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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36>-열반의 길

‘자연을 읽으라고 가르친’ 도신-소설가 이재운

불교에서는 인간의 영혼이 윤회 전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에 더 얹어볼 말이 있다. 즉 역사도 윤회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윤회한다는 것은 중생이 다 함께 윤회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중생을 포함한 모든 자연이, 이 우주가 윤회한다는 의미로 뻗어나간다. 이 말 속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는가 하면 역사 윤회에는 진화의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영혼이 불교적으로는 성불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진화하고, 기독교적으로 구원을 향하여 진화한다면 역사도 어떤 목표를 향하여 전진하는 것처럼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역사는 늘 반복한다. 하루가 반복되고 계절이 반복되고 일년이 반복된다. 한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태어나고 죽고 다치고 병든다. 여기저기에서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비슷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도신이 말한 것은 무엇일까. 자연 속에 그 진화의 프로그램이 다 들어있으니 그것을 잘 살펴보면 진리를 읽을 수 있다는 암시다. 모든 언어가 이진법으로 표시되어 있는 컴퓨터 언어처럼 자연도 자연의 언어로 진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명을 헤치고 떠오르는 샛별, 대낮에 울어제끼는 닭의 울음소리, 대나무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같은 것에서 옛 사람들은 진리를 읽어낼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진리를 읽은 사람은 비단 선사들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과학적 발견도 자연 현상을 관찰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동양 정신의 꽃이라는 주역도 거북이 등을 보고 생각해낸 것이다. 음악, 미술, 문학의 모티브도 주로 자연 현상에서 받은 감동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이처럼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교과서 노릇을 해왔다.

도신의 말씀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인간이 지어낸 글은 세월이 지나면 퇴색하거나 의미가 와전되지만 자연이라는 글은 만고불변이라서 언제나 생생하다. 부처님조차도 인간의 입을 통해 전달될 그의 말씀을 가리켜 이천오백 년이 지나면 이런 저런 사족이 너무 많이 붙고 잘못 해석되고 거꾸로 해석되어 쓸모가 없게 될 거라고 했다. 하물며 다른 것은 이를 것도 없는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아니 이 이십일 세기에 스페이스셔틀이 우주를 날아다니고 인공 위성이 대륙을 휙휙 지나다니는 첨단 우주항공 시대가 되어도 절대로 조금도 변함이 없는 생생한 진리는 바로 우리들이 보고 듣는 ‘자연’이라는 것이다. 바로 도신은 그 자연을 꾸준히 읽으라고 유언한 것이다.

말을 마친 도신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열반에 들었다. 향수 72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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