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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원’ 가족여행길서 하늘로…

암환자 전승항씨 목적지 앞두고 숨져 안타까움 더해
수원 성빈센트병원 구급차 대여 등 물심양면 도와 귀감

“오랜 투병생활로 여행 한 번 못 가본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요.”

20대 말기 암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으로 ‘자신을 돌보느라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을 이뤘지만 여행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 숨을 거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2일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근섬유종육종암 진단을 받은 고(故) 전승항(21) 씨는 도내 대형 병원에서 7차례 이상 수술을 받는 등 지난 7년 동안 입·퇴원을 반복해왔다.

중·고등학교 내내 이어진 투병생활에도 불구하고 전 씨는 경희대 건축학과에 입학하는 등 적극적인 청년이었지만 육종암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지난해 12월초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이 병동은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한 곳으로 전씨는 병동을 옮긴 직후 죽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설악산 여행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간호를 맡은 담당 수녀에게 밝혔다.

당시 전 씨는 반복된 수술과 항암치료 등으로 몸이 쇠약해 거동조차 어려운 상태였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다 오랜 투병생활을 돕느라 여행 한 번 못 가본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며 간절히 호소했고 의료진은 전 씨의 산행을 허락했다.

하지만 응급처치 장비가 갖춰진 특수 구급차를 대여해야 하는 등 전 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연을 전해들은 병원 측이 전 씨의 상태를 고려해 특별히 담당의사와 간호사, 수녀 등 4명을 전 씨의 여행길에 동행하도록 배려한데 이어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자들이 성금을 모아 응급처치 장비가 갖춰진 특수 구급차 대여비 등 여행비용 일부를 지원하면서 가족여행의 꿈이 실현됐다.

의료진의 배려로 전 씨는 지난달 21일 가족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설악산으로 출발했으나 목적지를 불과 30여㎞ 앞둔 강원도 38휴게소 부근에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동안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는 전 씨 가족에게 이날 여행길에 찍은 가족 사진이 전 씨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됐다.

전 씨를 간호해온 아나스타샤 수녀는 “승항이가 평소 바람대로 마지막 순간을 병실이 아닌 여행길에서 맞이해 다행”이라며 “여행을 앞두고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언제 가장 많이 웃어봤느냐’는 물음에 ‘지금’이라고 답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열흘 만인 지난달 31일 병원에 2쪽 분량의 감사 편지를 보냈다.

아버지 전씨는 “평소 말이 없던 아들이 여행을 앞두고 자신의 꿈을 얘기하며 행복해했다”며 동행한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아들이 옷에 피를 토하는데도 아무 말없이 아들을 안고 위로해준 수녀님께 감사드리며 아들이 분명히 천국으로 갔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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