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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5>-김철호 국립국악원 원장

“소리·몸짓 아닌 국악의 정신문화 보존·전승해야”

 

- 안녕하세요. 이렇게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 아니오. 오랜만에 선생님 뵈서 반갑고 경기도 우수 신문으로 알고 있는 경기신문과 대담을 함께 해서 기쁩니다.

 

- 국립국악원장으로 연임하시면서 4년째 계신데요.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책임지는 분으로서 국립국악원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해주세요.
▲ 제가 나름대로 국립국악원 소개말을 쓴 것이 있는데 저는 우리 민족정신을 이어가고 서로의 존엄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기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의례적인 소개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우리 국악의 정신이 그러하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하겠습니다.
인간은 결국 아름사운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어울려가는 세상을 지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립국악원은 우리 민족이 수천년동안 담아온 그런 정신과 소망, 예술적 내용들을 다루는 곳입니다.
단순히 소리나 몸짓을 보존, 전승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악이 가지고 있는 정신을 소중한 문화로 여기고 보존해야 하는 곳입니다. 이집트의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고 캄보디아의 정신이 담긴 건축물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우리 민족의 독특한 음악은 사라져서는 안됩니다.
수천년동안 민중이 소리와 몸짓에 담고자 했던 세계와 소망을 이해하고 전 인류와 공유해야 합니다. 또 그것을 새롭게 단장해서 이 시대의 아름다운 것을 담는 것을 주요임무라 생각합니다. 학생, 일반, 외국인, 새터민, 노동자 모두가 우리 예술을 이해하고 언어가 달라도 전 인류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 그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술이란 것이 세계관이고 그것을 담는 그릇인데 그 형식만 남아 있다는 것 말입니다. 단순히 듣기 좋아서 전승된 것이 아닌데 그 정신은 남아있지 않고 소리만 남아있는 현실, 국립국악원이 그런 부분에서 정신을 이어가는 역할을 수행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선생님 말씀 참 좋은 지적입니다. 음악 그 자체가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개념을 갖고 대화하는 것 조차 찾기 힘듭니다. 오랜만에 그런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좋습니다. 저 역시 그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과거 우리 예술은 ‘착하게 열심히 살면 하늘이 도움을 주고 못되게 살면 언젠가 벌을 받는다’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이미 인간에게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그 선함을 추구한 것이 예술의 정신이지 않았을까요. 오늘날 서양이 동양예술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소리나 몸짓의 특이하기 때문이 아니라 선함을 추구하는 정신, 하늘의 뜻과 통하는 ‘천지인’적 예술로 여기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선한 세상에 의를 바탕으로 선과 의를 조화시킨 예술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궁금한 것인데요. 국악이라고 해야 하나요, 전통음악이라고 해야 하나요. 한국음악이라고 해야 하는데, 저도 헛갈려서 섞어 쓰게 되는데 우리음악이 한국의 가치관을 담는다면 어떻게 불러야 하는 걸까요.
▲ 그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서양음악이 그냥 음악이었죠. 나중에 동양음악과 구분하기 위해 서양·동양을 붙였고, 동양음악을 한국과 중국 등 각 나라별로 구분하기 위해 부른 측면에서는 한국음악이 맞겠죠. 우리가 개화이후에 습관적으로 음악하면 서양음악을 이야기하고 한국음악을 국악으로 불렀다는 상황적 측면에서도 국악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즉, 국어나 국사 등 현대적 의미로 볼 때 국악이라는 용어가 나쁜 것은 아니죠. 다만 국민학교를 일재잔재로 여겨서 초등학교로 바꾼 사례 등을 통해 파악한다면 국악이라는 말은 일본식 잔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따져보면 일반적으로는 한국음악이 맞는 표현이고, 지엽적으로 국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잘못된 것이겠죠. 하지만 일반명사화 했다고 생각하면 국악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죠.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 국립국악원도 있고 경기도에 국악당이 들어서는 등 국악에 대한 체계적 교육 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는 듯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한국음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악 교육 전문 인프라가 풍부한 것도 아니고, 교육자의 올바른 인식 확립도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저 또한 그렇지만 내·외형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 속에서 국악이 깊이 뿌리 내리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개선해야 할 지 말씀해 주세요.
▲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음악을 통해 예쁜 세상을 실천하시고 항상 어른부터 어린이들을 위해 그런 노력을 해오셨기 때문에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훌륭한 인재, 나아가서 인류를 행복하게 만드는 예술가를 키우는 것을 10대 때 모든 것을 경쟁하게 만들고, 결정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일부는 사람이 오랜시간을 두고 발전하는 것인데 10대때 평가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둘 다 일리있다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후자쪽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다운 사람으로서의 ‘자기사랑’을 추구할 수 있는 장으로 예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교육중에 한국사람이면 당연히 한국의 예술을 접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과정에 몇 퍼센트를 차지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모든 것이 이뤄지는 10대까지의 교육과정에서 한국인이 한국문화를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그 누구하나 시조나 판소리 한 대목 못합니다. 5분이 길다면 3분이라도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르셨던 옛 노래, 자기 지역의 소리 등 하나만이라도 배운다면 생활에서 우리문화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음식, 춤, 미술, 음악 등 우리문화를 단 5분만이라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도 이같은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모든 선생님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기본 교육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교육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면 국립국악원에 연락해주십시오. 힘닿는데까지 알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그런 측면에서 어른이 된 후에도 교육이 이뤄져야 할텐데 찾기 어렵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생색내기용’이 많은데요. 선생님들도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재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음악에 대한 인식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죠.
▲ 그것은 학생들 잘못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 책임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단순히 보존, 전승하는데 명맥을 유지하는 정책으로 갔습니다. 현재 국립국악원과 문화관광부가 생활속의 국악을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각 학교 특별활동에도 국악교사를 파견하고, 각 음악교사를 국립국악원에서 재교육하고 있습니다.
예술하는 분 또한 재교육을 하고 있고요.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진행하고 있는데 여건이 갖춰지면 일선에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분들에게 교육을 할 것입니다. 각 지역의 문예회관에서도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우리음악을 각 공연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제가 얼마전에 미국의 보스턴 미술관을 다녀왔는데요. 일본 관련 작품을 보면서 서양의 일본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좀 언짢았습니다.(웃음) 전통과 현대를 섞은 퓨전 작품을 제외하면 한국문화의 근본적인 것은 소개가 덜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또는 국력에 비해 문화홍보비용이 적습니다. 문화부 예산이 전체의 1%가 될까말까합니다. 우리문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가 성장하는데 수출과 무역의 역할이 대단히 컸습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문화도 수출되어야 합니다. ‘수출한국’ 이미지에 ‘문화’ 이미지를 입힐 필요성이 있습니다. 문화의 이미지가 입혀진 정보통신, 자동차, IT제품들 등 모든 것에 한국문화를 담을 수 있습니다.
서양문화는 대체로 예술 자체의 미를 중요시 여기는데 이것은 서구미술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영화나 크로스오버, 퓨전 문화로 홍보할 수 도 있지만 국악과 같은 한국의 기본정신이 담겨있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문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하늘과 소통하는, 천지인이 통하는 예술입니다. 민화나 시조, 판소리 다 그러합니다. 우리문화의 특성을 정책에 적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자연스럽게 문화국가 이미지로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조금 다른 이야기를 여쭤보자면 요즘 사회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천지인, 소통 등의 보편적 가치가 사라져가는 것 같습니다. 국립국악원장의 입장이 아니라 한국사회 원로로서, 리더로서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 우리 조상들은 세상이 우리에게 선하게 살라고 한다는 말을 받들어 살았고, 그것이 우리 예술에 녹아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우리 문화와 민족성에 대해 ‘한’과 ‘신명’을 이야기합니다.
일리있는 말씀이지만 어떤면에서는 치우친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의 근본적인 것을 한이나 신명으로만 이야기하면 안됩니다. 저는 한국문화의 중심에는 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은 나눔입니다. 치우침이 없죠. 나눔의 문화, 정의 예술이 우리 예술의 근본입니다. 이것을 생활에서 실천해 나가면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 문화의 기본을 실현하면서 바보같이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재물을 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습니까. 부끄럽지 않게 돈을 모으고, 부끄럽지 않게 정치를 하고, 의롭게 예술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말은 쉽게 하지만 실천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외로워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선생님 앞에서 공자말씀을 인용하자면 자신을 몰라주는 것을 섭섭해하지말고 내가 남의 뜻을 알아봐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참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조금씩 외롭고 힘들 수 있지만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은 없는가를 돌아봐야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개인, 사회, 당, 집단,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경기도 문화계 인사들에게 한국음악의 수장으로서 개선점과 부탁의 말씀을 전해주시죠. 좀 세게 하시죠(웃음)
▲ 좀 세게는..(웃음) 그래도 경기도가 한국전체 환경을 따져 보자면 전통예술문화에대해 조금 관심을 가진 편입니다. 수도권으로 재원이 집중되어 있으니까 다른 지역에 비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전통예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촌 화단을 꾸미듯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양성해야 합니다.
문화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돈이나 무기를 가졌을 때의 결과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국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중심 경기도로서 ‘이 사회의 지켜가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경기도민은 어떻게 아름다운 생활을 할 것인가’ 등의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전통예술적 가치와 함께하는 경기도민은 아름다운 지구촌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파리, 뉴욕의 시민을 부러워 할 필요없도록 도가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어설프게 뉴욕에서 유행하는 뮤지컬을 싼값에 보여주는 것도 정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입니다. 기본적으로 문화도민으로 살아가는 것의 출발은 이땅의 아름다움, 선함, 의로움을 체득하고 실천하고 즐기면서 살 줄 아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정신을 담고 있는 우리 문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구색맞추기용이 아니라 초·중·고 교육에 그러한 뜻을 반영해 실시해야 합니다.

