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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함만 남은 청춘바친 농사

“매각·환매 시세 좁히는 실질지원 마련”
“농지은행 현실외면” 농민들 한 목소리

 

“30년 피땀흘린 결과가 이렇게 허무할 줄 알았다면 농사를 시작하진 않았을 거야.”

자식보다 소중히 여겨왔던 농토를 최근 농지은행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최영택(53·안성시)씨는 거의 매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30년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해 온 농토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최씨는 농지 매각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젠 모든걸 다 포기하고 그냥 쉬고 싶어, 내 나이 53살인데 농사를 시작한지 딱 30년 됐으니 내 청춘을 이 땅에 다 바쳤지”라며 “그 때 소팔고, 아내 패물팔고 농지은행에 융자까지 받아가면서 평당 8천원짜리 땅을 사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농지은행에 땅을 매각하면 내가 다시 살 수 있다곤 하지만 땅값이 제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5년 뒤에 오른 땅값을 생각해 보면 환매는 꿈도 못 꿀 일이야”라며 “농지은행이 취지는 좋지만 농가의 현실은 반영하지 못해 환매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농지은행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농토를 매각한 시세와 다시 구입할 때의 시세차를 어느정도 좁혀줄 수 있는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지은행에 농토를 매각해도 일반 토지 판매와 같이 양도소득세의 적용 대상이 되고 대토하는데 드는 비용도 일반토지 소유자에게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비용과 비슷해 환매를 할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농지은행의 장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환매도 농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은 환매를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씨는 요즘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최씨의 두 아들이 모두 가업을 이어 농부가 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몇 년전만 해도 열심히 농사에만 매진하면 피땀흘린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들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며 “농촌이 점점 벼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아들들이 갖고 있던 영농후계자라는 자부심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최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야, 면세유는 폐지되고 경작지는 줄어드는 추센데 농사 기계는 점점 대형화돼 부농이 아니고는 농사 짓기를 포기해야 할 판이야”라며 “아들들도 아직까진 농사를 짓겠다고 하지만 언제 그만두고 도시로 나갈지 모르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이야기를 마친 최씨는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개탄하며 머지않아 매각 결정을 기다려야하는 자신의 땅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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