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조차 연체… 고통의 나날”
지난 2005년 6월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54일간 망루 농성을 벌렸던 오산 철거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30여명이 연행되며 끝이 났다. 당시 이들 철거민들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 시 외곽으로 다시 밀려난 한국 압축 성장 비극의 피해자들이다.
주민 노종권(70)씨도 그 피해 철거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오산택지개발로 인해 수청동에서 쫒겨나기 전인 2005년 6월까지 살았다.
당시 노씨의 연립은 강제 철거가 있기 전까지 그리 넉넉하거나 풍족한 공간은 아니였으나 4인 가족이 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었던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은 서민들이 살기에는 너무나도 벅차다.
수원 장안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월 40~50여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지불하고 있다. 오산에 살 땐 손녀와 같이 생활해도 한 달 생활비가 30~40만원에 불과했으나 이곳에 이사온 후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얼마전 생활에 쪼달리며 임대료가 3개월 정도 밀린 일이 있었는데 독촉장과 함께 더 이상 연체 될 경우 집을 비우고 법적이 처리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통지서를 받았고 노씨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했다고 말한다. 노씨는 강제철거 후 쫓겨 이곳으로 이사 오며 몹쓸 병이 생겼다. 그때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아직까지 약을 달고 산다.
노씨의 아들 정호씨는 강제 철거가 있기 전까지 모 납품회사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그는 집이 철거되고 이곳으로 이사와 그동안 다니던 직장도 잃고 하루하루 벌어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철거 후 이곳으로 함께 이주해온 김은주(40·여)씨는 전세로 있던 연립이 철거되며 이곳 임대 아파로 이사왔다.
김씨는 당시 보상금으로 5천500여만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집 주인의 은행 담보 빚으로 인해 실제 손에 들어온 보상금은 거의 없었다. 그는 식당일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으나 몸이 약해 일을 얼마나 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올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신청했으나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그마저 거절당했다.
그는 “아직까지 오산에 살고 있는 주민 지강호(55)씨 경우 철거 후 5년여 동안 빈집을 봐주며 어렵게 살고 있다”면서 “철거민 대다수가 나와 지강호씨 처럼 도시 빈빈으로 전락, 너무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는 “강제 철거로 주민들이 내몰려 나갈 땐 적어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주거 환경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그에 맞는 주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