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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아 예슬아 어디있니! 제발 살아있기를…

안양 초등생실종사건 한달째…

혜진이와 예슬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안양 초등학생 실종사건이 23일로 발생 한달째를 맞지만 경찰은 행방불명된 이혜진(10·초등 4년) 양과 우예슬(8·초등 2년) 양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수사도 답보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연인원 1만1천500여명을 통원하고 4천여가구를 개별 탐문하는 등 전방위수사를 펼피고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신고보상금을 3천만원으로 올리고 18만여장의 전단을 배포하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고 있다. 무사귀가를 기원하며 현관문을 잠그지 않은 채 선잠을 자는 가족들은 실종일수가 하루씩 늘어나는 만큼 속이 타들어가지만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사건개요

지난해 12월25일 오후 3시30분쯤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우양파크빌 놀이터에서 혜진 양과 예슬 양이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졌다.

이어 이 양과 우 양은 이날 오후 4시10분쯤 안양8동 안양문예회관 앞 야외공연장을 지나는 모습이 CC-TV에 잡혔으며, 오후 5시쯤 문예회관 인근 상가주인에게 목격된 이후 실종됐다.

이 양과 우 양의 부모는 26일 오전 0시20분쯤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이 양은 140㎝의 키에 몸무게 40㎏으로 긴머리, 긴얼굴이며 핑크색 점퍼와 청바지 차림에 줄무늬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또 우 양은 키 132㎝에 몸무게 30㎏으로 단발머리에 둥근 얼굴, 짙은 눈썹이며 감색 운동복 상의와 빨간색 티셔츠, 청바지, 검정운동화를 착용했다.

우양파크빌 놀이터는 이들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500m, 안양문예회관은 400m 가량 떨어져 있다.

◇경찰수사 ‘제자리’

이 양과 우 양의 미귀가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일주일여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자 조난이나 범죄피해에 무게를 두고 공개수사에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끔 집 인근 수리산에 올라가 놀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아이들이 산에 올랐다가 조난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항공 수색까지 벌였지만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또 범죄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 수리산과 청계산을 비롯해 안양6,8동 주택가 옥상과 지하실, 정화조, 맨홀 등을 바둑판식으로 나눠 연인원 1만1천598명을 동원해 정밀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류품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공개수사 초기 아이들을 봤다는 제보전화가 잇따랐지만 모두 잘못된 제보인 것으로 밝혀졌고 수사에 진척이 없자 제보 전화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찰은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없어 정신질환자나 성도착증 환자에 의한 범죄피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용의선상에 올릴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안양지역 성폭력범죄 출소자 30여명을 포함, 성폭력 및 약취유인 동종 전과자 240여명을 발췌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렇다 할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또 사건발생 장소인 안양6,8동 15개 지점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화면을 제출받아 사건당일을 전후한 4~5일치를 정밀 분석하며 단서 찾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초등생들의 주거지와 실종장소 주변 이동전화기지국 4곳에서 사건발생 당일 착·발신된 1만7천여건의 휴대전화 번호와 우범자들의 번호를 대조하고 있으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

경찰은 수색범위를 안양5,7동까지로 확대해 현장주변 4천여가구(1만여명)를 대상으로 일일이 탐문조사하는 등 저인망식 수사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 의견도 ‘분분’

 

전문가들은 범죄피해라면 아동에 성적 집착을 보이는 ‘소아기호증’ 환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건의 성격상 세부적인 분석은 각각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44) 교수는 “소아기호증이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은밀한 곳에서 범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따라서 단독범으로 추정되고, 성적 집착을 보이더라도 겉보기에는 생각보다 멀쩡한 성인남성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황상 상당시간 아이들의 이동경로를 살핀 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차량을 이용해 접근했을 것으로 보이고, 아이들이 쉽게 따라갈 정도의 다정한 언행으로 유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장석헌(48) 교수는 “성적 목적이라면 건장한 성인범죄자의 경우 어린아이를 상대로 범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범인은 완력이 약한 노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부분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청 김원배(60) 범죄연구관은 “아이들의 이동경로는 어른의 출퇴근길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관계로 범인이 치밀한 계획하에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동선(動線)을 따라가다 범행했다고 볼 수 없고 차량을 이용했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고 분석했다.

김 범죄연구관은 “아직 범죄피해와 조난 등 사고의 비율을 50대 50으로 본다”며 “강력사건의 해결 성패는 사건발생후 2개월을 기준으로 봐야하는 만큼 탐문수사에 더 열중하고 주민들의 제보가 이어진다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 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속타는 가족들

“지금이라도 ‘엄마’하며 집으로 들어올 것 같아요. 얼마나 활달하고 착한 아이였는데요…”

실종된 혜진 양의 어머니(42)는 “막내딸의 실종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만약 혜진이를 데리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아무 책임도 묻지 않을테니 제발 엄마품으로 돌려만 달라”고 하소연했다.

식당일을 하며 세 자녀의 교육비를 보탰던 이 양의 어머니는 요즘 일을 나가지 못한 채 막내딸의 무사귀가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며, 이양이 문을 열며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이 양의 오빠와 중학교 2학년인 언니는 친구들과 수리산에서 수차례 동생을 찾아 다녔고 매일 전단을 뿌리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이 양의 어머니는 전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인쇄소에서 일하는 남편도 일을 마치면 밤 늦은 시간에도 딸을 찾아 동네를 수소문하고 다니고 있고, 금지옥엽같은 막내딸의 실종으로 가족 모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힘겨워 했다.

이 양은 실종당일이 성탄절이라 편의점과 문방구에 들러 폭죽과 풍선, (엄마에게 줄) 립스틱을 산 것으로 확인돼 자식잃은 모정을 더욱 애끓게 했다.

◇“전담 수사반 필요”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4세미만 아동에 대한 미귀가신고가 8천62명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59명(8세 이하 1명, 9~13세 58명)은 미해결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59명중 55명은 수색이나 수배가 필요한 미아사건으로 분류했고, 행불사건(미아·가출사건 중 관할 경찰서 형사과장이 주재하는 합동심의위원회에서 범죄 관련성이 의심돼 수사에 착수한 사건)으로 처리한 것은 안양 초등생 등 4명”이라고 말했다.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시민의모임 나주봉(50) 회장은 “경찰청과 경찰서에 실종아동사건을 전담하는 수사반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의 합동심의위원회 개최 이전에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할 수 없는 현행 법규정도 실종아동사건에 있어서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또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실종될 때마다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라며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는 전담 수사반 결성과 함께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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