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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8>-깨달음의 길

소요 열반 법문 후 임종 - 소설가 이재운

소요 태능은 불안(佛眼)으로 본 세계를 열심히 시로 나타내던 중 1949년 음력 11월 21일, 열반에 들기로 선언했다. 그의 열반에 대한 이해는 다음의 시에서 표현되기도 했다.

속(俗)을 알고 진(眞)을 밝히고 / 또 중(中)도 뛰어나 / 하늘과 땅을 모두 거두어 / 가슴 속에 접었다 / 몸을 바꿔 삼천리 밖에 팔을 받치고 / 달밤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 누워서 듣는다.

소요는 대중들에게 열반에 대한 법문을 마치고 붓을 들어 임종게를 썼다.

해탈도 해탈이 아닌데 / 열반이 어찌 고향이랴 / 날 선 칼빛이 번쩍거리니 / 입을 놀리면 한 칼 맞으리.

법랍 88세로 이 대시인은 세상을 뛰어넘었다.

서산의 제자 중에서 태능은 편양(鞭羊)과 함께 큰제자로 추앙됐으며 뒤에 태능의 문하가 일파를 이루자 이들을 소요파(逍遙派)라고 불렀다.

<유적고(遺蹟攷)>에는 당시에 구전되던 진묵의 일화 열일곱 가지가 실려 있다. 초의(草衣)에 의해 글로 정리되기까지 약 이백 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흘러다니던 진묵의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 전설적인 인물, 진묵에 관한 일화 몇 가지를 들어본다. 혹시라도 깨달음의 흔적이 묻어 있는지 살필 일이다.

진묵이 어느 해 변산의 월명암에 있을 때의 일이다.

가을이 깊어가자 스님들은 모두 겨울 안거 때 먹을 양식을 얻으러 산을 내려갔다. 절에는 진묵과 시자만이 남아 적막한 산사를 지키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시자가 속가의 제사를 지내러 산을 내려가게 되었다.

“스님, 제사가 있어 하룻밤 속가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오냐.”

시자는 산을 내려가기 앞서 저녁 공양을 차려 디밀었다. 그때 진묵은 능엄경을 보고 있었다.

“스님, 공양 잡수시고 경 보세요. 저는 지금 산을 내려갑니다.”

진묵은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능엄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시자가 돌아와 보니 진묵은 전날의 저녁 공양도 들지 않고 한 손에 능엄경을 든 채 깊은 삼매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한 손이 문간을 짚고 있었는데 간밤에 불어댄 바람으로 문이 찍어댔는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시자는 깜짝 놀라 천천히 진묵의 삼매를 깨웠다.

“스님. 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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