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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52>-깨달음의 길

은둔하던 경허 결국 열반의 길로 - 소설가 이재운

경허는 말년이 되자 일본의 침략에 울분을 참지 못해 그들에게 반항하였다. 단발령에는 장발로, 고문에는 인내로 참아내다가 마침내 승복을 벗어던지고 이름도 난주(蘭州)라 갈고 삼수갑산의 글방 훈장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기행 끝에 훈장이 된 것이다.

그러던 1912년 봄인 4월 25일 경허는 글방 제자들을 찾아다니며 작별 인사를 했다.

“내일 가네.”

“어디를 가시는데요?”

“바람따라 갈 뿐이야.”

글방으로 돌아온 경허는 울 밑에서 풀을 뽑는 학동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이 피곤하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음식도 모두 끊고 하룻밤을 지낸 뒤 홀연히 새벽에 일어나 붓을 들고 임종게를 지었다.

마음 속의 달이 홀로 둥글고

그 달빛은 삼라만상을 삼켜 버리니

경계가 없는 빛,

이것은 또한 무엇인가?

경허는 마지막으로 일원상을 그린 후 붓을 던지고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입적하였다.

향수 63세였다. 제자로는 혜월, 만공, 한암, 수월, 성월 스님 등이 있으며 이들 선지식들이 있어 우리나라 최근세의 선불교를 중흥시켰다. 뿐만 아니라 경허는 한국에서 승려가 되었거나 되려는 사람, 혹은 불교도이거나 불교를 접한 사람들이 부처님을 향해 나아가자면 꼭 한번은 넘어야할 산마루 같은 존재가 되었다.

저서로는 <경허집>, <선문촬요>, <법문곡>, <참선곡>, <가가가음> 등이 있다.

만공(1871∼1946)의 나이 스물셋 나던 해인 1893년 11월 1일, 십칠팔 세 되어 보이는 소년이 찾아와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되었다. 양력으로는 12월 8일이니 산사에는 초겨울의 찬바람이 흐르고 있었으리라.

“저, 스님.”

잠자리에 나란히 들어 잠을 청하려 할 때 그 소년이 나직이 물었다.

“모든 진리의 형상들은 한 곳으로 깃든다는데 그 한 곳은 또 어디로 깃든다지요? 이걸 알면 만사에 막히는 것 없이 다 알 수 있다 하니 그게 무슨 뜻이라지요?”

만공은 순간 숨이 턱 막혀버렸다. 소년은 그저 저 답답한 마음에 질문을 던져보았을 뿐 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곧 잠이 들었다. 나이는 비록 스물셋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출가 10년째이던 만공은 철퇴를 맞은 듯 놀라 밤이 새도록 이 공안을 곰곰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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