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원이 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원도 곧 이를 추진할 것이다. 언론은 이런 결의가 아주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언론은 에둘러 ‘이례적’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만, 사실은 한·미관계를 20세기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미국이 이명박 새 정부에 뭔가 바라는 것이 많은 모양이다.
미국 하원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또 지난 2003년 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즈음해 ‘새 정부의 출범을 인정한다’는 결의안을 검토한 바는 있었지만 채택하지는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때는 미국 상원이 외환위기 극복 노력을 평가하는 결의안을 접수하고도 역시 통과시키지는 않았다.
이번 미 하원을 통과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는 그래서 좀 뜻밖이다. 한국은 미국 정치인들의 눈에는 늘 한낱 계륵이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이 같은 결의안이 통과된 배경이 있을 법도 한데 알려진 것은 없다. 아마 의회 측과 가까운 친 이명박계 교포 로비스트가 작용했거나, 이당선인의 미국 특사였던 정몽준 의원의 노력일 수도 있다.
정몽준 특사는 방미 중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속 시도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취임 이전에 이당선인의 특사를 면담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난데없이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의 집무실을 잠시 들러 그곳에서 정특사와 ‘깜짝 면담’을 가졌다. 부시는 “이명박 당선인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처럼 정특사를 환대했다.
하원이 채택한 결의문에는 “이 당선인이 차기 한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하고, 이당선인이 정권 인수 작업과 오는 25일 취임식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를 바란다“며 특히 이당선인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더 강화하겠다“ 고 말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그 동안 ‘한·미동맹의 부실’을 걱정해 왔다는 뜻이 된다.
한미 동맹은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후 55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도리어 개선되고 있다. 독재자 박정희가 한때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미 의회에 대해 불쾌감을 가졌고, 핵무기 개발을 검토한 적은 있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발언하거나 한·미동맹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다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한 미군’의 존재 문제가 남측 일부에서 거론된 것은 사실이다.
주한 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은 여러 갈래이다. 반공주의자들은 맹목적으로 무기한 주둔을 바라고, 민주파들은 단계적 철군을 주장하기도 한다. 적어도 남쪽 안의 ‘무조건 즉각 철군 주장’은 미약하며, 별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 측도 80년대부터는 철군에 대해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핵무기를 개발한 이후에는 철군 주장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중국과 비슷한 태도이다.
미국은 한반도와 100년 넘는 인연을 가지고 있지만 ‘6.25참전’을 빼고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고종이 ‘일본의 침략’을 걱정하는 줄 알면서도 일본과 ‘태프트·카츠라 밀약’을 체결 후 배신했고, 긴 민주화운동 장정 중에는 독재자들을 감쌌다. 고작 ‘민주주의는 좋은 것’ 정도의 약한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었다. 미국인은 의(義)보다는 이(利)를 먼저 챙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부 미국 지식인들이 한·미관계를 걱정한다. 돈 오버도퍼(존스홉킨스대학 교수)와 존 페퍼(국제문제전문가)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세미나에서 다 같이 “양국의 정치문화가 크게 달라졌는데도 워싱턴 사람들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버도퍼는 “양국이 가는 방향이 서로 달라 동맹으로서의 친밀성과 상호 신뢰가 감소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페퍼는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중국과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한·미관계의 복원은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을 재고하느냐에 달린“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축하 결의는 미국은 달라지지 않고, 한국만 20세기로 돌아가라는 확실한 메시지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오렌지’를 ‘오린지’라고 고칠 수는 있어도 지난날의 종속관계 회복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만큼 외교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성숙해졌다. 대등한 친구관계를 원한다. 그래서 결의문 하나로 한국에 대해 숭미외교(崇美外交)를 강요하는 듯한 미정치권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