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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review]경기도립극단 - 한국문학 1920

마임·1인9역 변사 등 단원 연기력 압권… 학생들에 ‘문학의 친근함’ 선물

 

학창시절 태어나 처음 접한 연극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당시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걸 보면 아마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 풋풋했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준 공연이 26일 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 무대에서 있었다.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전무송)의 상설공연 ‘한국문학 1920’.

도립극단은 지난 2005년부터 청소년기에 꼭 읽어야 할 명작문학을 선정,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연극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날 역시 객석에는 학생 관객들이 일찍부터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대는 김동인의 ‘감자’로 막이 올랐다. 주인공 복녀가 빈곤 때문에 결국 타락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비극으로 그린 이 작품은 특이하게 배우들의 모든 연기가 마임으로 이뤄졌다.

무대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변사는 ’70년대 무성영화를 보여주듯 감칠맛 나는 해설과 1인9역에 달하는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이끌었다. 극은 숨 돌릴 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 사이 문학이라는 딱딱한 소재와 생전 처음 접하는 생소한 연극에 긴장했을 학생들은 연극에 대한 두려움을 깨끗이 씻은 듯 보였다.

이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무대에 올랐다. 인력거꾼 김 첨지의 하루일과와 그 아내의 비참한 죽음을 예리한 관찰력으로 그린 이 작품은 신기하리만치 곳곳에 익살이 숨어있었다.

“일찍 들어와유, 그리고 설렁탕 한 그릇만…”이라고 애원하는 아내의 모습은 분명 슬픈 데도 눈물이 날 만큼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김 첨지가 30원을 벌기 위해 장대비를 뚫고 15리 길을 달려가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억수 같이 내리는 비(조명효과)와 빗소리, 빠른 템포의 음악이 오버랩 된 속에서 김 첨지와 손님은 이 장면을 제자리에서 우스꽝스럽게 달리는 것으로 표현해냈다.

다시 이어진 무대는 인간의 이율배반적 심리를 그린 ‘B사감과 러브레터’. 이 작품 역시 도립극단 배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얼마 전 ‘눈물 꽃 기생’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장정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넘치는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극의 중간중간 무대에 올라 작품의 탄생배경과 당시의 시대상황 등을 자상히 들려준 이승철 상임단원의 따뜻한 해설도 좋았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일은 이날 공연을 본 청소년들은 10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날의 감동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는 점. 또 앞으로도 도립극단의 든든한 관객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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