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5℃
  • 맑음강릉 32.0℃
  • 구름조금서울 29.1℃
  • 맑음대전 28.9℃
  • 맑음대구 29.9℃
  • 맑음울산 28.6℃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8.4℃
  • 맑음고창 27.8℃
  • 구름조금제주 29.4℃
  • 구름조금강화 26.6℃
  • 맑음보은 26.2℃
  • 맑음금산 27.0℃
  • 맑음강진군 27.2℃
  • 맑음경주시 29.2℃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깨달음의 노래, 해탈으 노래<116>-깨달음의 길

성(性)의 마에 부딪힌 부설-소설가 이재운

 

묘화의 가슴은 꺼질 줄 모르고 더욱 세차게 타올랐고 부설이 보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더는 억제할 수 없을 만큼 터져오르는 가슴을 어쩌지 못한 묘화는 부설의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어 사랑방 뒷문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문틈으로 방 안을 엿보는 묘화는 숨이 턱턱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묘화는 지그시 눈을 감고 손을 모아 ‘부설 대사님’ 하고 입 속으로 몇 번이고 불러보았다.

묘화는 내실로 돌아와 벽에 기대앉아 곰곰이 생각한 끝에 마침내 자신의 한 몸을 부설에게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그런 지 며칠 후 하늘이 말끔히 개자 부설의 일행이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것을 보는 묘화는 미칠 지경이었다. 한 번 가면 기약 없는 부설이었다.

묘화는 굳게 결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앞으로 나갔다.

“저는 부설 스님에게 시집가겠어요.”

구무원은 깜짝 놀라 묘화를 꾸짖었다.

“스님을 욕되게 하는 말을 하면 천벌을 받게 된다. 그 일은 단념해라. 네가 스님을 파계시키려 하다니!”

“죄는 무슨 죄입니까? 남녀가 만나는 것은 음양의 조화요, 천지의 이치가 아닙니까?”

옥신각신 하던 끝에 묘화는 죽어버리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구무원은 사랑하는 딸의 부탁이라 어쩌지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서 부설에게 간절히 청했다.

“부설 스님, 제 딸을 살려주십시오.”

구무원은 말끝을 채 맺지도 못하고 엎드려서 흐느꼈다.

부설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영조와 영희를 바라볼 뿐이었다.

“대관절 무슨 말씀이십니까? 따님이 무엇을 잘못 먹고 체하기라도 했나요?”

구무원이 묘화의 뜻을 자세히 전하자 부설은 그만 날벼락을 맞은 듯이 멍해지고 말았다.

‘도가 높아질수록 마귀가 성한다더니 오대산 문수보살 도량을 찾아가는 길인데 이 무슨 해괴망칙한 일인가!’

부설은 속으로 한탄을 했다. 도가 높아질수록 마귀가 성한다는 것은 큰일을 하는 데에 언제나 방해되는 일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하나의 시험으로 받아들인다.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극복해야할 마(魔)가 있다.

수준이 정말로 되었다면 그 계단에 맞는 마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설은 바로 그 마 가운데에서 성(性)의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