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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연극 ‘미운오리새끼’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간 미운오리새끼 삭막한 어른들의 마음을 위로하다

 

울타리=곧 억압.

극의 상징이다. 여기에 동심까지 생각해냈다.

전문 극 배우들이 노력과 결실을 맺는데 두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한 주제에 복잡한 사회성까지 가미해낸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전무송)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그렇기에 연일 커튼 밖 세상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성과를 얻었다.

막이 오르고….

머리가 허연 남자가 읊조린다. “옛날, 옛날에….” 극의 서막은 그러했다.

덴마크 동화인 ‘미운오리새끼’의 의인화된 인물들이 속속 들어온다.

그들의 삶의 공간은 ‘울타리’.

이 극의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울타리’다. 작가인 아돌프 샤피로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모든 전체주의 사회를 규정하는 사고와 예술의 개별성을 억압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또한 전반적인 주제는 사랑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극을 전개하다보니 딱딱한 원작의 느낌을 줄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한국 땅을 밟았던 러시아 출신의 연출자 알렉산드르 꾸진은 “여러분들 보시겠지만, 이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이다”고 설명했다.

 

울타리 안에는 오리를 비롯해 거위, 칠면조, 닭 등 가금류가 함께 산다. 사육되는 가금류는 다 모여있다.

여기에 갓 태어난 미운오리새끼가 억압적인 사회에 반기를 든다.

아동들에게는 조금 무거운 주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작은 열쇠고리가 있어야 했다.

12일 저녁 서울 동숭아트센터 무대에서 만난 ‘미운오리새끼’의 느낌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이 객석을 메우고 있다. 주제가 무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편극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무대에서 무난하게 소화해낸 도립극단의 노력을 관객들은 인정하는 듯했다.

7세 이상을 타겟으로 잡았지만 20대 이상의 사람들도 인정할만한 완성도를 가졌다.

이들이 이 극에 동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대 의상을 담당한 끼릴 다닐로프는 “제정 러시아를 상징하듯 화려했던 발레 극장이 있었다”며 “이곳은 스탈린 시대를 거치며 문이 굳게 닫혀 퇴락해 갔다”고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원작 전반은 전체주의에 대한 커다란 반란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재해석된 이 공간은 대중적인 굴레다.

미운오리새끼는 제도권의 억압을 피해 울타리 밖 세상으로 떠나간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차분히 따르고 있지만, 극 안에선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부조리’가 깔려있다.

“나는 누구고 저들은 누구인가?”라고 읊조리며 아파하는 미운오리새끼의 모습은 엄마오리가 불러주던 동요 ‘섬집아이’와 맞물려 애잔함을 자아낸다.

나머지 오리, 닭, 칠면조 등은 그가 왜 떠나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운오리새끼는 한 가족을 이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쯤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돌아온 그는 사회의 새로운 희망처럼 보였다.

하지만 엄마오리는 미운오리새끼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백조가 되어 다시 돌아온 미운오리새끼는 자신을 못알아보는 엄마오리가 불러주었던 ‘섬집아이’를 나지막이 부른다.

관객들은 소리없이 눈물을 훔쳤다. 이는 한국적 정서에 깊이 다가선 작가와 연출가의 힘이었다.

이쯤되면 왜 작가와 연출가가 한국의 정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꾸진은 “이 극을 통해 자유에 대한 손짓은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이 극의 화려한 조명은 심경 변화를 대변하며 사회의 움직임을 직감케 한다.

전무송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장면마다 중심인물의 감정 흐름과 리듬을 끌어주는 음악의 활용, 좁은 무대를 적절한 공간으로 변화시켜 가는 빛의 이용이 돋보인다”고 자평했다.

이 미운오리새끼는 아쉽게도 17일까지만 계속된다. 더욱 많은 도민들이 극장을 찾아 이 극의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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