 

 

김철호원장은
우리의 고유 예술혼을 지키고 있는 국립국악원 16대 원장으로 취임한 김 원장은 러시아 페트로자보스크 국립국악원 지휘과를 졸업하고 청주시립국악원 및 대전시립국악원 등에서 상임지휘자로 활동해 왔다.
상임지휘자 등을 맡으면서도 연주에 대한 집념을 떨치지 못하고 국악원 현역 연주인으로 활동, 식지 않은 국악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산하 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 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악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늘의 창조는 내일의 전통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설파, 국악에 실험정신을 접목해 새로운 국악 발전의 페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최창남작가는
최창남 작가는 노동가요 작곡가로 유명하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29살에 서울 시흥2동 산동네에 새봄교회를 설립해 탁아소와 야학, 진료소를 운영했던 그는 전도사라는 직책조차 그들과 하나되는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도사란 이름마저 버리고 경상도의 한 공장으로 들어갔다.
노동자들이 두세 달을 버티기 어려운 농약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박노해 시인의 시 <노동의 새벽>과 <모두들 여기 모여 있구나>, <노동해방가> 등을 작곡했다. 이 노래들은 노동판의 고전이 되었다. 그는 86년 안양에 정착해서도 안양민요연구회와 안양독서회, 우리그림, 안양문화예술운동연합,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등의 결성에 참여하는 등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최창남작가
/정리=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사진=최윤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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