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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1>-깨달음의 길

현실과 이치 하나인 곳에 부처님이-소설가 이재운

 

위산은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청중의 편견과 집착을 이용하여 스스로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눈이 밝은 자를 가려내기 위하여 질문을 던져 보았던 것이다.

모두들 머리 속을 뒤지느라고 정신이 다 나간 사람들처럼 웅성거리는데 한 사미만이 고요한 표정을 지은 채 흔들리지 않았다.

뜻밖에 어린 사미가 말귀를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 사미가 바로 앙산이었다. 위산은 그날은 그냥 넘어가고 뒤에 은밀히 앙산을 불러 시험을 해보았다.

“주인이 있는 사미냐, 없는 사미냐?”

주인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스승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때 앙산은 아직 절에서 심부름이나 하는 사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어린 앙산의 입에서 다른 대답이 나왔다.

“있습니다.”

“누구지?”

앙산은 벌떡 일어나 동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서쪽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위산은 앙산을 제자로 삼기로 하고 열심히 불법을 깨우쳐 주었다. 앙산이 어느 날 위산에게 물었다.

“부처님이 사시는 곳은 어딘가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무엇이든지 일어난다. 꽃도 피고 사슴도 뛰어다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잊으면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진다.

생각 있음과 생각 없음의 묘한 경지가 이러한 것이다.

생각이 다 하면 성품과 형상이 항상 머무르는 자리가 있다.

생각도 머무르고 생각 아닌 것도 머무르는 그곳, 현실과 이치가 둘이 아닌 데에 우리 부처님이 계신다.”

앙산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아 기꺼이 위산의 시봉이 되었다. 그것은 곧 법을 섬김이었다.

그 후 앙산은 수십 년의 정진을 쉬지 않은 끝에 위산과 더불어 위앙종을 연 개조(開祖)가 되었다.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앙산을 친견하고 질문을 했다.

“스님, 글자는 좀 아시는지요?”

“약간 배워서 알지.”

그러자 그 스님은 오른쪽으로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무슨 글자냐고 물었다.

앙산은 곧 열 십(十)자를 땅바닥에다 그렸다. 그 스님은 이번에는 왼쪽으로 한 바퀴 돌고나서 무슨 글자냐고 물었다.

앙산은 십자를 고쳐서 길상(吉祥=卍)으로 만들었다.

그 스님은 다시 원상(圓相=○)을 그리고 두 손으로 받들어 마치 아수라가 해와 달을 손바닥에 놓는 모양을 하고 그것은 무슨 글자냐고 물었다. 앙산은 다시 卍자에 원상을 그려 卍자를 둘러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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