사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치 대안학교가 운영되듯이 동네마다 있는 학교들이 학부모와 지역사회 인사, 학생까지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를 가꾸어 나가며 필요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나 교육청은 이러한 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지원하며 특히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교들에 대하여 집중적인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의 한 방안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대안학교는 어떻게 보는가.
▲대안학교는 많은 학부모나 학생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것은 그곳에서의 교육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사정이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여 그에 맞도록 지도하며 교사들이 매사에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노력함으로써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있다. 학업성취도로 대표되는 교육의 성과 측면에서도 별로 나쁘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공교육이 가야 할 방향도 이러한 대안학교의 실험에서 많은 것을 시사 받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단위의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하며, 학교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이면서도 생산적일 수 있도록 상급기관(교육청·교육부)의 간접과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교육혁신위 위원으로서 다양한 일을 하는 것으로 안다. 현재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일은.
▲현재 교육혁신위원회가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고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현재의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개선 정책을 입안하여 제안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교육을 큰 틀에서 구상하는 일이다.
현재의 교육을 개선하는 일 중에 대표적인 것은 교원정책 개선이다. 이것은 지난 8월 최종 확정하여 대통령께 보고하고 현재 교육부에서 세부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원 승진제도를 대폭 개선해 연공서열보다는 교사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승진이 가능하도록 한 것과 공모를 통하여 교장이 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미래 교육의 구상은 내년 8월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다. 여기에는 2030년을 목표 연도로 하여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하는 것과 학제 개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의 두 가지 과제를 추진 중이다.
학제 개편 방안에는 2030 시점에 크게 달라질 사회의 모습을 고려하여 우리 교육이 얼마나 달라져야 할지 가늠하고, 그에 따라 학교의 형태나 교육과정, 교육행정체제 등 교육의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담게 될 것이다.
/류재광기자
zest@kgnews.co.kr


■ 이종태 소장은


·학력: 1975년 경기고 졸업. 1979년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졸업. 1984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대학원 졸업. 1995년 서울대학교 교육학 박사학위 취득.


 ·경력: 1995~2002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2005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2005년8월~. 한국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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