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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17>-깨달음의 길

살자고 도 닦는거 아닙니까 - 소설가 이재운

 

“거사님의 사정은 절박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허락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구하기 위하여 있던 처자식과 왕위마저 버렸는데 어찌 내게 없던 것조차 만들어 가지라는 말씀입니까? 당치 않습니다.”

구무원에게는 자기의 외동딸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급박한 판국이었다.

“스님, 전들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스님 때문에 어린 처녀가 목숨을 끊는대서야 되겠습니까? 스님께서 한 번 생각을 돌려 대자대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살고 살리자고 도닦는 거지 죽고 죽이자고 도 닦는 건 아니잖습니까?”

“안 됩니다. 수미산이 무너지고 동해바다가 마르는 한이 있어도 안됩니다. 그렇게 아시고 더 이상 저를 괴롭게 하지 마십시오.”

부설은 강경하게 거절했다.

“부설 스님, 저를 다시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개미 한 마리를 위해서 무량 겁의 고통을 받는 것이 보살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스님이 끝까지 거절하신다면 내 딸만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두 내외도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오직 딸 하나에게 희망을 걸고 사는 우리 두 내외가 그 애 없는 세상에서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습니까? 스님의 성불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우리 세 목숨을 건져주시는 것이 보살행이 아니겠습니까?”

구무원의 말에는 마디마디 피가 맺혀 있었다.

부설도 세 목숨이라는 말에는 섬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미닫이 사이로 들려오는 묘화와 부인의 울음소리가 부설의 귓전을 흔들어댔다.

계율을 위해서는 한 걸음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대비대원의 보살행에 대해서는 그냥 돌아설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중생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구제한 뒤에야 성불하고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지옥에 남아 있겠다는 지장보살의 서원도 있지 않는가.

또 모든 중생의 괴로움과 환란을 없애주고 아들을 낳고 딸을 낳으려는 소원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것이 관세음보살의 서원이 아니었는가. 부설은 이러한 생각에 이르자 차마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거사님의 간절한 부탁이니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룻밤만 여유를 주십시오.”

그 일을 지켜보고 있던 영조, 영희는 부설을 나무랬다.

“자넨 마에 걸려든 거야. 여유라니, 그게 될 말인가? 그저 딱 잘라 거절하고 어서 오대산으로 가세. 여유를 갖다니, 마음 약한 소리 그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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