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통문화란 고리타분하거나 박물관에나 보내야 할 것으로 치부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옛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얼과 슬기가 깃들어져 있어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줘야 할 유산이 바로 전통문화로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전통문화 바로 알기와 전파, 향토사연구에 10여년의 세월을 받친 과천문화원 최종수 원장(66)은 전통문화에 대한 정의를 명쾌하게 내렸다.
8일 만난 최 원장은 모친상 이후 깎지 않은 텁수룩한 수염에 서리가 앉았지만 목소리는 나직하면서도 힘찼다.
그는 과천에서 600여년을 살아온 전주 최씨 가문의 후손이다.
최 원장이 전통문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해는 2003년 문화원장 취임 후부터이나 과천이 시로 승격된 1986년부터 사실상 시작했다.
선대가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린 고장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그는 먼저 향토사연구와 조사가 바로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길이라고 생각, 남모르게 수집 작업을 해왔다.
1991년엔 예술문화의 산실인 문화원 설립에 나서는 등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년 뒤엔 과천향토사연구회를 결성, 직접 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과천의 옛 전통 살리기에 매달렸다.
당시 수집한 자료는 과천시지 발간에 일조했다.
“향토사와 전통문화에 처음 손을 댓을 땐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절이라 연구하고 조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회상하는 그는 2003년 문화원장 자리에 앉으면서 전통문화 전도사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나갔다.
대표적인 사업이 ‘아하 그렇구나’다.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면 2세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이들이 우리 고유의 옛 문화를 등한시한다면 전통문화는 이 땅에서 점차 소멸되고 만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고나 할까요.”
지난 3년간 관내 학생들은 과천나무꾼놀이와 사자놀이, 강강술래, 천연염색과 도예체험, 판줄타기 등을 체험하면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을 몸소 체득했다.
올해엔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정을 어렵게 받아 일반시민들에게도 전통문화 배움의 길을 활짝 열었다.
문화원 산하에 과천민속예술단을 만든 것도 업적이라면 업적이다.
나무꾼놀이 전승에 역점을 둔 이 단체는 올 9월초 경기도 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 후지즈카 아키나오 박사가 소장해오던 추사 관련 2천여 점의 자료를 작년에 기증받기까지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공로로 대통령 국민포장을 받은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었다.
“추사 국제학술대회 초청차원에서 전화를 한 것이 인연이 되었는데 처음엔 자료가 없다고 시치미를 떼더니 지속적인 추사 연구 활동을 해온 것에 감복, 기증을 결심했다는 전언을 들을 때 기쁨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최 원장은 그러나 “이 모든 성과가 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문화원 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겸손의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