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오히려 우리에게 또 하나의 기회입니다.”
한우사육과 양돈 농가들이 한미 FTA의 높은 파고로 걱정이 태산이나 경주마 생산으로 성공한 목장주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발 610m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정성목장 임상윤(54)씨.
그는 14년 전에 한국마사회로부터 분양받은 씨암말 3두로 본격적인 말 생산 대열에 뛰어들었다.
그전에 소 2마리로 시작한 축산업에서 별 재미를 못 본 그는 생소한 분야의 도전이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다.
초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임씨는 “경험부족으로 씨암말과 애써 생산한 자마들이 모두 폐사할 때 눈 앞이 캄캄했다. 제대로 된 초지를 구하지 못해 생긴 결과였다”며 옛일을 회상했다.
이곳저곳 초야를 찾아 떠돌이 방목을 한 결과 수입도 점차 늘어 현재 13만평 규모의 목장을 장만하게 됐다.
임씨는 잡목과 돌로 가득한 황무지를 직접 경작해 만드는 고단한 세월을 거쳐 지금은 경주마 자체만으로 연간 2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성공한 축산인으로 거듭났다.
특히 장남 정균(26)씨의 일손 보탬도 큰 힘이 됐다.
정균씨는 산달을 맞아 배가 불룩한 씨암말들의 출산준비부터 갓 태어난 망아지 손질, 방목, 마방청소 등 새벽부터 밀려드는 일거리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잘 따라줬다.
임씨는 축산업이 한미 FTA에 대항할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주마 생산은 소나 돼지 등 일반가축에 비해 위험이 큰 것은 사실이나 과거 양적 생산 틀에서 벗어나 연구와 기술 습득 매진으로 질적 경쟁을 한다면 기회는 확대되고 위험은 줄어 소득이 보장되는 매력적인 사업입니다.”
그는 이런 기술과 노력을 바탕으로 2003년 연도대표마로 대상경주 5회 우승에 빛나는 ‘쾌도난마’와 한국 최초의 삼관마를 예약한 ‘제이에스홀드’ 등 명마를 배출했다.
현재 18마리의 씨암말을 포함해 총 38마리를 관리하고 있는 임씨는 “한미 FTA에 대비하기 위해선 빠르고 강한 국내산 경주마 생산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경주는 해외 유명경주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는 말 생산을 위해 가일층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난 1991년부터 농림부와 KRA(한국마사회)의 지원으로 시작된 경주마 생산사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 142개 농가가 참여해 한해 1천100여두의 예비 경주마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