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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22>-깨달음의 길

‘인도의 마지막 조사’ 보리 달마-소설가 이재운

그러나 신광을 맞이하는 달마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였고 또한 잔인했다. 달마는 면벽한 채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읽어 넘어가기엔 너무나 진지한 구도의 장면이다.

당시의 상황을 재설정하려면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엄동의 매서운 추위에 눈마저 펄펄 쏟아져내리는 겨울의 그 긴 밤을 신광은 굴 밖에서 그때까지 이루어온 자신의 상(像)을 모두 걸고 인내로 꼬박 지새웠다.

굴 속에서 면벽을 하면서 태연한 양 앉아 있는 달마의 마음인들 어찌 편안했겠는가. 신광보다도 더 애타고 초조하게 하룻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9년이나 기다려온 만남인데 혹시나 이 한 밤 견디지도 못하고 좌절하기라도 한다면 어찌할까 하는 달마의 조바심도 긴 겨울밤을 나기엔 너무도 힘든 고비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빛은 전혀 나타내지 않고 석굴의 바윗돌마냥 굳은 표정으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제자를 삼기 위한 노력이 이러한데 구도의 입장에 선 신광이야 그 간절함이 오죽했으랴.

‘옛사람들은 도를 구하기 위하여 뼈를 깎고 피를 뽑아 굶주린 맹수에게 던져주고 머리를 풀어 부처님이 지나가실 진흙탕을 덮었으며 절벽에서 몸을 던져 호랑이에게 먹혔는데 오히려 나같은 미천한 존재가 감히 편안한 자세로 도를 얻으려 하다니 이래서야 되겠는가?’

신광은 이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고 폭설이 쏟아져내리는 추운 겨울밤을 견디어갔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 속에서 합장하고 서있는 신광과 굴 속에서 묵묵히 벽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달마의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성화였다.

마침내 어둠이 서서히 가시고 동녘으로부터 밝은 햇살이 소림사를 비추기 시작했다. 소림사는 나중에 그 자리에 세워진 절일 뿐 이때까지는 그저 토굴에 지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달마는 겨우 신광을 돌아다보았다.

“너는 무엇 때문에 밤새 눈을 맞으며 서있는 것이냐?”

신광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말했다.

“바라옵건대 존자시여! 자비를 베푸시어 지혜의 문을 열어 주십시오.”

그러자 달마는 버럭 화를 내며 신광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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