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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저하 동병상련 해법은 각각

한국의 고교평준화 제도 주목하는 독일 교육계

◇PISA 상위 한국은 독일 교육계 선망의 대상

PISA 연구에서 항상 상위를 차지하며 독일 교육계의 선망을 받고 있는 한국의 교육이 비판을 받고 있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고교 평준화제도 폐지 등을 거론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커다란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독일 교육계도 오랫동안 이와 유사한 논란을 벌여왔다.

이른바 ‘종합학교(Gesamtschule)’를 둘러싼 논란” 마이어 청장은 독일의 교육제도를 간략히 설명했다.

현재 독일의 의무교육은 만 6세부터 18세까지이며, 학비는 물론 교재비도 전액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4년제(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주만 6년제)이며 대학에 진학할 학생과 직업교육을 받을 학생을 이미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에서 조기 분류한다.

이때 담당 교사가 학생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 부모와 상담을 거쳐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자녀의 진로 결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의 없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조기 분류가 몇몇 교육개혁가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고 마이어 교육청장은 말했다.

그는 현 독일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의 진로를 조기에 결정하고 분리 교육함으로써 오히려 학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조기 분리 교육이 국가적으로는 계층간 융합을 해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고교평준화제도가 독일 종합학교 지지 근거

마이어 교육청장은 일례로,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김나지움(중고등과정)’ 입학자들의 경우 그들 부모 역시 대부분 ‘김나지움’을 나온 반면, 실업계 고교인 ‘레알슐레(실업고)’와 ‘하우프트슐레(실업고)’ 진학자의 경우 이들 부모들도 실업계 고교를 졸업했다는 통계 조사를 설명했다.

이는 조기 분리 교육이 계층간 분리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직업제도가 역사적으로 정착된 독일에서는 학력에 따른 사회적 차별은 적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바로 ‘종합학교’이다.

1960년대 중반 독일은 교육의 현대화와 계층통합을 통한 사회적 저의 실현을 모토로 ‘종합학교’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기존의 실업계학교와 인문계학교를 통합 운영하여 우수한 학생과 평범한 학생들을 상당기간 함께 교육을 시켜 학업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고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이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독일 교육계는 종합학교에 대한 찬반을 놓고 아직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저조한 PISA 결과는 교육개혁과 연관되어 이 같은 논란을 더욱 촉발시켰다. 종합학교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PISA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고교평준화제도는 주요 논거 중 하나이다.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상상 할 수 없다”

대학 입학을 위한 자격시험인 아비투어는 김나지움 마지막 2개 학년(12~13학년) 내신성적과 졸업시험인 아비투어 성적을 합산, 평균해 점수를 결정한다.

아비투어 시험은 각 주 교육청의 승인에 의해 각 학교별로 실시하고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아비투어 시험에 통과한 학생은 원칙상 전국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든지 입학할 수 있다.

게르하르트 마이어 오덴발트 교육청장은 “독일 대학은 별도의 입학시험을 시행하지 않으며, 고등학교 졸업시험격인 아비투어에 합격하면 독일 어느 대학이든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학교나 특정 지역에 가산점을 주는 경우도 없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다. 아비투어를 통과한 고교졸업자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대학 등록금이 없는 독일에서 기여입학제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단언했다.

아비투어를 통과하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든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이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의학, 약학, 치의학, 법학 등 이른바 인기학과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언제나 입학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이를 조정하고 과도한 입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선발 업무를 수행하는 전국적인 공공기관(ZVS)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이어 청장은 독일의 대학입학절차에 관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늘어 놓았다.

◇소수 엘리트 대학 위해 교육체제 전반 흔들 수 없어

우리말로 번역하면 ‘학생정원 배분중앙기관’이라는 복잡하고 긴 명칭을 가진 기관인 ‘ZSV’는 아비투어를 통과한 전국 고등학교 졸업자 중, 소위 정원제한학과(Numerus Cluasus)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대학지원서를 접수받아 전국 각 대학에 학생들을 배정하고 있다.

이 기관에서는 아비투어 성적 20%, 대학입학 신청 후 대기시간 20%를 감안하고 나머지 60%는 대학의 자체 평가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토록 했다.

대학 자체 평가기준의 비중을 중시하며 학생선발에서 대학에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고 각 대학별 입학시험이 아니라 아비투어를 통과하면 대학입학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과도한 입시경쟁을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입학 절차를 통해 교육의 평등권을 실현하고 대학의 전반적 평준화를 이룰 수 있었던 반면, 교육평등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영미권 대학들에 비해 독일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말하자면 영국의 캠브리지, 옥스퍼드 대학이나 미국의 하버드, 예일 등의 명문대학과 견줄 만한 독일 대학이 없다는 것이다.

◇우수인재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 지원

“이번에 아들이 들어간 뮌헨 공대가 ‘미래육성 대학’으로 선정되어 5년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게 됐다는데, 아들이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제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어떤 인물로 성장하게 될까 은근히 기대도 되구요” 올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을 둔 미트너 부인의 은근한 아들 자랑이다.

독일정부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의 변화를 선도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과 연구 혁신을 국가의 최우선과제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의 ‘두뇌한국(BK)21’과 유사한 ‘Excellence initiative’ 프로그램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몇 개 대학을 우수대학으로 선정하여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5년동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원을 실시함으로써 해당 대학의 연구능력과 국제경쟁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우수대학으로 선정되기 위한 독일 대학들간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대학경쟁력을 전반적으로 제고시키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이러한 우수대학 지원프로그램은 대학이 미리부터 우수인재를 선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지원정책을 놓고 한편에서는 우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학생선발권을 일임토록 해야 한다는 좀 더 급진적인 개혁제안을 내놓기도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수 대학 지원프로그램이 독일 대학이 처해있는 고질적인 재정난을 미봉하는 것에 불과하며, 독일의 교육전통을 파괴하고 불필요한 경쟁만을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저런 변화의 모색에도 불구하고 독일 교육 정책의 핵심에는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교육기회평등의 사상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동등한 교육기회 보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독일의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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