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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0>-깨달음의 길

뜻을 알았거든 말을 버려라-소설가 이재운

 

동산이 그의 오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자.

어느 날 초(初)라는 상좌가 설법을 하면서,

“신기하고 신기하여라! 불계(佛界), 도계(道界)의 불가사의여!”

하고 감탄했다. 동산이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질문을 던졌다. 이때는 아직 은거 중이었고 종지를 날릴 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질문은 더욱 날카로웠다.

“불계와 도계는 그만두고 불계와 도계가 어쩌니 저쩌니 하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한 마디로 말해보시오.”

초 상좌는 말문이 콱 막힌 채 대답할 기미가 전혀 없었다.

“왜 머뭇거리시오?”

“따지려는 자세로는 의견을 밝힐 수 없습니다.”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따지면 안 된다고 하십니까?”

초 상좌는 다음에 대답할 거리를 마련하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끌었다. 그래서 동산이 먼저 말을 놓았다.

“부처와 도는 명사(名詞)인데 왜 교리적으로도 설명을 못하시오?”

“교리에선 뭐라는데요?”

“뜻을 알았거든 말을 버리라고 했습니다.”

“그대는 역시 교리를 빙자하여 마음의 병을 만들었군요.”

“불계와 도계의 병은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데요?”

결국 초 상좌는 이 문답에서 동산에게 패하였다. 그 분을 이기지 못한 초 상좌는 자신의 모든 지식과 잔여 인생을 내던지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지독히도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동산의 앞뒤 생각없는 날카로운 칼날이 교화는 커녕 싹마저 잘라버린 결과였다.

이밖에도 동산은 무한서(無寒暑)라는 유명한 법문을 남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스님이 동산에게 물었다.

“추위와 더위가 닥칠 때 어떻게 피합니까?”

“안 춥고 안 더운 데로 가면 되지.”

“그런 데가 어디 있는데요?”

“추울 때는 그대를 얼려 죽이고, 더울 때는 태워 죽이겠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은 생사가 없는 세계를 비유한 것이다.

주역은 우주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주역의 구조를 보면 모두 상대적 원리에 의해 잘 조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주역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이러한 절대 세계를 일컬어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보는 것이다.

위 문답에서도 그러한 사상이 나타나 있다. 벽암록에 수록되어 있는 유명한 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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