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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집창촌… 절망딛고 희망 꽃 피운다

1949년 8월15일 시로 승격된 수원은 1967년 6월23일 서울에 있던 경기도청을 옮겨 오면서 경기도의 수부도시로 성장해 왔다.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7월1일 장안구와 권선구 2개구를 개청했고 1993년 2월1일 팔달구, 2003년 11월24일 영통구를 잇따라 개청하면서 인구 108만의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이처럼 급속도로 성장한 수원에서 유일하게 개발이 더딘 곳이 수원역 앞이다. 경부선과 수인선, 42번과 43번 국도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인데도 수원역 앞은 수원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역 앞이 이처럼 개발이 지연되는 것은 1960년대 초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집창촌 때문.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철퇴를 맞고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인천 옐로우하우스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창촌들이 잇따라 재개발되고 있지만 수원역 앞 집창촌은 그 규모가 축소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더욱이 수원역 집창촌 인근 고등동이 재개발에 들어갔고 매산로 일대도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는 등 수원역 집창촌 주변의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원역 집창촌은 재개발을 원하는 이지역 주민들에게는 ‘눈엣 가시’나 다름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도시개발의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수원역 집창촌의 현 주소와 해법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수원역 집창촌은 지난 1960년대 초에 생겨났다.

당시 수원역과 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던 고등동과 매산로 1가에 매춘을 위해 하나 둘씩 생겨난 판잣집들이 밀집 촌을 형성하면서 집창촌으로 발전한 것이다.

수원역 집창촌은 한때 서울, 천안 등에서 원정 매춘까지 올 정도로 유명했지만 IMF를 겪고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해 지금은 60여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순찰차가 이곳을 돌면서 밤에도 인적이 드물 정도다.

지난 23일 오후 8시, 대부분의 성매매업소가 닫혔던 커튼을 걷고 붉은 불빛을 밝히며 영업 준비를 마쳤지만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간혹 3~4명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유리창 안쪽을 처다보지만 선뜻 이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요즘 이곳의 주 고객은 내국인이 아닌 동남아나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라고 전했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손님 층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창촌 주변 상점들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점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이 수원역 집창촌이 위기를 맞고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등동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본격화되는데다 서수원권 개발까지 가시화되면서 이제 수원역 집창촌도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서울이나 성남, 인천 등 대부분의 도시들이 집창촌을 철거하고 대단위 아파트를 짓는 등 집창촌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곳은 곧 개발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며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데 이곳만 개발이 되지 않는다면 이 일대가 도시속의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과연 수원역 집창촌에 대한 개발계획이 없는 것일까?

수원시는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경기도 6대 성매매 집결지로 분류된 수원역 집창촌에 대해 재정비를 하겠다는 내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토지공사 등 공기업과 연계해 집창촌을 상업지구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시의회와 도시계획위원회 등에 자문을 구했었다.

하지만 시의 계획은 거기서 멈췄다.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철퇴를 맞은 집창촌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창촌을 강제로 철거하고 재개발을 강행할 땐 막대한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집창촌 업주들과 이곳에서 종사하는 여성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자연도태를 기다리고 있는 것.

하지만 집창촌을 제외한 주변에 청소년들을 상대로한 상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데다 수원 역사에 영화관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입점하면서 가족 단위 쇼핑객들까지 이곳 주변을 자주 왕래하면서 더 이상 집창촌의 재정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수원역 집창촌에 대한 개발요구가 늘어나자 수원시는 최근 집창촌 일대에 대한 개발 방안을 포함한 성매매 근절을 위한 종합 방지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성매매 업소가 몰려있는 수원역 집창촌을 폐쇄한 뒤 주변 지역에 대한 도시정비사업을 실시한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2025년 도시기본계획안에 반영키로 했다.

또 집결지 폐쇄 전까지 매달 한 차례씩 수원역 주변과 성매매 취약 지역에서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는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지원을 위해 수원여성의 전화에 성매매 여성을 위한 상담소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08년과 2011년에는 성매매 피해자 쉼터와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의 이같은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성매매업소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집창촌 정비로 생계가 끊기는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에 대한 보상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계획은 세워졌다.

문제는 시가 얼마나 적극성을 갖는냐 하는 것이다.

집창촌 업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재교육과 취업 알선 등이 선결해야할 과제다.

이같은 문제를 시에서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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