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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FL대란...수요 무시한 외국시험 의존이 禍 불러

지난 10일부터 7월 토플시험 신청을 접수한다고 공지했던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접속 폭주로 파행이 지속되자 12일 새벽 느닷없이 시험 등록을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토플대란이 빚어졌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토플을 준비해온 응시생들은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교육 열풍에 시달리는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이 숨겨져 있다. 토플성적을 대학입시에 적용하고 심지어 특수고 입시까지 토플을 적용하면서 고교생은 물론 중학생까지 토플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토플대란의 원인과 대책을 분석해 본다.

◇토플대란 원인은?

토플(TOEFL·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은 외국인이 영어권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영어 구사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1964년 처음 시행됐다.

하지만 토플대란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토플이 사회문제화 된 것은 올해 처음. ETS가 지난해 9월 시험방식을 CBT(Computer Based Test)에서 IBT(Internet Based Test)로 바꾸고 시험장을 대학교로 제한하면서 응시인원이 크게 감소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1~2002년 한국의 토플 응시자는 5만311명이었다.

그러나 2005~2006년 응시자는 2배가 넘는 13만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토플의 수요가 급증한 것은 10대 중·고교생의 응시지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목고 특별전형과 일부 대학 수시전형에서 토플 성적을 요구하면서 중·고생들이 토플에 대거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 형태나 반영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특목고마다 영어특기자전형·글로벌리더전형·국제화전형 등 다양한 이름으로 토플을 요구하고 있다.

토플로 뽑는 외고 신입생 수는 외고 전체 정원의 10%도 되지 않지만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토플광풍’이 불 정도로 토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제로 토플 전체 응시 인원에서 중·고교생들의 비율이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매년 응시자 10만명 중 7만~8만명은 중·고생이라는 것.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대학 시험 준비와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10대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중·고생들이 너도나도 토플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다.

◇토플대란 이래서 발생했다.

이번 토플 대란은 이처럼 중·고생의 수요가 늘어난데다 시험 방식이 지난해 9월 문제은행에서 미리 시험 문제를 내려 받아 푸는 CBT(Computer-based TOEFL)에서 전세계에서 동시에 미국 서버에 접속해 시험을 치르는 IBT(Internet-based TOEFL)로 바뀌면서 응시 인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발생했다.

IBT방식이 도입되면서 1년에 10만명 정도 치르던 것이 3만여명으로 감소된 것.

이런 가운데 토플 주관사인 ETS는 7월 시험 등록이 10일(현지 시각)부터 시작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접수 첫날 사이트가 폭주하면서 접수창이 열리지 않았고 이틀 후인 12일 ETS 홈페이지에 ‘7월 시험 등록에서 일본과 한국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떴다.

그러다가 13일에는 아무런 공지 없이 국내 두 곳에서 기습적으로 토플 응시 지원을 받았고 갑작스러운 접수에 대한 해명도 없이 14일 밤 또다시 ‘7월 시험 등록에서 한국은 제외한다. 한국 내 토플 시험 정보는 나중에 이 사이트를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공지가 게제됐다.

이런 행태는 토플 접수 시기인 지난해 12월, 올해 2월에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응시생들은 “토플 접수 때마다 아무런 공지 없이 접수 창이 열리기 때문에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토플대란 대책은?

이번 토플대란으로 국내에서 개발된 ‘토종 영어시험’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개발된 영어시험 중 국가 공인을 받은 것은 5개로 서울대의 텝스(TEPS), 한국외대의 플렉스(FLEX), 숙명여대의 메이트(MATE), 한국외국어평가원의 펠트(PELT), 한국평생교육평가원의 테슬(TESL) 등이다.

그러나 특목고나 국내 대학, 기업, 공공기관 중 어느 곳도 토종 영어시험을 입시나 입사성적에 반영하는 곳은 없다.

서울대나 숙명여대, 한국외대 등 자체 영어시험을 개발한 대학조차 자신들이 개발한 시험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고 있어 국내용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63년 STEP TEST(실용영어 기능검정)를 개발해 현재까지 7천만명 이상이 응시, 일본의 대표적인 영어능력시험이 됐고 중국도 1987년부터 전국대학영어고시(CET)를 실시해 매년 240만명이 응시하고 있다.

이처럼 비영어권 국가들이 자체 영어시험을 개발해 인정하면서 국내에서도 영어시험을 개발해 토플이나 토익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부에서는 직접 영어 시험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국가가 주관하는 영어능력인증시험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구체적인 안을 마련 중이다.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개발 영어시험이 외면당하면서 토플 등의 응시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가 차원에서 시험을 만들면 분명히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해외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공신력 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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