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방화로 전소돼 무너진 사건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폭삭 주저앉게 만든 참사였다. 유력한 방화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혀 범행을 자백했으며 경찰이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이 방화임은 거의 명백하다. 이로써 경찰은 이 사건의 가까운 원인을 의외로 쉽게 규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역사를 파괴한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용의자에게 범행의 동기를 제공한 점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 책임의 소재를 물어 고귀한 문화재에 대한 비슷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공인으로서의 처신은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하여 옥고를 치렀으며, 미학을 전공하여 지방대학교 교수를 역임하면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을 써서 문화재와 관련을 맺은 그가 문화재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장이 되었을 때 뜻있는 사람들은 그의 비전문성을 우려하면서도 문화재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유홍준 청장은 자신의 책을 공금으로 구입하여 직원 등에게 기증했는가 하면 낙산사의 범종이 불에 타 복원했을 때 그 종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렇듯 튀는 행동을 일삼은 그가 정권 말기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문화재청장으로서 출장비를 1,600만원이나 받아 개인 휴가인지 출장인지 명백하지 않은 8박 9일 예정으로 유럽을 돌아다니다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숭례문 화재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하여 이미 불에 타 무너져버린 숭례문 부근에 나타났다.
자신이 문화재청장으로 있을 때 낙산사가 전소되고 숭례문이 전소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그가 책임을 지는 자세란 국민과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사임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당장이라도 사임하겠다. 그게 본인에게는 더 홀가분하다”고 말하면서도 “복원에 3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광화문 복원과 잘 어울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국보 1호인 문화재는 역사의 알맹이요, 정신이다. 그것이 불에 타 없어진 마당에 외형을 ‘복원’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2월 25일까지만 사실상의 수명이 보장된 한시적 청장이다. 그는 먼 훗날의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모든 목조 문화재가 화재 위험에 어떻게 노출되고 있으며, 어떤 소방시설을 갖출 것인가를 전국적으로 시급히 조사하여 후임자에게 자료를 넘겨주는 과제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거늘 엉뚱한 행동을 하다가 여론의 호된 꾸지람을 듣고 12일에야 사표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