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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많은 가을 발걸음이 가볍다

과천 지역 미술관의 유혹

무덥다는 느낌보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내리는 비로 지겨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의 문턱을 밟았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고 왠지 모르게 외로움이 몰려오는 이 계절, 과천지역 미술관들이 저마다 색깔 있는 전시를 열고 시민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이 아닌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이들 미술관을 찾아 번잡한 심상을 하루라도 떨쳐버리는 게 어떨까.

민속화가로 유명한 이서지 화백이 건립한 과천동 이서지미술관은 특별기획전시전으로 ‘소재와 기법- 전통을 보는 눈’전을 열고 있다.

이 곳에 발을 디딘 관람객은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과 표현방법, 그리고 그런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작가의 고뇌가 다가섬을 느낀다.

현대 미술사에 찰과묘법(擦過描法)이란 독자적인 기법을 개발한 나정태의 ‘설화지운(雪花紙韻)’과 ‘닥지산운’은 제목 자체는 언뜻 가슴에 와 닿지 않으나 그림은 심오하다.

작품의 탄생과정을 김미리 큐레이터로부터 들으면 참 재미있다.

일주일 내내 고생하며 완성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울컥 치솟는 울화에 쓰레기통에 구겨 버린 것을 혹시 하는 생각에 다시 꺼내본 결과 영감이 떠올라 그린 것이 이들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을 감상법은 거대한 암벽과 산의 형상이 구겨진 화선지의 선이 작가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기법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다.

원로작가 이석구의 ‘생성’은 한지를 요철로 작업,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을 안겨준다.

작가는 ‘생성’이란 시리즈를 통해 자연의 모습과 생명을 전통문양으로 재구성, 3차원적인 시각효과와 새로운 조형언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재선의 ‘꿈꾸는 방랑자’ 시리즈는 예전 못 먹고 헐벗었던 시절을 상징했던 고무신의 행진이다. 수천개의 고무신은 한지를 녹여 액화상태로 만든 후 다시 굳히는 방식을 통해 완성했다. 이 역시 전통을 현대로 재조명한 작업의 일환이다.

이서지 화백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최근 그가 추구해온 아크릴 기법을 차용, 나비와 고양이, 까치, 꽃 등을 갖가지 색으로 채색했으나 민화적인 느낌은 친근감을 안겨준다.

이 밖에 이서지미술관엔 자연의 모습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강수돌의 ‘자연-공가구조’ 등 30여점의 작품이 오는 20일까지 전시된다.

전통을 현대화로 시도한 작품을 보았다면 이번엔 문원동 가원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겨 가벼운 마음으로 수채화인 서양화를 구경해보자.

전시회 제목과 회원단체 이름이 똑 같은 ‘그림에세이’는 서울과 과천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여성작가 43명의 5번째 전시회다.

작가들이 전시한 작품들은 주변 풍경이나 자신이 다녀온 곳을 화선지에 옮겼다. 수채화 특유의 옅고 짙은 채색은 보는 이에게 때론 편안함을 때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하다.

고정순의 ‘여름 그리고 기다림’은 여름철 한적한 농촌 풍경을 그렸으나 작가가 의도한 기다림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유금란의 ‘설경’은 거목의 앙상한 가지의 표현기법이 뛰어나고 깊은 산 산사로 이어지는 계단 옆으로 돌탑이 즐비한 양원희의 ‘가을여운’과 유금란의 ‘설경’은 파스텔풍 같이 부드럽다.

화병에 꽂힌 빨강, 파랑, 노랑꽃들을 바로보고 있노라면 눈이 어지럽다. 이 전시회는 오는 16일 막을 내린다.

가원미술관으로부터 1㎞ 내외에 위치한 제비울미술관(갈현동)은 ‘찾아가는 경기도미술관-이음길’이 전시되고 있다.

양주, 광주, 남양주시 등을 거쳐 이 곳에서 지난 8월24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6개 작품이 넓은 전시공간에 관람객이 편하게 보도록 배치를 잘 해놓았다.

한지에 수묵담채로 그린 강경구의 ‘북한산’은 거친 필선과 자유자재로 휘돌아 친 먹의 멋과 강력함이 남성적인 장쾌감을 보여준다.

양평 벽계천이 굽이쳐 흐르고 그 주변을 에워싼 계곡을 목판으로 절묘하게 표현한 ‘벽계구곡’은 섬세하기 이를 데 없고 ‘침묵의 땅-제부도’(문인환)는 파란하늘 아래 펼쳐진 갯벌과 바다를 잇는 물길이 캔버스에 유채로 그렸다기엔 너무나 사실적으로 마치 한 폭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크기가 192×804㎝로 대작인 ‘검은 풍경’(박병춘)은 강원도 치악산 강림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흑과 백의 대비가 뚜렷한 구성이 특징이다.

어께를 늘어뜨린 채 홀로 오솔길로 걷는 나그네의 모습은 현대인의 고독을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안의 산세를 담묵에서 농묵으로 차곡차곡 쌓은 적묵법으로 표현한 ‘설국’(이창희)은 삭막한 겨울의 풍경을 포근한 이미지로 담아냈고 온통 차들로 화선지를 빼곡히 메운 ‘멀미’(이진혁)는 문명의 이기에 갇혀버린 현대인의 삶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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