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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청춘]치매미술치료교실 김순임씨

인지기능 저하 노인들에게 과거의 기억 되찾는 데 도움

“이번 주 주제는 봄이에요. 성큼 다가온 봄에 대해 그려보세요” 선생님의 주제발표가 있자 할머니들의 새하얀 도화지에는 봄의 추억이 아롱아롱 새겨졌다.

 

어느새 새하얀 도화지에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시원한 버드나무가 바람에 한들거렸다. 수원시 세류2동 동사무소 2층에 위치한 치매미술치료교실, 백발이 성성한 10여명의 할머니들 사이에서 김순임(80)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망각 속 동심세계로 추억 찾아 시간여행

 

김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자신의 봄 추억을 얘기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그림을 그리려면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해야 해요”라며 김할머니는 “누가 옆에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해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자신의 옛 추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2시간, 할머니에게 그 시간은 옛 추억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었다.

김 할머니는 젊은 시절 교직 생활에 몸을 담았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직 후 지금껏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김 할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 교육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자식들이 다 커버리자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마땅히 할 게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 교실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게 됐죠. 얼마나 기쁘던지...”

젊은 시절 김 할머니에게 그림은 거리가 먼 것을 떠나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싫어했었다. 하지만 무언가 배우기를 원하던 중에 알게 된 미술교실은 김 할머니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내 능력이 닿는대로 닥치는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일 싫어했던 미술에 도전했죠”

가장 싫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자신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았다는 김할머니.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이순의 나이에도 식지 않았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우선 2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그림을 그려야 했는데 체력이 우선적으로 모자랐죠”

모든 배움이 그렇듯 김할머니는 서두르지 않았다. 차근차근 한걸음씩 나아갔다.

처음 하얀 도화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한 김할머니는 어느 순간 하나의 주제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김할머니는 그림에 자신의 추억을 담았다.

 

“동지 팥죽 만들어 먹던 일, 단오날 그네 타던 일, 명절날 가족들과 모여 송편 빚었던 일 등 그림을 그리다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며 김할머니는 “옛날 추억과 기억들을 떠올려서 그것들을 그림으로 그린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추억과 기억을 끄집어 내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김할머니.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인생 제2막의 시작이었다.

김할머니는 “노인들 3명이 모이면 나 언제 죽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며 “그렇게 부정적으로 죽는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활동하는 노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할머니는 “방에 혼자 있으면 우울증도 오고 오히려 몸이 더 아프다”며 “세상사는 것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는 것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몸이 피곤해도 활동하는 것이 집에 있는 것보다 낫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김할머니.

김할머니는 현재 정부의 노인복지에 대한 문제점을 냉철하게 지적했다.

“노인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에요. 스스로 자신의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 못하는 노인들이 많죠. 노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또한 김할머니는 노인들도 용기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나이 70세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했어요. 나를 위해 가꾸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화장을 했죠”라며 김할머니는 “노인들은 남의 앞에 나가는 것을 싫어해요. 그렇다고 집에만 있어서는 더욱 안돼요”라고 강조했다.

김할머니는 현재 그림을 배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의 길로 나아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소망을 밝혔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수 있는 입장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김할머니.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화려한 봄날은 지금 이순간이 아닐까.

☞ 치매미술치료협회란?

치매미술치료는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 노인에게 선, 색, 형태를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법이다. 미술치료는 특히 성취감과 편안함, 정서적 안정을 얻는 데 큰 도움을 주어 지적활동과 인지적 수행능력 향상에 좋다.

특히 그림을 그리면서 가족과의 대화가 늘어나 치매로 인해 말을 잃는 ‘실어증’ 예방에도 좋고 크레파스를 쥐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퇴화했던 근육을 강화하기 때문에 치매노인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손 떨림 현상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 치매미술치료협회 연혁
·1991년 1월20일 설립
·1999 제1회 치매, 뇌졸 전시회(Y.W.C.A 명동회관로비)
·2000 제2회 치매, 뇌졸 미술요법전 (안양 평촌미술관)
·2001 제3회 노인성질환 미술치료 세미나 발표(수원미술관)
·2002 제5회 어른마음 아이마음전 (수원미술관)
·2003 제6회 어른마음 아이마음전 (청소년문화센타 미술전시관)
·2004 제7회 어른마음 아이마음전 (수원미술관)
·2005 제8회 치유하는 미술-어른마음 아이마음전(안산 단원미술관, 수원 장안공원)
·2006 4월 4080 사랑 나눔전-영실버아트센타
·2007 2월 나의 사랑 나의 가족전 - 서울 인사동 부남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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