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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7>-윤수천 아동문학가

 

-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는데 자리가 좀 특별하네요.
▲ 내가 원로라 할 수 없는데(웃음) 이렇게 대담하라고 하니까 어깨가 무겁네요. 잘 지냈죠.

 

- 원로 맞으시죠. 저도 동화구연하고 동시를 쓰지만 선생님처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예요. 동화작가로 평생을 살아오셨는데 후회는 없으신지요. 선생님께서는 천상 동화작가라서 다른 길을 걸었으며 하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데요 그래도 가끔은 내가 다른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 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문학 공부를 좀 더 철저히 할 것을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꿔 말하면 젊은 날에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욕심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인간은 최선만 다해 가면서 살 수는 없는 동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문학 말고 다른 길을 걸었다면 학교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것도 국어 선생님요. 어쨌든 제 인생을 글과 떠나서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요즘에는 어른들이 보는 동화책과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나와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화가 어린이들을 주 독자층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인 것 같습니다. 동화의 기원이나 개념이 무척 궁금합니다.
▲ 동화는 쉽게 말해서 ‘재미난 이야기’ 예요.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우선 줄거리가 있어야 하겠고 읽거나 듣고 났을 때 모두가 즐거워야 하는 거죠. 즐겁지 않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어린이는 없지 않겠어요. 요즘은 특히 영상 시대라서 동화도 전보다 더 재미있게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동화를 읽는 아이나 어른이나 눈높이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한마디 덧붙이자면 동화는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삼지만 어른이 읽어도 유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 아이라고 해서 과거에 때리고 바보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개그를 보고 웃지 않습니다. 이제 코미디도 언어로 주고받는 블랙 코미디가 인기를 얻고 있지 않습니까. 동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을 주 독자층이라고해서 유치하고 장난끼만 가득한 동화는 죽은 이야기인거죠. 어린아이와 어른이 함께 봐도 감동할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살찌우는 마음의 양식입니다. 특히 인격형성기에 있는 유아들에게는  더더욱 책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책이 유아들의 인격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 동화작가인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책은 밥입니다. 정신을 살찌우는 밥이지요. 따라서 정신이 발달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쥐라기 공원’을 만든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기의 모든 상상력은 책에서 나왔다고 고백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여전히 다른 이들의 책에서 소재를 얻습니다. 서점에 가서 표지만 보고도 그 내용을 짐작하고 다른 상상력을 키우죠. 거기서 새로운 소재가 나오고요. 책에는 저자의 인생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습니까. 오래 세상을 살았다는 저도 제 경험에서 얻는 것이 부족해 서점에 들러 다른 이의 책을 봅니다. 그러니 어린아이들에게 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잔소리겠죠.

 

 

- 동화책의 주제에 대한 말이 나왔는데 요즘은 책을 집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습니다. 티브와 컴퓨터 등을 접하면서 주 고객층인 어린이들이 무척 영악해 졌다고 할까요. 그 만큼 감동을 주거나 격언 등을 전하기가 어려워 진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경로를 통해 주제를 찾고 고민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시대에 따라 주제도 달라진다고 봐야겠지요. 옛날에는 나라에 대한 충성심, 부모에 대한 효심을 주제로 한 동화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런 주제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보다는 가족의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동화의 주제로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들, 일테면 치매 같은 것도 동화의 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실태입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이 영악해졌다는 표현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저 어린아이들이 과거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컴퓨터나 티브이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가 빨리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손녀도 제 동화를 읽고 사람이 죽으면 ‘왜 죽이느냐, 나쁘다’고 지적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이 확실합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인거죠.

 

 

- 요즘 사회 양극화니, 정치 불신 등 우리 사회가 극도의 혼란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제들을 동화로 푼다면 선생님께서는 어떠한 해결방안을 전개하실 지 무척 궁금합니다.
▲ 정치 문제 같은 것은 다루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간의 불화나 갈등 같은 것은 얼마든지 동화화할 수가 있지요. 문제는 그것을 얼마만큼 작품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학은 현실을 외면할 경우 생명력이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동화도 마냥 동심에 호소하며 사회현장들을 외면할 수 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책을 쓰는 저자 또한 현실을 간과하고 잘못된 시대흐름에 편승하는 것 또한 죄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위정자들이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들의 주인공 처럼 행동했으면 하는 것이지요.
동화책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이익이나 안위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슬기로운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지요. 어른들이 자신의 욕심을 차리기보자는 남을 그리고 나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동심으로 모든 일을 처리한다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평안하고 국민 모두가 지지하는 정치권이 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입니다.
 
