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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숭례문 화재가 주는 교훈

토지수용 반발인한 방화건 지도자 각성·국민참여 필요
복구보단 본뜻 알리기 우선 물신주의적 사회 반성해야

 

세상이 온통 ‘돈, 돈, 경제, 경제’ 하더니 마침내 국보 1호 숭례문마저 태워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세태이다. 황금만능주의가 건전한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숭례문 방화범 채모씨는 평범한 노인이다. 칠순이 내일 모레이다. 인생 완숙기에 들어선 그가 이 같은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동기는 돈 때문이다. 1997년 무렵, 그는 누대에 걸쳐 살아온 경기 고양시 일산의 농가 부지 가운데 고작 99㎡를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에 수용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건설회사는 토지 매입대금으로 공시지가인 9천6백만 원을 제시했고, 그는 4억 원을 요구했다.

토지 매입을 거부한 채씨의 토지는 아파트 숲 사이에 갇힌 쓸모없는 땅으로 남게 된다. 이후 채씨는 건설 회사를 상대로 토지수용 재결처분 취소소송을 낸 것을 비롯해 고양 시청, 대통령 비서실 등을 상대로 수차례 진정과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채씨는 여기서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는 2006년 4월, 경복궁 근정전을 방화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숭례문 화재 현장 검증에서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문화재는 복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 방화는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다. 임금이 국민을 버렸다. ”라고 말하는 둥 범행을 뉘우치기보다는 아직도 복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임금이 국민을 버렸다’는 말을 했다. 즉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진정을 수용해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조선조 역대 임금 가운데 국민을 제대로 섬긴 왕이 있었나? 숭례문 창건을 시작한 태조로부터 그의 후손 가운데 백성을 하늘처럼 섬긴 임금은 별로 없었다. 임진년 전쟁이 터지자 궁궐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간 선조, 정유년 전쟁이 나자 남한산성에 숨었다가 삼전도로 끌려나와 청왕 앞에 굴복했던 인조 등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를 거치면서도 숭례문은 우리 곁에 서 있었다. 그 문은 역사의 관찰자이기에 우리의 삶이 깃든 생명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후손들은 이를 지켜야만 한다.

숭례문의 소실이 누구 탓이냐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채씨는 노 대통령 탓이라 했지만 이명박 당선인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통령이라고 채씨의 땅값을 올려줄 권한은 없다. 법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 문화재청의 반대 의견을 제치고 개방한 사람은 바로 당시의 이명박 서울 시장이었다. 시민이 가깝게 가도록 열어준 것은 좋았지만 개방에 따른 후속 대책이 미흡했다. 이 점은 비난받을 만하다.

인간은 누구나 채씨처럼 ‘탐진치(貪瞋癡)’ 삼독에 빠지기 쉽다. 이들을 삼독에서 구제하는 일은 종교의 몫이다. 그런데도 종교는 기본 사명에 충실하지 못하다. 8.15해방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 식 자본주의 사상은 교회당을 통해 전파되면서 천민자본주의화 된다. 종교가 이를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교인의 치부는 바로 교회의 치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숭례문 소실을 대한민국의 수치라며 흥분한 시민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수원에서는 화재 발생 후 어느 날, 한 시민이 웃으며 길을 걷는다고 사람을 때린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06년 수원 화성 서장대 화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흥분한 모양이다. 이번 참사가 혹시 우리에게 더 이상 엉뚱한 짓을 범하지 말라는 하늘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시민다운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숭례문은 복구돼야 하지만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600년 문화재의 복구는 5년 임기의 대통령이 2~3년 안에 뚝딱 뜯어 맞출 공사감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법륭사와 금각사가 모두 불에 탄 적이 있었는데 복구에 5년이 걸렸다. 사회적 합의를 보기 위해 목재를 다듬는 연장마저 옛 모습대로 재현하기까지 했다.

새 정부가 할 일 가운데는 복구도 중요하지만 숭례문 현판의 ‘예를 숭상’하는 숭례 (崇禮)란 말뜻을 널리 알리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예의염치’ 즉 사유(四維)가 죽은 사회라면 복수심에 의한 범죄는 언제나 가능하다. 사유사회는 요즘 말로는 건강한 공동체 사회이다. 지금은 공동체의 선이 무너진 사회이다. 이런 사회를 돈이나 경제만으로 재건할 수 없다. 지도자의 각성과 국민의 참여정신이 한데 어울릴 때 가능하다.

숭례문 화재 사건에는 여러 가지 교훈이 있을 것이다. 올바른 교훈을 찾아내는 일 또한 급하다. 물신주의보다는 인간 중심 사회를 만들라는 하늘의 명령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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