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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 농업생명공학연구원 하선화 박사

 

 

 

자연은 색으로 말합니다. 색채로 전하는 신비한 자연의 언어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지난달 ‘다중유전자 동시발현’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고추의 색소 유전자를 벼에 도입, 비타민 A의 전단계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함유된 ‘황금쌀’ 개발에 성공한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의 하선화 박사(41).

그의 연구 성과는 비타민A가 함유된 기능성쌀 개발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다중유전자 동시발현’이라는 새로운 유전공학적 원천기술을 통해 세계 유전공학 기술의 성장을 한단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빨강, 노랑, 초록, 보라, 검정 등 형형색색 고추의 매력에 빠져 이 연구에 뛰어들었다는 하 박사. 그에게 고추는 꽃보다 아름답고 신비한 존재이다.

지난 1999년 연구를 시작한 하 박사는 고추가 면역기능 향상, 항암기능 등 인체에 유익한 카로티노이드 성분을 모두 발현시킬 수 있다는 것과 카로티노이드 성분 중 하나인 라이코펜에 고추내 특이 유전자가 작용하면 베타카로틴으로, 또 다른 유전자가 작용하면 베타크립토산틴과 지아산틴, 캡산틴으로 변화되는 일련의 카로티노이드 생성대사 과정을 규명했다.

또 이를 기초로 고추 색소 유전자를 ‘다중유전자 동시발현’ 기술을 통해 벼에 도입하는 연구를 계속했고 올해 드디어 베타카로틴 특유의 황금색을 지닌 황금쌀을 개발했다.

하 박사는 “고추 색소 유전자 발현과정이라는 기초 연구에만 꼬박 4년이 넘게 걸렸고 이후 벼에 도입하는 실용연구는 2002년부터 시작돼 오늘 황금쌀이라는 성과를 내놓았지만 아직도 연구는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유전공학분야 원천기술 개발로 세계 유전공학분야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미래종자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한 하선화 박사.

이러한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하 박사는 여전히 농촌진흥청 내 책상 하나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작은 연구실에서 고추와 씨름 중이다. 자신의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인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하 박사. 무궁무진한 자연의 신비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는 하선화 박사를 만나 그의 연구세계를 들여다봤다.

-지난달 황금쌀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유전공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연구성과의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우선 황금쌀 개발의 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는 고추의 주 색소성분인 카로티노이드 생합성 조절 기작을 연구한 논문이 JXB 표지논문으로 선정됨으로써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의 위상이 세계 선진 연구기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 고추 적색소의 주성분인 캡산틴 생합성 유전자에서 특이 변이 부분을 밝힘으로써 고추 묘목 상태에서 미리 정확한 과색을 예측할 수 있는 마커 개발 연구를 가능케했다.

특히 ‘다중유전자 동시발현’이라는 생명공학 원천기술 확립을 통해 베타카로틴(프로비타민A 성분)이 함유된 신기능성 황금쌀을 개발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복합다중유전자 발현기술’ 확립으로 지아산틴, 아스탁산틴 등 미래 종자전쟁 대비 독자적인 생명공학 기술 경쟁력을 가미한 기능성 벼 개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1999년 당시 유전자원과에서 전 세계로부터 수집·보관중인 고추 종자를 증식하는 시험포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카로티노이드 연구를 막 시작하던 때였는데 그저 붉은 고추만 알고 있던차에 흰색부터 살색, 황색, 주황색, 주홍색, 홍색, 너무 붉어 검은 흑색 고추에 이르기까지 여느 꽃보다 더 다채로운 고추 열매의 색깔은 너무 아름다워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카로티노이드 성분의 경우 성분마다 빨간색과 주황색, 황색 등 고유의 색이 있다. 곧 색깔 자체가 기능성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카로티노이드 성분의 복잡한 생합성 조절 기작을 규명하기에 이미 모든 색깔 표현형을 표출하고 있는 고추들이야 말로 가장 적절한 재료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그러면 카로티노이드란 어떤 물질인가?

▲카로티노이드는 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는 대표적인 천연색소로써 인체 내 섭취 시 비타민 A의 전구체로서 영양성이 클 뿐 아니라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가지는 항산화성 특징 때문에 항암 및 면역증진 효과 등을 지닌 일종의 기능성 물질군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우선 천연색소로서 카로티노이드 기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식품, 약품, 화장품 등의 천연착색제와 양계나 양식업에서 난황과 어류의 천연색소 개선제 등이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체내에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면 조직의 성장, 분화 조절 물질, 주요 시각 색소, 비타민A 등을 포함하는 물질로 전환됨으로써 영양강화제, 식품보조제 등 여러 가지 생리 활성적 기능성을 가진다.

-카로티노이드 중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성분 및 그 기능은?

