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내 우수한 혈통의 씨수말 자마들이 맹활약을 펼쳐 혈통의 중요성을 새삼 각인시키고 있다.
10일 KRA(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현재 경주 출전을 위해 서울경마공원 마방에 입사한 마필은 모두 1천400여두에 이른다.
이 말들 중 올들어 이달 현재까지 총 수득상금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현역시절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디디미’의 자마들이 총 9억4천여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컨셉트윈’의 자마들은 8억9천여만원으로 2위에 랭크됐다.
당해년도 1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리딩사이어’를 향한 종착역까지는 7개월이 남은 시점이지만 혈통의 우수성이 자마들의 활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입증했다.
따라서 서양처럼 경마를 주식처럼 세밀한 분석 자료에 근거, 분류하듯 국내도 이제 경주성적, 부담중량 등 변수와 함께 출주마의 ‘혈통’ 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경주마는 ‘그 아비에 그 자식’이란 말처럼 대부분 부마(父馬)의 능력을 닮을 공산이 크다.
KRA 경주마 생산 관계자는 “통상적인 자마 성적을 볼 때 부마의 능력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한해 한국보다 30여배에 달하는 경주마를 생산하는 미국이 수만달러의 교배료를 받는 씨수말이 탄생하는 것은 그 만큼 혈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미국의 씨수말 중 최고 교배료를 받는 ‘스톰캣’은 한번 교배 시 5억원을 받는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부마의 과거 우승거리가 자마에게 그대로 전수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2001년부터 작년까지 리딩사이어 1위, 2위를 오를락 거렸고 4년 동안 연도대표마였던 ‘디디미’는 우승거리가 단거리인 1천222m로 나왔는데 자마인 ‘자당’, ‘무비동자’, ‘쾌도난마’, ‘무패강자’ 등도 평균 우승거리가 1천249m였다.
디디미의 부마 ‘딕시랜드밴드’ 또한 현역 당시 우승거리가 1천458m로 비교적 중단거리에 강했다는 것도 재미난 사실이다.
하지만 혈통의 우수성만을 믿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데뷔 초기 부마의 적성거리를 닮았던 자마가 출주 횟수 증가와 승군을 거듭할수록 높은 부담중량과 긴 경주거리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KRA가 최근 한국경주마 질적 향상을 위해 도입한 ‘엑스플로잇’, ‘볼포니’, ‘메니피’ 등 고가의 씨수말이 생산한 자마들이 경주에 투입되는 3, 4년 후엔 경마의 판도변화가 어느 쪽으로 튈지 현재로선 예측불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