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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99>- 깨달음의 길

곧 눈앞의 법은 아니다-소설가 이 재 운

큰 스님들의 이런 태도는 올바른 의심마저 내지 못하도록 막고, 올바른 깨달음도 얻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오히려 인도 쪽의 조사들 전기를 보면 이치가 산뜻하고 분명한데 요즈음 우리네 큰스님들의 가르침 앞에서는 젊은 수좌들이 앉아서 졸기만 할 뿐이다.

큰 스님들이 조사들의 법을 바로 깨우쳤다면 서로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석가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미륵이 땅에서 솟았는가?”

혜홍은 선자의 가르침이 마땅치 않았다는 걸까.

하여튼 선회는 그럼 무얼 깨달았단 말인가.

선회는 그뒤 협산에 터를 잡고 선원을 개설하였다. 첫 상당에서 그의 카드가 제시되었다.

“달마 조사가 다녀가신 뒤로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단지 선맥(禪脈)만 이었다.

지금도 불조(佛祖)가 남긴 말이나 가르침으로 남의 스승이 된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도리어 법을 어지럽혀 제자를 미치게 만들거나 어리석게 만들고 만다.

그들은 으레 하는 식이 있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침없이 말해버린다.

즉 법이 없는 것이 본래 도라는 둥, 도에는 한 법도 없어서 깨달을 건덕지도 없다는 둥, 얻을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다는 식으로 경전 한 구석에서 어쩌다 우연히 본 것을 마치 저들이 스스로 깨우친 양 입에 달고 다니며 피리불듯 불어대곤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눈앞에 법이 없다함은 눈앞에 뜻이 있는 것이라 하니 그것이 곧 눈앞의 법은 아니다.

만일 부처님과 조사들을 향해 배운다면 그 사람은 바른 안목이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의지한 바 법에 속해서 자유롭지 못하니 근본은 오직 생사가 끝없기 때문에 의식의 성품이 자유롭지 않다.

만 리를 가서 선지식을 구하더라도 모름지기 바른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허망하고 그릇된 소견을 영원히 벗어나야 눈앞에 있는 생사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를 단정할 수 있으리라.

만일 누군가가 단정하면 그대는 벗어났음을 허락하리니 근기가 높은 사람은 말이 떨어지는 즉시에 도를 밝히고 중간과 하층의 근기는 물결을 따라 헤매기만 한다.

왜 생사 속에 들어가서 단정하지 않고 어디서 부처와 조사가 그대의 생사를 대신해줄까 하고 기대하는가.

지혜있는 사람이 비웃으리라.”

선회의 자기 반성문인가 보다.

곧 눈앞의 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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