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8℃
  • 구름많음강릉 35.1℃
  • 흐림서울 28.9℃
  • 구름조금대전 30.8℃
  • 구름많음대구 30.9℃
  • 맑음울산 33.1℃
  • 구름조금광주 30.3℃
  • 구름조금부산 30.5℃
  • 구름조금고창 31.3℃
  • 맑음제주 32.3℃
  • 구름많음강화 28.7℃
  • 구름많음보은 30.1℃
  • 구름많음금산 31.6℃
  • 구름많음강진군 30.9℃
  • 맑음경주시 34.2℃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종교칼럼>환경호르몬 위협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황창연 신부

 

잘 생긴 청년이 성당에 새로 나왔다. 체격도 우람하고 외모도 반듯하다. 신세대 젊은이 치고는 진지한 눈빛을 가지고 있어 호감 간다. 내 느낌대로 청년은 착실하게 6개월 동안 교리교육을 받은 후 세례를 받았다. 따듯한 봄날 청년은 수줍은 얼굴로 색시가 될 예쁘장한 아가씨를 내게 데려 왔다. 평상시 마음에 들던 젊은이라 기쁜 마음으로 혼배성사를 집전했다. 혼배 성사 중 “이 가정에 예쁜 아기를 탄생하게 해 주십시요!” 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결혼 한지 1년이 지난 신혼부부를 보면서 마음이 초조해진다. 언제 아기를 가질까?

새색시 배를 흘끔흘끔 훔쳐본다. 아무리 봐도 배가 불러 올 기색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먼저 물어본다. “애는 언제 생기는 거야?” 신랑 얼굴이 빨개진다. “신부님 기다려 보세요.” 오히려 나를 안심시킨다. 2년이 지났다. 너무 답답하고 궁금하다. 두 부부를 사제관으로 불렀다. “애 소식 없어? 병원에는 가 봤어?” 신랑이 머뭇거린다. 다급한 내가 “혹시 병원에서 무정자증이래?” 신랑은 힘없는 눈빛으로 대답한다. “예”

왜? 내 가슴이 저려올까!

사목하는 10년 동안 30여 쌍 정도 무정자증 남편을 만났다. 어딘가 어깨가 축 쳐져 있는 그들.

얼마나 괴로울까! 얼마나 힘들까!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엄마! 아빠!” 라고 부르는 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을까!

남들 다 보내는 유치원에 내 아이도 보내고 싶고,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뒷모습도 보고 싶고, 성탄절에는 아이 몰래 양말 주머니에 선물도 넣고 싶을 텐데.

남성은 무정자증 증세로, 여성은 건강하지 못한 자궁으로, 임신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다.

동물학자 테오 콜본이 프랑스 남성 정자수를 조사해 본 결과 1940년에 태어난 남성의 정자는 1밀리리터당 평균 1억 2백만 마리이고 1962년에 태어난 남성의 정자는 1밀리리터당 5천 1백 만 마리로 30년 전에 비교해서 반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추세라면 1975년생 남성은 1밀리리터당 3천 2백만 마리로 줄어든다.

많은 학자들이 30년 후에는 남성 절반이 1밀리리터당 3천만 마리 이하의 무정자증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예견한다.

우리 자녀들의 씨가 말라 가고 있다.

2002년 대전 법동 성당에서 환경 강의를 한 적 있다. 강의가 끝나고 삶의 지혜가 가득하신 할아버지께서 사제관으로 나를 찾아 왔다.

“신부님 강의 잘 들었습니다. 제가 대전 보건대학 대학원장입니다. 신부님 말씀대로 우리 학교 남학생들 정자 검사를 해 봤는데 1밀리리터당 7천만 마리 넘는 학생이 하나도 없습니다. 심각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보다도 신부님이 말씀하시면 훨씬 설득력이 있으니 제 말을 강의할 때마다 꼭 해 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나는 그때 이 후 지금까지도 대학원장이시라는 그분 이야기를 강의 때 마다 전해 준다. 현대인들이 맞서 싸워야할 괴물들이 많지만 내 자녀의 씨를 말리는 내분비계교란물질이야 말로 최대의 적이고 괴물이다.

아이에게 기준치 서너 배가 넘는 독성 합성세제로 옷을 빨아 입히거나, 화학물질이 첨가된 패스트푸드를 먹을거리로 주는 엄마들은 자녀의 씨를 말리는 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한 가족의 행복을 위협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호르몬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