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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毒 미래의 藥”… 빗장열고 세계와 맞장

한미 FTA 문화산업 분야 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문화산업분야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미국 법에 따라 저작권보호기간을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함으로써 출판과 음악, 캐릭터 등 문화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2천111억원에 이를 것으로 문화관광부는 추산했다. 이 가운데 미키마우스 등 미국 캐릭터에 지급해야 할 비용이 1천407억원으로 가장 크다.

저작권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
출판·음악 등 추가 비용만 2천억
스크린쿼터 축소 ‘한류’에 찬물

출판계 - 국내작가 발굴·다른 매체 응용 독자확대 최선

출판분야는 외국 서적을 번역·출간해온 국내 영세 출판사들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고전명작이나 학술서적 등의 출판이 위축될 수 있다. 출판분야에서 향후 20년간 발생할 저작권료 추가비용은 679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으로 출판계는 수 백억원으로 추산되는 저작권료 추가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출판산업구조가 열악한 데다 자체 콘텐츠가 부족해 해외 번역서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출판계로서는 이번 협정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분위기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당장 70년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2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출판계는 앞으로 미국 작가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 작가에게도 저작권 보호기간이 일괄적으로 70년으로 적용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이번에 맺은 미국과의 FTA 협정에는 미국 작가에 대한 보호기간 연장만 명시돼 있다”며 “다른 국가 작가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문제는 앞으로 2년 간의 유예기간에 고민해야 할 사항으로, 저작권과 관련한 각국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출판계 내부에서는 콘텐츠를 채워갈 국내 작가 발굴에 더욱 힘쓰는 한편, 일본처럼 휴대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매개로 하는 독자 확대 방안을 마련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내 작가 발굴보다는 해외 자기계발서 발행에 대한 지나친 경쟁으로 로열티를 높게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은 책 한 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문화 속국이 되지 않게 대형 출판사들이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능하도록 영상이나 모바일 등 책과 다른 매체를 응용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정부도 출판을 문화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정하고 법 개정 등 관련 사안이 있을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사 관계자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70년으로 연장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예견됐었다”면서 “국내 출판사들이 좀 더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됨으로써 출판계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면서 “일부 출판사는 이미 50년의 저작권이 만료된 미국 작가에 대해서도 보호기간이 늘어나는 걸로 알고 있어 다소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계 - 다양한 장르 투자 확대… 제작비·개런티 등 절감

다양한 장르 투자 확대… 제작비·개런티 등 절감

출판문화협회는 현재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으로 인한 국내 출판계 피해액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다며 이를 추산해보는 한편 해당 작가 명단을 파악할 계획이다.

영화계는 지난해 스크린쿼터 축소에 이어 ‘현행유보’ 조치까지 합의된 것에 대해 심한 충격을 받고 있다. 현행유보란 개방과 관련된 추가 규제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한국영화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한국영화를 의무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가 더 늘어날 수는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미녀는 괴로워’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반향을 불러일으킨 큰 히트작이 없으며 외화의 선전으로 한국영화 점유율이 수년간 지속해온 50%조차 미치지 않는 상황이어서 영화계가 느끼는 체감 충격파는 더 크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 조치가 당장 할리우드 영화의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아시아시장에 대한 한국영화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미래의 조치로 보고 있다. 1980년대 홍콩 영화가 활황기를 맞았을 당시 아시아 각국에서는 미국 영화보다 홍콩 영화의 경쟁력이 더 높았던 것처럼 한국영화가 ‘한류’를 업고 아시아 지역에서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현상의 확대를 차단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오기민 정책위원장은 “비약적 발전을 이룬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라는 보루를 통해 침체기를 이겨왔다”면서 “미국의 의도는 한국영화산업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비관적 상황을 맞게 됐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제도적 투자 환경을 마련해 블록버스터와 예술ㆍ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투자가 유지 및 확대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안인 부율(영화관과 제작ㆍ투자사의 수익금 분배비율) 문제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또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외적 환경 변화와 함께 무분별할 정도로 급속한 자본 유입 등으로 거품 논란이 일었던 영화계의 자구 노력도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중음악계 - 지적재산권·저작권 침해 등 대응력 키워야

이미 영화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제작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배우들의 개런티가 러닝 개런티 등의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촬영 회차를 줄이고 있다. 5월 개봉 예정인 ‘아들’의 경우도 27억 원으로 책정한 순제작비를 이 같은 방식으로 줄여 20억 원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문화부가 발표한 중장기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향후 5년간 5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영화 관람료가 상승되는 등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음악계 역시 한미 FTA의 충격파를 받고 있다.

이번 FTA체결로 음반을 포함한 음악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기한이 저작권자 사망 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또한 가수나 작곡자 제작자들의 음반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강화돼 저작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음악산업을 살펴봤을 때 저작권한 연장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강화는 한국 대중음악을 위축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 한국 영화와, 방송, 대중음악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겨운 생존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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