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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8>-깨달음의 길

눈으로 듣는 무정설법의 불가사의-소설가 이재운

 

동산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충(忠) 국사께서는 무정 설법(無情說法)을 하셨다는데 내용이 무엇이었나요?”

“뭐 그 분에게만 무정 설법이 있다더냐? 내게도 있긴 하지만 아무나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제게 좀 일러주시지요.”

“부모에게서 받은 입으로는 말할 수가 없어.”

“그렇다면 도력 높은 스님이나 한 분 소개해 주십시오.”

“계곡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가면 운암(雲岩) 스님이 계시다. 좋은 스승이 될 게야.”

동산은 위산이 가리키는 대로 산을 올라가 운암의 암자를 찾았다. 운암을 만나자 대뜸 위산에게 물었던 것처럼 무정 설법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설법은 어떤 사람이 듣는 것인가요?”

“무정 설법이니 무정한 사람이 들을 수 밖에.”

“화상께선 들으셨어요?”

“내가 만약 그것을 들었다면 자네는 내 설법을 들을 수 없을 것이야.”

“그렇다면 저는 화상의 설법을 듣지 못하겠습니다.”

“그래? 내 설법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무정 설법을 듣겠느냐?”

동산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운암의 철퇴는 이미 내려져 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은 마지막 일격이 동산으로 하여금 찬탄의 게송을 짓게 했다.

신기하고도 신기하여라 무정 설법의 불가사의여!

귀로써 들을라치면 소리가 아니니 눈으로 들어야 그 소리를 안다네.

동산은 운암의 가르침으로 무정의 참뜻을 배우고 나서 다시 운수의 길을 떠나기로 했다. 사제의 정이 두 스님의 이별을 난해하게 했다.

“어디로 갈래?”

“있을 곳은 따로 정한 바 없습니다.”

“호남으론 가지 마.”

“안 갈 겁니다.”

“고향에도.”

“예.”

“곧 돌아와서 같이 지내자꾸나.”

“화상께서 머물 곳이 생기면 곧 돌아올 겁니다.”

“한 번 가면 다시 보기 어렵겠군.”

“안 보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동산은 잠자코 있다가 다시 질문을 했다.

“한 백 년쯤 지나서 화상의 소식을 묻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대답하지요?”

“그저 그것 그대로만 해라.”

동산이 얼른 이해가 안되어 머뭇거리자 운암은 동산의 선기가 아직 덜 닦여졌음을 질책했다.

“더 깊이 생각해야 돼.”

동산은 갑자기 막힌 의심 덩어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미진한 채로 운암의 곁을 떠나 운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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