- 오늘 날의 혼란상은 각자의 욕심이 과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어려운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어려운 사람을 지극 정성으로 도와주는 동화의 주인공이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순수하던 동심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은데요 어른들에게 동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요.
▲ 동화는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하는 문학이지만 어른에게도 유효한 문학입니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아주 좋은 문학이지요. 우선 활자가 크고, 내용이 단순해서 읽기에 편하지요. 제 생각인데 앞으로 어른 특히 고령자를 위한 동화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무료한 노인들의 사그러지는 동심을 회복시켜 주고 고독한 하루를 새롭고 희망차게 열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현상들은 옛날 단순한 경지를 넘어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그 만큼 해결 방안도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지요.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어른들의 사고 또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게 되는 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상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당연히 도와야 하는 측은지심의 마음 같은 것이지요. 동화를 떠나 이 것이 곧 인지상정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정이지요. 우리 사회의 혼란 상은 비범한 지식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상식, 인간관계로 접근하고 풀려고 노력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이라는 확신이 섭니다.
 
- 많은 동화책들은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만나 사투리는 물론 각자의 생각들을 대화를 통해 좁히는 등 서로의 이해를 통해 하나가 되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무엇이 부족해 남과 북이 대치하고 반목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며 서로 가까이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 지요.
▲ 어른들은 어린이들과 달리 이해 관계부터 따지게 되지요. 그것이 남북 관계에도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문제이기도 하고요. 방안요? 글쎄요......
상상 속에서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손에 손을 마주 잡고 개나리가 노랗게 물든 들판에서 화해하는 모습들. 현실은 아니지만 우리 5천만 동포들 모두 갈구하고 꿈꾸는 현실 아닙니까.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동심을 기반으로 언제든 지 서로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작품 속 주인공이 아닌 동화작가로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불신사회죠. 믿음이 없는 사회는 제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일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개인의 불신부터 사회전반에 흐르는 불신, 이 것이 광범화 되면서 우리 사회의 병폐로 자리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은 서로의 불신에서 오는 타인에 대한 배척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을 바닥에 깔고 이뤄지는 모든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관계 모두는 치유도 어렵습니다.
어떤 새로운 의식화운동 또는 문화운동을 통해 국민들 모두 서로 신뢰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고 특효약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안는 사람간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에는 유명 작가들의 대필 문제가 문학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학은 인간의 감성을 활자를 통해 표현하는 작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영혼을 판다는 말로 비판을 가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 대필 문제, 질문자 말씀 그대로 영혼을 파는 죄악입니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자존심을 팔고 자기의 정체성을 버리는 극한의 방법이지요.
가끔은 유혹을 당할 수 도 있다고 봅니다. 베스트셀러니 뭐니하는 것들이 책의 내용보다는 얼마나 많이 팔렸느냐 하는 상업성의 문제로 비회되기 때문이지요. 좋은 책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은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나 질보다 상업성을 최우선하는 풍토가 자리하는 현실은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상업성을 앞세워 수익을 많이 올리겠다는 생각에 작가의 자존을 빌어 대필하는 작업들이 만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문학의 근본까지 해칠 수 있는 죄악인 만큼 척결해야 할 문제점이지요.

 

 

- 동화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동화작가는 어떠한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 말씀해주십시오.
▲ 자연에 대한 경외심,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 동화작가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이 동화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저는 곧 잘 사람이 태어나 동화책을 읽는 과정을 ‘남자의 눈물’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흔히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 하지 않습니까. 태어날 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를 잃었을 때 말입니다.
동화도 어릴 때, 부모가 돼서 자녀에게 읽어 줄 때, 그리고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가 돼서 손자들에게 읽어 줄 때 말입니다.
 동화작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은 이 같은 진리를 꼭 마음에 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세 번 울릴 수 없는 빈약한 감성을 지닌 사람은 작가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 글로 옮겨야 한다는 말 입니다. 결론을 동심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부단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 동화작가로서 최고봉에 올라 또 다른 바람이 있으시냐는 질문을 드린다는 게 결례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래도 앞으로의 바람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지요.        
▲ 최고봉요? 그건 제게 맞는 말이 아니고요, 그저 저는 항상 신인의 자세로 지금도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올해 계획은 이미 원고가 출판사에 들어가 있는 것까지 해서 동화책은 세 권 정도, 그림책은 한 권 정도를 출판할 계획입니다. 열심히 써야지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른들의 동심을 일깨울 수 있는 추억의 책자들도 집필하고 싶습니다. 과연 욕심 대로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는?
윤수천윤수천은 1942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글쓰기에 매진했다. 한국 아동문학상,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아동문학을 지키는 대가다.
수원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 작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후배 양성은 물론, 지역 시민들을 위한 강좌를 열어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동화 ‘쫑쫑이와 넓죽이’를 비롯해 ‘은행나무 마을의 주먹코 아저씨’, 동시집 ‘아기 넝쿨’, ‘겨울 숲’, 시집 ‘너에게는 나의 사랑이 필요하다’ 등이 있다.

 

 

윤금아 동화구연가는?
전남 해금에서 출생한 윤금아씨는 경기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아동문예문학상에 당선된 이후 어린이를 위한 동시와 동화를 집필하고 있다.
낭랑한 목소리로 동시를 낭송하고 동화를 읽어주기도 한다.
현재 도내 곳곳에서 어머니와 어린이에게 동화구연과 독서지도 강의를 하고 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경기시인협회, 수원문인협회, 아동문예작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윤금아 동화연구가
정리=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사진=최윤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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