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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3>-깨달음의 길

불법의 골수 노래를 했건만…소설가 이재운

 

진 존숙은 짐을 챙기고 있는 임제를 앞질러 황벽을 찾아갔다.

“임제 수좌는 보통 인재가 아닙니다. 아주 장래가 촉망됩니다. 지금 가겠다고 짐을 싸고 있습니다. 하직 인사하러 오거든 자비로 이끌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황벽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 알고 있네. 염려 말게.”

이윽고 짐을 싼 임제가 작별 인사를 한다고 조실을 두드렸다.

“스님, 저 떠납니다.”

황벽은 그 목소리에 자신의 마음을 섞어 밖으로 흘려보냈다.

“다른 데는 가지 말고 고안(高安)의 대우(大愚) 스님을 찾아가라. 분명히 너를 위해 좋은 말씀을 들려 줄 것이다.”

임제가 그 말을 듣고 대우를 찾아갔다.

“어디서 오는가?”

“황벽 스님 있는 곳에서 옵니다.”

대우의 말에 임제의 화풀이가 시작되었다.

“글쎄 보십시오. 제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불법의 골수를 묻는데 계속 세 번이나 얻어맞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제가 얻어맞기나 하려고 출가한 줄 아시는가 봅니다.”

임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대우가 벌떡 일어나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런 병신같은 놈! 황벽 스님이 너를 위해서 그토록 간절하게 불법의 골수를 일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뭣이 어째? 황벽 스님이 아무 잘못도 없는 너를 때리기만 해?”

임제는 퍼뜩 놀라 긴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고 보니 황벽 스님의 불법도 별거 아니군.”

깨친 뒤의 임제가 내뱉은 말이었다.

“이런 병신같은 놈, 아까는 황벽이 때렸다고 투덜대더니 뭐 지금은 황벽의 불법이 별게 아니야? 무슨 도리를 알았는가, 빨리 말해라, 빨리!”

대우는 임제의 멱살을 틀어쥐고 호통을 쳤다.

임제의 얼굴은 환희로운 감격의 미소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임제는 대우의 옆구리를 ‘세 번’ 쿡쿡 찔렀다. 그제서야 대우는 임제의 멱살을 풀어주면서 말했다.

“네 스승은 처음부터 황벽이었다. 그러니 황벽에게 돌아가라.”

임제는 곧장 황벽에게 갔다.

황벽은 헐떡거리며 산을 올라오는 임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느냐? 불법의 골수는 커녕 쥐뿔도 모를 게다.”

그러자 임제는, “스님의 간절하심이 있을 뿐입니다.”

하고 인사를 한 뒤 황벽 앞에 단정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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