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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깨달음의 노래, 해탏의 노래<125>-깨달음의 길

진각·보조 깊은 사제의 정 나눠 - 소설가 이재운

 

진각과 보조가 사제의 깊은 정을 나누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동기가 있었다.

어느 날 도반과 함께 길을 지나던 진각은 얼핏 산 계곡에 나직이 번지는 보조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보조가 시자에게 찻물을 끓여 오라고 이르는 말이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잔잔하고 맑은지 진각은 그 자리에서 시 한 수를 지었다.

시자 부르는 음성

안개 어린 솔가지

덩그러진 칡덩굴에 떨어지누나

차 끓이는 그윽한 내음

바람에 실려 돌길 위를 날아오른다

보조는 진각이 올린 이 시를 읽어 보고 대답 대신 아름다운 부채를 한 개 내주었다.

이 일 말고도 보조와 나눈 선문답이 있는데 그것이 또 보조의 마음에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분 스님이 함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다 떨어진 짚신 한 짝이 길모퉁이에 버려져 있는 것이 두 분 스님의 눈에 동시에 들어왔다. 먼저 보조가 반응을 보였다.

“짚신은 여기 있고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

진각은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답을 만들어냈다.

“왜 그때 서로 보지 않았습니까?”

보조는 속으로 뜨끔하면서 겉으론 의미 있는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보조는 그 후 진각을 격려하고 이끌면서 남다른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자료에 의하면 진각은 스승 보조의 선 이론을 반대했던 듯하다.

보조의 품을 벗어나 계속 딴 곳으로 흐르던 진각은 보조가 입적한 뒤에야 수선사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조는 데리고 있던 제자가 아닌 진각에게 그의 법맥을 이어줌으로써 그의 해탈된 경지를 보여주었다. 그 후 진각은 국사가 되었다. 오도기가 따로 전하지는 않지만 선문답 가운데서 한 가지를 골라 소개한다.

진각이 월등사에 있을 때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도반 마곡(麻谷) 스님이 찾아왔다. 두 스님이 그간 떨어져 있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주고받다가 진각이 은근히 칼을 뽑았다. 얘깃거리가 마땅치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이 늙은이가 아프다네.”

“어디가 아픈데?”

마곡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내가 게송으로 설명하지. 중생의 노력으로 이를 수 없는 곳에 한 세계가 열려 있네. 묻노니 그곳은 어디인가? 고요한 열반문이 그곳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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