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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03>-깨달음의 길

스스로 불을붙여 화장한 경통-소설가 이재운

 

널리 중생구제에 나섰던 경통은 어느 날 제자들을 모두 불렀다. 그러고는 뜰 앞에 장작을 쌓아놓고 정오가 되거든 와서 알리라고 부탁했다.

제자들은 스승이 이르는 대로 대웅전 앞마당에 장작을 높이 쌓아두고 있다가 해가 중천에 오르자 스승에게 달려가 때를 알렸다.

경통은 촛불을 켜들고 스스로 장작더미 위에 올라섰다. 삿갓을 벗어 뒤로 젖혀 원광(圓光-부처님이나 보살 등의 등 뒤에 나타나는 둥그런 빛)의 모습을 하고 항마저(降魔杵-마귀를 항복시키는 몽둥이)의 형상으로 주장자를 쥔 채 들고 있던 촛불을 떨어뜨렸다.

“나 마지막으로 설법할란다.

잘들 봐라. 평생에 한번 밖에 할 수 없는 법문이야.”

불길이 서서히 타오르자 경통은 더욱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과 염불로 흐느끼는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장삼에 붙은 불은 온갖 인연과 업보를 모두 녹이려는 듯 화상의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경통은 가장 강렬한 임종 설법을 한 것이다. 생사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제자들에게 생사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죽음을 초탈한다는 것을 직접 실험해보인 경통은 때를 알고 죽었다.

같은 자살이라도 때를 알고 스스로 맞이하는 것은 깨달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죽음이다.

지한이 어느 날 임제를 친견하러 갔다. 임제는 방으로 들어오는 지한을 꽉 껴안고 있다가 한참만에야 풀어주었다.

그러자 지한은 임제에게서 풀려나오며 알았다는 뜻을 표시했다.

이것이 선문답이다. 꽉 껴안았다는 것, 이 단순한 언어 어디에 그 푸르디 푸른 구도자의 칼이 숨겨져 있을까.

그 후 지한은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임제 화상을 뵙고 아무 말도 들은 바가 없었는데 아직도 배가 불러 시장한 줄을 모르겠다.”

그 때 말귀를 알아차린 한 제자가 재빨리 설법을 청했다. 그러자 지한은 입을 딱 벌린 채 잠자코 있기만 했다. 제자가 어리둥절해하자 지한이 웃으면서 말했다.

“설법 끝!”

입을 벌리고 있는 동안 설법이 다 새어 나왔다는 것이다.

말로 된 설법을 기다리느라고 귀만 잔뜩 세우고 있던 제자를 경계함과 동시에 설법 또한 참으로 마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 제자는 스스로 함정을 짓고 스스로 빠진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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