▲카로티노이드 물질군에는 각각 다른 기능성을 지닌 유익한 성분들이 많다. 녹황색 채소의 녹황색 부분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특히 인간에게 필요한 성분이 작물마다 다양한 형태의 주성분인 라이코펜(토마토, 수박), 베타카로틴(당근, 호박), 베타크립토산틴(귤), 지아산틴(옥수수), 캡산틴(고추) 등으로 함유되어 있는 걸 보면 이런 생합성 조절 기작의 결과가 마치 자연의 선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성분별 기능을 말하자면 비타민 A 전구체로서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 결핍 시 야기되는 야맹증, 피부 각질화, 안구 건조증, 퇴행성 시력 감퇴, 유아 성장저해 등의 질병예방에 관여한다.

루테인과 지아산틴 성분은 백내장이나 퇴행성 황반변성 등의 안 질환 예방에 탁월하다. 특히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암 발생 억제, 암 치료 시 면역기능 향상, 심장질환 예방, 혈압 개선효과 및 당뇨병의 진행 저지 효과 등에 탁월한 기능성 물질인 라이코펜은 토마토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유발시키는 적색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이다. 같은 적색 계열이지만 특히 열과 빛에 비교적 안정한 고추의 캡산틴은 고급 천연색소로 립스틱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카로티노이드 연구에 있어 고추가 가지는 특별한 장점은?

▲이러한 카로티노이드 성분들(라이코펜, 베타카로틴, 베타크립토산틴, 지아산틴, 캡산틴, 아스탁산틴 등)은 흥미롭게도 일련의 생합성 과정을 통해 연속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어떻게 작물마다 각각 다른 특정 성분들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냐는 것(마치 인간에게 필요한 성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자연이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이고, 그 중 고추가 라이코펜, 베타카로틴, 지아산틴 등을 거쳐 캡산틴에 이르는 가장 연장되고 진화된 카로티노이드 생합성 대사 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숙과색의 고추 유전자원이야 말로 작물마다 다양하게 표현되는 생합성 조절 기작을 다양하게 내재하고 있으리라 기대했다.

-연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연구라는 것이 한·두 달, 1·2 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벼의 종자를 개발해야하는만큼 1년에 두번 농사를 지어도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와함께 벼 종자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큰 작업이었다. 종자 하나를 심어도 다음에는 그것이 15개로 늘어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한단계 한단계 지날 때마다 15배로 늘어났다. 지금도 냉장고 안에 확인해야 할 종자가 꽉 차있다. 또 이번 연구의 경우 우선 유전자 다중발현 기작을 3가지를 사용해 실험했었다. 첫번째 방법을 통해 실험을 했는데 황금쌀이 아닌 흰쌀이 나왔다. 처음 결과가 실패하자 나머지 방법들도 실패하면 어쩌냐는 두려움도 들었다.

-계속 고추연구를 하다가 기능성 벼로 테마를 바꾼 이유는?

▲고추를 통해 ‘다중유전자 동시발현’이라는 생명공학 원천기술을 확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의 역할은 농민들의 생활에 이득을 줄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초 연구뿐 아니라 농민들도 활용할 수 있는 응용 연구가 필요했다.

농민들에게 유전자를 줘봤자 뭔 소용이 있겠냐. 종자 상태로 줘야 한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기능성 쌀인 ‘황금쌀’이다. 주위에서는 농촌진흥청을 기초연구를 하지 않는다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기초없이 응용도 없는만큼 농촌진흥청은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응용연구도 함께 실행하고 있다.

-황금쌀 개발의 경우 GMO(유전자변형식품)인만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어떤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황금쌀이 시중에 유통되려면 농촌진흥청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안전성 검사와 정부 검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황금쌀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영양성분의 차이, 알레르기, 지역별 수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검사가 이뤄진다. 이러한 환경 유해성이나 식품 유해성에 관한 안전성 검사를 거쳐 환경보호출원 과정까지 최소 6년 정도 걸린다. 올해 상반기 내에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에 황금쌀의 안전성 검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황금쌀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시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시중에 유통된 적도 없었다. 만약 황금쌀이 승인된다면 GMO로 승인된 우리나라 최초 쌀이 될 것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의 농업연구사라는 직책 말고도 두 아이의 엄마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워킹맘으로써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현재 중학교 2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있다. 실험을 하다보면 돌발사항도 많고 그만큼 끝나는 시간이 일정하지도 않다. 퇴근할 시간이 됐다고 실험하던 도중에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3살부터는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야 했다. 실험을 하다가 아이 유치원이 끝나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실험실 의자에 앉혀 논 후 다시 실험을 했다.

 

연구 시작할 때만해도 어렸던 아이들이 어느덧 훌쩍 자라 이제는 엄마의 연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황금쌀 개발을 통해 아이들한테 엄마의 연구에 대해 설명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또 시부모님들이 일하는 며느리에 대해 많이 이해해주시고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시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마음 편하게 연구에 몰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도 식구들의 도움이 컸던만큼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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