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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내리는 전시장에 천의 ‘얼굴’이…

이종협 ‘서사의 도입 꽃비…’·정장직 ‘2007 재가…’ 展

 

붉은 동백꽃과 생생한 표정의 얼굴. 언뜻 보면 두 가지는 관련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수원시 북수동 대안공간 눈에서 선보이는 이종협과 정장직 씨의 작품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여러 송이의 붉은 꽃, 흩날리는 꽃비같은 베고니아 잎과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얼굴들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말한다. 세상과 단순명료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전 대전시립미술관 실장 박정구 씨가 밝혔듯 “장황한 미학적 수사같은 군더더기 없이 명쾌한 소통을 지향”한다.

이 씨는 여러 송이의 동백꽃을 실크스크린인쇄 채색화인 세리그래프(serigraph)방식으로 종이에 찍어냈다. 두루마리 걸개그림처럼 전시장 천장에서 바닥까지 늘어진 종이에 가득찬 꽃송이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우는 베고니아 잎은 흩날리는 꽃비 같다. 붉은 베고니아 꽃잎을 하나씩 판 위에 놓고, 그 위에 종이를 덥고 프레스기로 찍어내, 물질 고유의 표면질감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 콜라그래피(collagraphy)기법이다. 판화기법이지만 같은 판으로 똑같은 그림을 얻을 수 없고, 꽃잎 색도 원래의 붉은 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어 나왔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씨는 이 씨의 “마음 속엔 바람이 불고 꽃비가 흩날린다“며 이것이 “작가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이고 감성”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없어진 활자본을 구해 납판이나 종이에 대고 두드린 무색돋움인쇄(embossing)작품도 고 씨의 표현대로 “모든 결정적인 의미가 지워져버린 무표정한 텍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 씨는 “글쓴이가 감정이입해 글을 쓰는 것처럼 꽃을 텍스트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정장직 씨는 자연과 세계의 원리를 설명한 주역의 64괘로 인물의 표정을 도안화했다. 마치 라틴아메리카의 토템조각 같은, 익살맞기도, 심각하기도 한 작품들이다.

정 씨는 “얼굴표정을 연구해 슬프고 즐거운 심리적 표정을 짜맞춰서 제작했다”며 “불꽃이 타오르다 재가 되는 것 처럼, 인간의 표정과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런 생각이 없어지는 것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얼굴은 평면적 화면 뿐만 아니라, 창호지를 붙인 전통문의 창살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문을 채우는 표정은 다름아닌 삶의 정직한 표현인 듯하다.

박정구 실장은 정 씨의 작품이 “보는 이의 시각을 포함한 오감에 즉발적으로 전달되고 수용되는”, “인간의 삶을 근간으로 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탈욕의 소박함을 경험하게 하는 미술”이라고 평했다.

이종협 씨의 ‘서사의 도입, 꽃비와 텍스트’와 정장직 씨의 ‘2007 재가 될 때까지 1-2-3’전은 27일까지 이어진다. 문의)031-24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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