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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2>-깨달음의 길

매맞고 깨달음을 얻다-소설가 이재운

 

황벽(黃檗) 문하에 입승(立繩-선원의 규율을 잡는 직책)으로 있던 진 존숙(陳尊宿)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존숙은 스님에 대한 경칭의 의미다. 그가 보니 대중 가운데 임제의 정진이 돋보였다. 진 존숙은 어느 날 임제에게 말했다.

“이곳에 얼마나 있었는가?”

“3년이 되어 갑니다.”

“황벽 스님을 친견한 적이 있는가?”

“뵙긴 했습니다마는 무엇을 물어야 될지 몰라서 안 물어봤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곧 가서 불법의 골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게.”

그 말을 들은 임제는 그 길로 조실인 황벽의 방을 찾아갔다.

“불법의 골수가 무엇입니까?”

임제의 물음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황벽의 손바닥이 임제의 뺨을 후려쳤다. 진 존숙은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임제에게 물었다.

“황벽 스님께서 뭐라고 하시던가?”

임제의 찌푸린 대답이었다. “묻기도 전에 냅다 따귀를 때립디다.”

진 존숙의 눈이 번쩍했다.

“그래? 그렇다면 다시 한번 그대로 물어보게.”

임제는 아직도 화끈화끈하는 뺨을 비비며 다시 황벽의 방문을 열었다.

“불법의 골수는 무엇입니까?”

역시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의 주먹이 임제를 사정없이 두들겨댔다. 임제는 정신이 아득했다. 투덜거리며 돌아오는 임제를 보고 진 존숙이 다시 물었다.

“뭐라시던가?”

진 존숙의 물음에 화가 잔뜩 난 임제는 이렇게 말했다.

“입승 스님,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토록 맞아야 합니까? 나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진 존숙은 임제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했다.

“임제 스님,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가서 물어보게. 이번에는 틀림없이 무슨 말씀이 계실 걸세.”

임제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다시 황벽을 찾아갔다.

“불법의 골수는…”

임제의 말이 반은 나왔다고 생각되었을 때 황벽의 육중한 덩치가 임제를 사정없이 깔아 뭉갰다. 임제는 이번에도 허겁지겁 도망나왔다.

그날 저녁 진 존숙이 임제의 방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시던가?”

“입승 스님, 전 황벽 스님하고는 인연이 먼가 봅니다. 저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때립니까? 전 아무래도 이 절을 떠나야겠습니다.”

진 존숙도 그 말을 듣고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 떠나기 전에 황벽 스님에게 작별 인사나 드리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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